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pinus Paradisus

3. 호그와트 급행열차 (2)

Lupinus Paradisus | Chapter 1. 녹음의 기적

* 앤컾의 원작 서사가 보고 싶어서 쓰는 글.

* 친세대의 시온 포레스트가, 헤이즐 포스터와 해리 포터가 있는 현세대로 트립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 원작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되, 헤즐시온(앤컾)의 서사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원작 파괴…)

* 하오니 스토리 흐름에 따른, 원작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 원작 파괴 주의. 캐붕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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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inus Paradisus

늑대의 낙원

Chapter 1. 녹음의 기적

3. 호그와트 급행열차 (2)

ⓒ유엘쓰(@Scarlet_Express)

창 밖으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노을이 지면 반쯤 간 것이라고 시온은 말했었다. 반이라… 아직도 다섯 시간이나 남았다는 뜻이다. 정말 열 시간을 가는 줄은 몰랐는데. 정말 이상하지. 버논 이모부와 헤어지는 건 안 슬펐는데, 이상하게 만난 지 얼마 안 된 시온과 멀리 떨어지는 건 조금 슬펐다.

해리가 창 밖을 보며 상념에 잠긴 사이, 누군가 그들이 있는 칸의 문을 벌컥 열었다. 자연스레 시선이 그곳으로 몰려들었다. 헤르미온느는 호기심보다도 누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여는 지에 대한 짜증에 가까웠지만. 론과 같은 주홍색 머리칼이 보이고 론이 놀라는 얼굴로 그들을 불렀다.

“형? 조지? 프레드?”

그제야 해리는 주홍 머리의 소년들을 발견했다. 처음 볼 때는 몰랐는데 두 소년은 서로를 거울에 비춘 듯 똑 닮아있었다. 조지와 프레드라고 불린 두 소년은 익살스레 웃으며 론의 머리칼을 헝클였다. 그에 론이 발버둥치자 빠져나오지는 못하고 머리만 더 헝클여질 뿐이었다. 여기까지 뭐하러 왔냐는 론의 물음에 그들은 서운하다는 얼굴을 지었다.

“동생을 보러 왔는데 왜 왔냐니.”

“그러니까. 이 형들을 너무너무 서운하다.”

안 서운하잖아. 론의 중얼거림에 쌍둥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며 당연하지 라고 합창했다. 시온이 봤으면 마루더즈의 재래라고 질색할 풍경이었다. 물론 여기 있는 아이들은 모르는 일이었다. 아무튼 형제들의 투닥거림을 지켜보던 해리는 쌍둥이의 뒤로 지나가는 또다른 주홍 머리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모르는 형제들은 자기 소개를 하고 있었다.

나는 조지야. 나는 프레드고. 보시다시피 쌍둥이고. 이번에도 합창하는 통에 누가 정말 조지고 프레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헤르미온느는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고 해리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쌍둥이들은 상당히 마이웨이엿고 문득 그 모습이 시온으로부터 들었던 제임스와 닮았다고 해리는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론의 친구들은 이름이 무엇인가?”

“제발, 조지 형. 그 이상한 말투 좀 안 쓰면 안돼?”

“이상하다니? 난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하네만. 안 그런가? 포지.”

“암, 그렇고 말고. 즈레드.”

정말 뭐라는 거야. 론이 질린다는 얼굴을 지었다. 그 와중에 해리는 순순히 인사를 했다. 해리 포터라는 이름 넉 자에 쌍둥이의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뭔가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 모양새였다. 그때 옆에서 론이 팔꿈치로 쌍둥이의 허리를 찔렀다. 해리는 그것이 자신의 흉터를 얘기하는 것임을 알아챘다. 그러나 쌍둥이는 눈치껏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 때 헤르미온느가 해리를 불렀다. 슬슬 교복으로 갈아입자는 얘기였다. 미리 준비해서 나쁠 것 없다. 시온도 자주 했던 얘기라 해리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위기에 쌍둥이가 물러났고 헤르미온느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교복을 다 갈아입고 나니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은 시간도 훌쩍 지나갔다. 곧 도착한다는 안내음이 들렸다. 그간 사이에 간식카트 마녀로부터 산 간식들을 먹던 론과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따라 짐을 챙겼다. 해리는 손에 덤블도어라고 적힌 카드를 들고 칸을 나왔다. 열차가 멈춰서고 아이들이 하나둘 씩 내리기 시작했다.

