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엠 인게이지] 정리

언급은 없지만 뤼에베일 기반 엘아이

결혼을 한다고 한다. 누가? 신룡님이.

그 탓에 주변에선 평소보다도 훨씬 시끄럽다. 뭐 당연하겠지. 이 엘레오스 대륙은 신룡 신앙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지금의 신룡왕인 신룡님은 천 년 전에도, 그리고 그 천 년 후인 얼마 전에도 이 세계를 구한 영웅. 이 대륙 내에서 신룡님의 결혼에 대해 떠들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 그래, 맞아. 나도 마찬가지.

다만 순수하게 축하하며 그 자리를 즐기기에는 내 성격 탓도 있겠지만, 좀 더 다른 이유가 존재하는 모양이다. 그게 뭔지는 아직 모양을 잡지 못 하고 있었지만.

그런 내 옆에 이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사람이 한 명 나타났다.

"당신은 참여하지 않는 겁니까?"
"...글쎄, 어떤지. 그러는 엘 왕녀는 왜 여기에?"

내 질문에 엘 왕녀는 눈을 천천히 깜빡이면서 말했다.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서요.

"마음?"
"개인적인 일입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뭐, 그렇긴 하네."

내가 애매하게 말하면서 웃음 소리가 가득한 쪽으로 시선을 다시 향한다. 여기에 저기 사이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 막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눈의 초점을 일부러 흐릿하게 하고서 생각에 잠겨본다. 생각나는 것은 신룡님의 모습. 내가 그 전쟁에서 먼 곳에서,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봐왔던 신룡님의 모든 모습이었다. 언제나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 늠름한 모습은, 지금 내 가슴을 긁어 내리는 것 같았다.

"신룡님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군요."
"...무슨 말일까?"

갑작스런 말에 정신을 차리고서 눈의 초점을 되돌린다. 보이는 것은 언제나 변함없는 그 단단한 모습. 그 모습이 천천히 입을 열어 말을 자아낸다.

"아뇨, 시선은 저쪽을 향하고 있는데 표정이 괴로워 보여서 말이죠."
"...그랬나...?"

거울이 없는 이상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말에 부정할 수 없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동시에 깨달은 하나의 사실.

"나도 바보는 아니었던 모양이야."
"무슨 말인가요?"
"이렇게 있으니까 깨달았다는 거야."
"뭘 말인가요?"
"나는 딱히 신룡님이 날 봐주길 바라지 않았다는 거."
"......"

그래, 내가 처음 신룡 신앙을 가지게 된 것도 그 뒤를 따르게 된 것도 모두 신룡님이 날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랬던 게 아니었다. 대가가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해왔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신룡님과 함께 하고 싶었다. 신룡님의 도움이 되고 싶었다. 정말로 그런 단순한 이유였다.

"그러니까 신룡님이 하나의 행복을 찾은 시점에서 기뻐해야지."
"그렇군요."
"엘 왕녀, 당신은 어때? 당신도 나와 비슷한 거 아니야?"

여기에 이렇게 있는 시점에서 내 눈에는 그렇게 보여.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내 모습을 천천히 관찰하던 엘 왕녀는 잠시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말을 꺼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애매한 대답이네. 마음 정리를 못 했다던가?"
"그건 어떨지."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물론 엘 왕녀는 평소의 무표정 그대로. 하지만 우리는 마치 짠 듯이 아직도 신룡님의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 전까지 있었던 잘 모를 감정은 조금씩 내 안에서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당신이 마음 정리를 완전히 끝낼 때까지 있어줄게."
"그것 참 든든하군요. 그렇다면 저도 그러겠습니다."
"마음대로 해."

그 대화를 끝으로 우리는 그 어떤 말도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멀리서 카게츠가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부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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