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pinus Paradisus

3. 호그와트 급행열차 (1)

Lupinus Paradisus | Chapter 1. 녹음의 기적

* 앤컾의 원작 서사가 보고 싶어서 쓰는 글.

* 친세대의 시온 포레스트가, 헤이즐 포스터와 해리 포터가 있는 현세대로 트립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 원작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되, 헤즐시온(앤컾)의 서사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원작 파괴…)

* 하오니 스토리 흐름에 따른, 원작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 원작 파괴 주의. 캐붕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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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inus Paradisus

늑대의 낙원

Chapter 1. 녹음의 기적

3. 호그와트 급행열차 (1)

ⓒ유엘쓰(@Scarlet_Express)

이틀이 지났다. 해리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요 며칠 사이에 익숙해진 푹신하고 큰 침대를 뒤로 하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절로 시온의 뛰지 말라는 잔소리가 따라붙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부리나케 계단을 내려가면 그가 예상한 대로 시온의 잔소리가 들려왔다. 뛰면 안돼, 해리. 그 잔소리에 걱정이 깃들어 있음을 모르지 않는지라 해리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물론 시온이라고 해리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09월 01일.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날이니까. 벽시계를 확인한 시온은 해리에게 세수했는지 물었고 해리는 아차하며 욕실로 향했다. 해리가 세수하러 간 사이 시온은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문을 시켜 해리의 짐을 준비하고 해리가 입고 갈 옷도 준비했다. 해리가 씻고 나오면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역으로 출발하면 될 것 같았다.

때마침 해리가 세수를 마치고 식당으로 돌아왔다.긴 시간을 가야 하는 여정이지만 열차 특성 상 멀미도 조심해야 하기에 간단하게 먹고 출발하는 것이 좋았다. 그렇다고 속이 허해도 안될 노릇이지만. 간단한 아침식사는 간단한 만큼 짧게 끝이 났다. 열차 시각에 맞추려면 일찍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킹스 크로스 역 또한 시온에겐 불편한 축에 속했다. 당연한 일이다. 사람으로 북적이고 소리가 울리는 곳이니까. 게다가 그는 그다지 추억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다. 기억력이 좋은 것치고 좋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시온은 언제나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머리칼의 색 때문이든, 미모 때문이든. 게다가 이번엔 해리의 흉터도 한 몫을 했기에 그들에게 몰리는 시선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물론 시온은 조금도 아는 체 하지 않았지만.

9와 ¾ 승강장. 킹스 크로스 역에는 그런 승강장이 없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10과 9의 승강장 사이에 멈춰선 시온을 보고 해리가 의아해하며 바라보았다. 무어라 말하려던 시온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해리도 따라서 고개를 들었다. 저멀리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다이애건 앨리에서 보았던 머글 부부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보였다. 아무래도 이제 막 도착한 듯 싶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시온 씨. 또 뵙네요.”

“안녕, 해리.”

“응. 안녕, 헤르미온느.”

듣자하니 그들은 승강장을 찾지 못해 역을 한 바퀴 돌고 온 것 같았다. 그 말에 헤르미온느는 불만이 있는 듯한 얼굴을 했다. 헤르미온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으나 부모님이 믿어주지 않은 것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시온이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가 아차하며 손을 거뒀다. 자넷에게 하던 버릇이 그만…. 시온이 사과하자 헤르미온느가 뒤늦게 괜찮다며 시온을 진정시켰다. 시온의 웃는 얼굴과 쓰다듬에 얼굴을 붉히던 헤르미온느를 목격한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그것이 더 헤르미온느를 도와주는 방향이리라.

부부는 여기서 헤어지기로 했다. 두 사람 다 본인의 일이 있었다. 물론 딸을 위해 시간을 내기는 했지만 어른이 있으니 맡기고 돌아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헤르미온느가 얼른 가보시라고 재촉하는 탓도 있었다. 그들은 시온을 믿으며 돌아갔다. 그 믿음이 시온은 언제나 낯설었다.

