EP

정말 좋아해

내천빙_강혜성, 한서한, 서배희, 동백한

“앞으론 여기서 쉬세요. 그 빌어먹을 교주 옆에서 또 고생하고 계시지 말고요.”

회귀로 다시 돌아와 작아진 동백한이 제 처소의 방 하나를 강혜성에게 내주었다. 늘 사택청화람과 같은 처소를 쓰는 게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었다.

“난 괜찮은데…”

“제가 안 괜찮아서 그렇습니다!”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대꾸하는 작은 동백한이 퍽 귀엽다고 생각한 강혜성은 그만 작은 웃음을 뱉고 말았다.

“그래… 나도 백한이 옆이 더 편하긴 하지.”

강혜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깔끔히 정돈 된 방과 밖으로 보이는 예쁜 조경의 정원. 그리고 거의 보이지 않는 시중이, 동백한이 얼마나 신경 써서 이 자리를 준비해줬는지 잘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고마워. 정말 마음에 든다.”

“예… 뭐…”

긴 시간을 함께함에도 칭찬이나 감사 인사에는 여전히 어색해하는 동백한의 모습이 강혜성에게는 여전히 아이 같다고 느껴졌다.

강혜성은 그대로 동백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길에 잠시 놀란 눈치였으나 이내 얌전히 받아주었다.

여전히 사랑스럽고 소중하구나.

강혜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돌아왔으니 다시 제 세력을 모을 생각입니다. 이번엔 확실히 교주 놈의 목을 쳐야죠.”

동백한은 쓰다듬을 받으며 제 목표와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천도진 놈하고도 얘기해 둔 게 있으니 전쟁도 걱정 없으실 겁니다.”

“그래. 내가 뭐 도와줄 건 없니?”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스승님은 쉬세요. …고생하셨잖습니까.”

기특한 말에 강혜성은 미소를 지었다.

“고생은 모두가 했지. 어떻게 나 혼자 쉬니?”

“...그 녀석들도 얘기하는 거라면 신경 쓰지 말라고 해드리죠.”

강혜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곤 정원의 정자로 걸음을 옮겼다.

“이리 와 보렴.”

쭈뼛쭈뼛 걸어간 동백한은 자리에 앉아 제 옆에 손짓하는 강혜성에 그의 옆에 앉았다.

“계속 달리면 언제고 지치는 법이야. 그래서 내게 휴식을 청한 게 아니던.”

“...스승님께 더는 빚지고 싶지 않아요.”

“그리 생각마렴. 넌 내게 빚진 게 없으니까.”

동백한과 시선을 맞추던 강혜성은 정자 밖의 정원으로 시선을 돌렸다.

“봐, 꽃이 참 예쁘게 피었다. 그치?”

“그렇…네요.”

조경에 관심을 둔 적이 없었던 동백한은 강혜성의 말에 어색하게 동의했다.

“날씨도 좋고. 이런 날에 친구들이랑 샌드위치 나누어 먹으면 참 맛있는데.”

이내 먼 곳을 보며 어느 날을 회상하는 강혜성이었다. 그 회상은 참 행복해 보였고 또, 참 슬퍼 보였다.

그러던 강혜성은 금방 손뼉을 치며 애들도 부르면 좋겠다며 한서한과 서배희를 불러내자며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

동백한은 그들이 별로 내키진 않았으나, 스승이 바라는 일이기에 시비를 시켜 그들을 불러오도록 했다.

강혜성은 그들을 두 팔 벌려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구석에서 동백한이 무어라 꿍얼거리기도 했으나 가볍게 넘겼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한서한이 먼저 물었다.

“아니, 없는데요?”

한서한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오랜만에 해맑은 강혜성의 태도가 그리운 듯 낯설기도 했으나 강혜성의 미소는 사람을 편하게 하는 특징이 있었다.

“우리가… 뭐 이유가 있어야 만나는 사이인가. 둘 다 여기 앉아보세요.”

강혜성이 자신의 양쪽 옆자리를 두드렸다.

둘은 자리에 가 앉았다.

강혜성은 이전처럼 끌어안는다거나 하지 않았지만 대신 둘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나는 여기 계속 있을 게와 같이.

“아- 바람 좋다.”

강혜성은 눈을 감고 바람을 느꼈다.

양쪽에 앉은 한서한과 서배희는 약한 의문을 가졌다. 평소 같았으면 지난 날이 어땠고 앞으로의 계획과 해야 할 일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나치게 긴장감 없는 대사를 뱉는 강혜성이었다.

“배희야, 여기서 샌드위치 먹으면 짱일거 같지 않냐.”

“...만들어… 올까?”

“풉... 진심으로? 빵은 어디서 구하게?”

시비들 시켜서… 라며 작게 중얼거리는 서배희의 말에 강혜성이 재밌다는 듯 까르르 웃었다.

“어때, 날씨 좋지.”

강혜성의 질문에 서배희가 하늘을 보았다.

살랑이는 바람이 머리칼을 흔들었다.

“응… 그러네.”

“서한은 어때요, 좋죠?”

서배희의 답변을 들은 강혜성이 고개를 돌려 한서한에게도 질문했다.

“예, 좋네요.”

“히히.”

강혜성이 한껏 풀어진 웃음소리를 내었다.

“백한이도 거기 있지 말고 이리와.”

둘이 도착하고 저만치서 떨어져 못마땅하다는 듯 보고 있던 동백한에게로 고개를 돌려 그를 부른 강혜성이었다.

동백한은 한 번 튕기는 듯하더니 이내 강혜성 뒤에 등을 맞대고 앉았다.

“참 좋다. 그냥 같이 이렇게 있고 싶었어.”

강혜성은 편안해지는 마음에 나른함을 느꼈다.

따스한 햇빛, 살랑이는 바람, 예쁜 꽃나무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순간이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함에 강혜성은 언제나 성을 다해 보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너희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을까.

하지만 이 질문은 마음속에 묻어버린 강혜성이었다.

“정말 좋아해, 애들아.”

소중한 이들의 온기가 가득한 사랑으로 느껴질 만큼.

“정말, 정말 좋아해.”

포근하게 감싸 안는 나른함에 강혜성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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