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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ㅅㄱ 님 페어 소설 작업물/24.09.06/시간제 빠른 마감

대치 중인 두 사람 사이 침묵이 흐른 지는 제법 되었다. M의 손에 들린 은색의 단검 끝만이 내려오는 형광등의 빛을 받아 칼날이 반짝이고 있었다. M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S를 바라본다. S는 입술을 꾹 다문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물론 당연할 일이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서로를 찔러 주십시오. S는 들었던 예의 규칙을 상기한다. 단 한 문장, 고작 한 문장. 그렇게만 하면 집에 갈 수 있다. 그렇게만 하면 돌아가 하라주쿠의 거리를 다시 걸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제기랄, 당연하잖아.

M과 S가 죽어라 싸워 댄 건 전교생이 아는 사실이다. 서로 주먹질은커녕 발로 내차는 것도 서슴지 않던 사이다. 다시 읊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지금은 뭐가 문제이냐. 주먹질과 칼질은 서로 경중의 정도가 다르지 않은가. 하나뿐인 단검은 지금 M의 손에 있었다. 주먹을 한 대 맞으면 나갈 수 있다! 하면 S는 기꺼이 본인의 오른쪽 얼굴을 내어 줬을 것이다. 왜냐면 자신은 왼 얼굴이 더 귀엽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칼은? 당연히 말이 다르지. 저 은회색 나이프가 피부에 닿으면 필히 피가 날 것이다. S는 도저히 M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평소 둘의 관계를 떠올리면 분명 M은 손 끝까지 힘을 주어 세라가키의 몸에 칼자루를 끝까지 찔러넣을 게 분명했다. 그런 걸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M 쨩, 정신 나간 것 같아….

 

이건 한탄이 될까. 혹은 청자가 확실한 비난이 될까. S는 양손에 얼굴을 파묻으며 자리에 쭈그려 앉는다. 그리고 고민했다. 단검을 뺏기엔 S는 절대로 얌전히 찔려 줄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번 맞아 주자니 그것 또한 짊어져야 할 리스트가 과했다.

말이 많은 S가 이렇게까지 조용한 건 드문 일이다. 또한 M도 생각한 부분일까.

 

어머, 이것 봐요.

 

두 걸음 크게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인다. 평소에 왈왈대던 아이는 어디 갔나 몰라요. 예의 평소였다면 또한 왈왈댔겠으나 더는 힘이 없었다. S는 탈력한 시선으로 고개를 든다. M과 얼굴을 마주한다. 괜찮아요, S 양이니까 특별히 아프지 않게 해줄게요. 힘 없이 웃는다. 이상은 S에겐 선택권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 마음대로 해. 순순히 일어난다.

 

서로 몸을 붙인 두 사람 사이에 거친 숨만이 흐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S의 손에 들린 은색의 단검의 칼자루에 내린 형광등의 빛은 그리고 또 한 번 막혔다. S는 진홍색 선혈이 잔뜩 묻은 제 교복을 신경 쓰지 않았다.

 

왜, 왜? 오히려 지금 느끼고 있는 건 혼란뿐이었다.

M이 다시 한 번 숨을 토한다. 기도에서 넘어가는 숨이 눈에 보일 정도로 흉통이 펄떡인다. M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정확히는 몸을 들어 고개를 붙인다. 그리고 웃었다. 그러게, S 양. 표정이 정말 예술이네요. 아세요? 뱉고 싶은 말은 할딱이는 숨소리에 묻혀 사라졌어도 한 마디만은 힘을 주어 뱉는다. 이는 하고 싶은 말이 아닌 해야 할 말이었기 때문에.

 

제가 아프지 않게 해 드린다고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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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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