9와 ¾ 승강장은 10과 9 사이에 있는 기둥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헤르미온느는 예습을 얼마나 한 것인지 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러니 시온의 버릇이 튀어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헤르미온느는 그의 여동생과 참으로 닮았기 때문이다. 생각을 빠르게 물린 시온이 직접 시범을 보이기로 했다. 시온은 걱정스레 바라보는 해리가 찡긋 웃더니 기둥을 향해 걸어갔다.

시온이 기둥과 부딪힐 까봐 걱정하던 해리는 이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그가 예상한 것과 달리 기둥에 부딪히는 소리도, 시온의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되려 헤르미온느가 괜찮다고 다독이는 소리만 들려왔다. 해리가 눈을 뜨자 시온은 자리에 없었다. 놀라는 해리를 바라보던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등을 밀었다. 해리는 그렇게 등을 밀려 기둥과 가까워졌다.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가 뜨자 다른 풍경이 해리를 맞이했다. 여지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승강장과 열차가 그를 반기고 있었다. 플랫폼 간판에는 호그와트 급행 열차라고 적혀 있었고 다이애건 앨리에서처럼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시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리. 놀랐니?”

“…조금은요.”

헤르미온느가 한심하다는 눈빛을 숨기지 못하며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살풋 미소지은 시온은 두 사람을 열차로 안내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열차에 각 나잇대의 아이들이 하나둘 씩 몸을 싣고 있었다. 그 사이로 오렌지빛 머리칼이 얼핏 보였다. 그들 중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이제 이걸 타고 호그와트로 가는 거야.”

“저희만요? 시온은요?”

“해리. 시온은 호그와트에 갈 나이가 지났잖아.”

“아.”

“내가 타면 쫓겨날 걸?”

시온이 장난스레 웃으며 농담하자 해리도 웃었다. 이제 시간이 없어. 시온이 두 사람을 재촉했다. 그에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열차에 몸을 실었다. 때마침 열차의 모든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곧 출발한다는 안내음이 들렸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두 사람은 빈 칸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해리가 급히 창 밖을 바라보며 시온을 찾았다. 어느새 그들이 앉은 자리의 창 앞으로 다가온 시온이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잘 다녀와. 시온의 입모양을 읽은 두 사람도 손을 흔들었다. 열차가 출발하고 있었다. 빠르게 열차가 출발하며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시온도 뒤를 돌았다. 아. 해리에게 편지하라고 말하는 거 깜빡했다. 시온이 머리를 긁적였다. 쓸데없이 좋은 그의 기억력은 이럴 때만 깜빡하는 구석이 있었다.


열차가 출발하며 시온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아쉬워하는 해리를 뒤로 한 헤르미온느는 짐을 위에 올리기에 바빴고 뒤늦게 해리도 짐을 올렸다.

호그와트에 가기까지 무려 열 시간이 걸린다고 시온은 말했다. 열 시간 동안 무얼 하지. 고민하는 해리의 시야에 책을 펼치는 헤르미온느가 보였다. 척 봐도 두꺼운 것이 아주 어려워 보였다. 너도 읽겠냐는 헤르미온느의 제안에 해리가 고개를 저었다. 저건 시온도 거절할 것이 분명했다. 그저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해주는 것이 해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조용해진 그들 사이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말을 걸었다. 주홍빛 머리칼을 가진 남자아이였다. 그는 자리를 찾지 못해 복도를 오래 돌아다녀 지친 모양새였다. 혹시 자리 있니? 앉아도 될까? 그의 물음에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상관없으니 헤르미온느의 의견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허락했다.

주홍머리 소년이 합류한 그들이 탄 13번 칸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그가 해리의 이마에 있는 흉터를 발견한 탓이었다. 큰소리에 헤르미온느가 그를 째려보았으나 그는 눈치채지 못하고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반응에 해리가 멋쩍어하며 시온이 해준 말을 떠올렸다. 분명 해리의 흉터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난리날 거라고 했지. 시온의 예상은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다.