큰 목소리를 따라 가보니 익숙한 얼굴이 서있었다. 해그리드였다. 해리의 변하게 된 그 시작에는 해그리드가 있었기에 해리는 해그리드가 좋았다. 해리가 반가운 얼굴로 해그리드에게 인사하자 해그리드가 감격받은 얼굴을 했다. 보아하니 해그리드의 덩치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겁을 먹고 다가오지 않은 것 같았다.

“크흡, 고맙구나. 해리. 넌 정말 착한 아이구나.”

“울지 마세요, 해그리드.”

우는 어른을 달래는 법은 모르기에 절절 매던 해리는 문득 시온이 곤란한 순간엔 말을 돌리라고 가르쳐 주었던 것을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냐는 해리의 물음에 해그리드가 울음을 멈추고 배에 타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마찬가지로 해그리드에게 인사를 하고 우는 해그리드를 달래주던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순발력을 칭찬했다. 잘했어, 해리.

그렇게 그들은 조각배에 올라탔다. 모든 아이들이 배에 올라타자 해그리드는 출발을 알렸다. 그들은 검은 호수를 건너 호그와트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들이 잠시 그 앞에 서서 교수님을 기다리는 사이, 누군가 해리에게 말을 걸었다. 상당히 거만해보이는 얼굴을 한, 백금발의 소년이었다.

“안녕, 해리 포터. 맞지?”

“맞기는 한데… 넌 누구야?”

“난 드레이코 말포이야.”

말포이. 이것도 시온에게 들은 바가 있었다. 분명 순혈 우월 어쩌구였는데. 아직은 해리에게 어려운 얘기였기에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았다. 다만 시온이 크게 신경쓸 것 없다고 말한 것이 기억이 났다. 음, 시온. 이것도 신경쓸 것 없는 상황인가요? 갑자기 으르렁 거리며 싸우는 말포아와 론을 보며 해리는 시온이 보고 싶어졌다.

“배신자 주제에 말이 많네.”

“너 말 다 했어?!”

물론 해리는 말포이의 말이 심했다고 생각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가족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못된 행동이었다. 시온이 가족을 건드는 놈은 상종할 가치가 없다고 햇다. 해리도 그 말에 동의했고 해리는 아무 말 없이 론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만하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말포이의 말은 들은 체도 안 했다. 무시했다는 얘기다. 말포이는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 듯 보였으나 해리는 그것도 무시했다. 아니, 무시하려고 했다.

“별 같잖은 것들 때문에 날 무시해? 넌 내가 후회하게 만들어줄 거야!”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말포이의 같잖은 것들이란 게 헤르미온느와 론을 얘기하는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해리가 론을 제 몸으로 가리고 말포이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말포이의 기대대로 사과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 짧은 며칠 사이에 해리가 시온의 말빨을 고스란히 닮아왔다는 것이었다.

“너야말로 같잖은 개소리 그만하고 꺼져. 시끄러워서 내 귀가 터지겠어.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네가 뭐 확성기야? 고래고래 소리지르게?”

“ㅎ, 해리?”

“그리고 어떻게 할 건데? 아버지한테 이르는 것 밖에 못하는 네가 뭘 할 수 있냐고. 난 후회 안 해. 네 아버지 난 안 무섭거든.”

실제로 시온이 그랬다. 말포이가 어떻게 나오든 기죽을 거 없다고. 말포이는 절대 포레스트를 어찌하지 못한다고. 그러니 겁먹을 것 없다고. 그러니 봐줄 것 없다고. 그래서 해리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제 친구들을 무시하는 오만한 도련님은 필요없으니까.

“난 너 필요 없어. 그러니까 두 번 다시 말 걸지 마. 기분 나쁘니까.”

해리가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그 말에 말포이는 충격으로 굳었고 헤르미온느와 론이 경악한 얼굴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주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실시간으로 호그와트에 지옥의 주둥아리가 재래하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갑자기 조용해진 아이들이 생각했다. 해리 포터는 건드리면 안되겠다고.

뒤늦게 아이들을 데리러 나온 맥고나걸 교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체 이번 아이들은 얌전하구나, 하고 속으로 좋아했다. 조용해진 아이들은 맥고나걸 교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연회장에서 수백 명의 선배 학생들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가 아이들의 앞에 서며 얘기했다. 다행히게도 기숙사 배정은 시온이 말대로 모자만 쓰면 되는 일이었다. 론은 정말로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긴 두루마리 양피지를 펼쳐든 맥고나걸이 하나 씩 이름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로널드 위즐리! 론이 긴장한 얼굴로 앞으로 나아갔다. 가족 모두가 그리핀도르라서 본인도 그리핀도르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던 것을 떠올렸다. 본인도 그리핀도르를 좋아하는 것 같았고 말이다. 론의 주홍머리 위로 모자가 얹혀지자 마자 낡은 모자는 비병을 지르 듯이 말했다. 그리핀도르! 그 외침에 론이 안도한 듯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향했다. 그는 론이 제 형제들에게 둘러싸여 머리가 헝클여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자신을 불리자 앞으로 나아갔다.

“해리 포터!”

그 이름에 모든 이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는 열차에서 해리가 개구리 초콜릿으로부터 뽑았던 카드의 주인공, 덤블도어도 몸을 일으켜 앉았다. 해리는 모자가 제 머리에 얹어짐과 동시에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모자는 말했다. 모든 창립자가 그에게 흥미를 보이고 있다고. 그는 해리가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그리핀도르에 가고 싶어요.”

부모님과, 시온과 같은 기숙사라면 좋겠다고 해리는 생각했다. 해리는 모를 것이다. 시온이 어떤 마음으로 그리핀도르를 바랬는지. 말을 안 했으니 당연히 모르겠지. 그러나 오래 전, 시온의 녹빛 머리 위에 올라가봤던 모자는, 그 안의 창립자들은 안다. 그래서 래번클로가 아쉬워하면서도 그를 그리핀도르에 양보한 것이다.

“네 마음이 그렇다면… 그리핀도르!”

그러니 이번에도. 슬리데린은 혀를 차며 그리핀도르에게 아이를 양보했다. 해리는 제 로브 위로 물드는 붉은 빛을 보고 환히 미소지었다. 해리의 들뜬 걸음이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향했다. 열차에서 만났던 쌍둥이가 해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안녕, 해리! 아까도 인사했지만 난 조지야.”

“난 프레드고.”

물론 해리는 쌍둥이가 정말로 자기소개를 했다는 걸 영원히 모를 것이다. 그리핀도르에 온 걸 환영한다는 인사를 들으며 해리는 자리에 앉았다. 어느새 배정이 끝난 헤르미온느도 붉은 로브를 입고 해리의 옆에 앉았다. 론의 또다른 형, 그리핀도르의 반장인 퍼시가 헤르미온느와 무언가 모를 얘기를 주고 받았고 론은 쌍둥이의 장난에서 벗어나 연회의 만찬을 만끽하고 있었다.

똑같이 연회의 만찬을 즐기던 해리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시선이 멈춘 퍼시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보니 쌍둥이들도 퍼시와 같은 방향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해리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들의 시선을 따라 후플푸프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연회장 입구와 가까운, 거의 끝 쪽 자리. 그곳에 위즐리 형제들보다는 더 밝은, 비유하자면 오렌지를 닮은 선명한 색의 머리를 가진 여학생이 그곳에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두꺼운 책만 바라보고 있어 해리는 그 얼굴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사람 얼굴을 빤히 보는 건 실례라고 시온이 말한 것이 떠올라 고개를 돌렸기에 더 보는 것도 이상했다. 때마침 덤블도어가 기숙사로 돌아갈 것을 알렸다. 가장 먼저 일어나는 것은 언제나 반장들이었다. 퍼시가 앞장서 아이들을 그리핀도를 기숙사로 안내했다.

바글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짧은 걸음으로 퍼시를 따라가려 애쓰던 해리는 그만 그를 놓치고 말았다. 다들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바빠 복도가 소란스러웠던 탓이었다. 해리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호그와트가 해리의 생각 이상으로 넓고 복잡했기 때문이다. 황망하게 복도를 둘러보고 있는 데 그녀가 나타났다.

그 덕분에 해리는 그녀를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다. 해리와 같은 교복에 후플푸프의 상징인 노란 로브를 입은 그녀는 키가 컸다. 어찌 큰 지 시온보다도 큰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나자 해리가 속으로 사과했다. 그치만 말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시온이 작은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반장을 놓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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