“너, 너…”

“응. 난 해리 포터야.”

“…정말로?”

그는 처음엔 그게 정말 해리 포터냐는 물음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건 물어보는 게 아니라는 헤르미온느의 타박을 듣고 그가 그 날을 물어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헤르미온느도 흉터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도.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게 괜찮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사실 난 잘 기억이 안 나. 오래 전 일이라 그런가.”

“그, 그렇구나. 하긴 내가 물어볼 일은 아니긴 하지.”

미안해. 아이는 바로 사과했다. 그래서 해리는 정말 괜찮았다. 자신을 론 위즐리라고 소개한 소년은 자신의 형제들에 대한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다가 뒤늦게 눈 앞의 여자아이가 누군지는 모른다는 걸 깨닫고 헤르미온는를 바라보았다. 그를 눈치챈 헤르미온느가 인사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야.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친한 것 같자 무슨 사이냐고 물었다. 무슨 사이랄 것이 있나? 둘이 남들보다는 친하긴 한 것 같지만 친구라고 하기엔 처음 만난 지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다. 헤르미온느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대답하지 않았고 해리도 마찬가지였다. 그에 그가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 론도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주제를 돌렸다.

“우리 집은 다 그리핀도르야. 그래서 나도 그리핀도르로 갈 거 같기는 한데… 해리, 너는 어때?”

“아, 기숙사 말이지?”

호그와트에는 네 개의 기숙사가 있다고 시온이 말해주었다. 용기의 그리핀도르, 야망의 슬리데린, 지혜의 래번클로, 성실의 후플푸르. 해리는 그리핀도르에 가고 싶었다. 부모님이 그리핀도르이기도 했고 시온도 그리핀도르였으니까. 해리의 말에 흥미가 생긴 듯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정말? 시온도 그리핀도르였대?”

“응. 그리핀도르였대.”

“응? 뭐야? 시온이 누군데?”

“시온은 해리의 보호자야.”

사람들에겐 삼촌으로 소개하지만 해리는 꿋꿋이 형이라고 부르는. 해리는 호칭을 변경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봐도 삼촌으로는 안 보일 것이다. 시온은 미인이니까. 헤르미온느는 시온이 래번클로일 줄 알았다고 했다. 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모자가 래번클로와 그리핀도르를 두고 고민했다고 했으니까.

“모자라니?”

“응? 론, 몰라? 기숙사 배정 모자 말이야.”

“기숙사 배정 모자라니?”

호그와트의 기숙사는 배정 모자를 통해 정해진다. 각 년도의 교감이 이름을 호명하면 한 명씩 앞으로 나가 모자를 쓰면 배정 모자가 기숙사를 말해주는 것이다. 시온은 그렇게 말해주었다. 해리의 말에 론은 충격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트롤을 쓰러트리는 게 아니었단 말이야? 왠 트롤. 듣자하니 론의 형들이 그에게 기숙사를 배정받으려면 트롤을 쓰러트려야 한다고 말한 모양이었다.

어느 쪽이 진짜일까. 진짜 트롤을 쓰러트려야 하면 어쩌지. 시온이 마법을 가르쳐주기는 했는데… 아. 해리는 시온이 트롤을 물리칠 마법이라며 알려준 것을 떠올렸다. 그에 론과 헤르미온느마저 놀란 얼굴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시온이 마법을 가르쳐줬어? 응. 미성년자는 마법을 못 쓴다고 했는데! 아, 보호자가 있어서 괜찮다고 시온이 그랬어.

론은 왜 진즉에 부모님이 그렇게 해주지 않은 건지 슬프다는 듯이 중얼거렸고 헤르미온느는 자기에게도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시온보다 잘 가르쳐줄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해리는 상관없었다. 그에 론도 끼어들었다. 음, 괜찮겠지.

그렇게 13번 칸에선 때아닌 속성 강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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