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pinus Paradisus

1. 해리 포터 (4)

Lupinus Paradisus | Chapter 1. 녹음의 기적

* 앤컾의 원작 서사가 보고 싶어서 쓰는 글.

* 친세대의 시온 포레스트가, 헤이즐 포스터와 해리 포터가 있는 현세대로 트립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 원작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되, 헤즐시온(앤컾)의 서사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원작 파괴…)

* 하오니 스토리 흐름에 따른, 원작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 원작 파괴 주의. 캐붕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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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inus Paradisus

늑대의 낙원

Chapter 1. 녹음의 기적

1. 해리 포터 (4)

ⓒ유엘쓰(@Scarlet_Express)

솔직히 말하자면. 시온은 올리밴더가 불편한 사람 축에 속했다. 언행이나 눈동자나 시선이나. 그 무엇 하나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게 없었다. 아마 행동거지나 말투가 알버스 덤블도어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시온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 싫었단 말이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지팡이를 맞추기 위해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를 찾았다. 가게에 가까워질 수록 시온의 걸음이 느려졌는데 무슨 일이 있냐는 걱정스런 물음에 다시 빨라졌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사정이었고 그것을 오늘 처음 만난 머글부부에게 털어놓고 싶지 않았던 시온은 아무렇지 않은 척 굴며 가게 앞에 도착했다.

가게에 들어가기 전, 한 차례 심호흡한 시온이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올리밴더의 가게는 수십 년이 지나고도 여전했다. 오래된 나무 냄새와 희미하게 들어오는 햇빛, 깜빡거리는 샹들리에, 그리고 온 벽면을 빽빽히 채운 상자들. 그동안의 가게들처럼 가게 안은 어두웠다.

시온을 제외한 모두가 어찌해야 할 지 모르고 있을 때. 올리밴더가 카운터 안쪽에서 나타났다. 그는 해리의 이마에 있는 흉터를 보고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그 모습이 귀신과도 같아 시온은 정말로 싫었다. 이것은 시온이 같이 있는 머글 부부를 맘에 들어하는 이유와 같았다. 이들은 무례하지 않으며 이 세계에 무지해, 해리의 흉터를 봐도 아무 것도 모르니까.

해리 또한 눈 앞의 할아버지가 자신의 흉터를 뚫어지게 바라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운 나머지 시온의 등 뒤로 숨기에 이르렀다. 그제야 올리밴더는 긴장한 머글 부부와 여자아이, 그리고 연녹빛의 청년을 발견했다. 아니, 소년인가? 그는 청년이라기엔 더 젊어보였다.

“이게 누구라고. 포레스트였군. 소식이 끊겼다고 들었네만, 살아있었구만.”

“네. 보시다시피요. 그것보다 절 기억하시는군요?”

시온은 그 사실에 놀랐다. 그간에 들른 모든 가게에서 그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식장애 마법을 건 것이 아니니 알아보지 못했다기 보단,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마치 그만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그러니 올리밴더가 자신을 기억하는 것에 놀랄 수 밖에.

“그래. 편백나무와 천둥새의 꼬리깃, 11인치였지. 잘 있나?”

“네. 잘 있습니다.”

“그래, 지팡이를 맞추러 왔구만.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는 알고 있는가?”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사실, 그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킬킬거리며 웃은 노인은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시온은 못미덥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믿을 수가 있어야지.

올리밴더의 손짓에 맞춰 해리와 헤르미온느 앞에 줄자가 나타났다. 아이들은 올리밴더의 지휘에 따라 팔을 뻗어 치수를 재고 무슨 손을 쓰는지 대답했다. 상황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머글 부부의 뒤로 어이없이 바라보는 시온이 있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굳이 저렇게 할 필요가 있나?

올리밴더는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지팡이를 보여주었다. 이 세계에선, 그러니까 올리밴더는 지팡이가 마법사를 고른다고 믿는다. 지팡이는 한 번 고른 순간부터 마법사와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된다. 지팡이와 인간 사이의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 지 올리밴더는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올리밴더가 불편한 것과는 별개로 시온은 그 말이 옳다고 여겼다. 그 증거가 13년의 세월도 아랑곳 않고 제 품으로 돌아온 제 지팡이가 있다. 시온이 제 품의 지팡이를 떠올리며 다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헤르미온느가 지팡이를 찾은 모양이었다.

“어디 보자. 포도 나무에 용의 심근, 10.75인치구나.”

포도나무는 완벽한 궁합을 만날 경우,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올리밴더는 설명하며 시온이 더 잘 알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 말에 헤르미온느의 시선이 시온을 향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포레스트 가문은 다양한 나무가 자라는 숲을 소유한 가문이며 그들은 나무마다 특별한 기운이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포레스트는 지망이 제작자가 많기도 하고.

해리는 아직 맞는 지팡이를 찾지 못했는지 조금 시무룩해진 상태였다. 그 모습에 시온이 옅게 웃으며 해리의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해리. 원래 이건 사람마다 찾는 시간 차가 다르니까. 찾을 수 있어.”

“응. 그렇…겠죠?”

그때 올리밴더가 한 상자를 가지고 나타났다. 그의 눈동자에 긴장이 서린 것을 본 시온이 의아해하며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서양호랑가시나무에 불사조의 꼬리 깃털, 28cm. 부드럽고 섬세한 녀석이라고 올리밴더는 설명했다. 부디 안 맞길 바란다고 아주 작게 중얼거리며. 시온은 그게 무척 불안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올리밴더의 소망은 아주 가볍게 부서졌다. 해리가 지팡이를 잡자마자 불빛이 일렁였다. 마치 주인을 찾아서 기쁜 듯이. 이렇게까지 반응이 열렬한 지팡이는 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궁합이 좋은 건지. 근 내심 올리밴더의 중얼거림이 맘에 걸렸으나 어느 덧 시간의 오후를 한참 지나있었기에 이제는 떠나야 했다.

어차피 지팡이를 끝으로 필요한 것은 다 산 것이므로 돌아가도 문제는 없었다. 그들이 가게에서 나서던 참에 올리밴더는 시온을 조용히 불러세웠다. 머글 부부와 아이들이 나가고 두 사람이 남겨진 가게는 적막이 뒹굴었다.

“자네는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 자의 지팡이에 대해 알고 있나?”

“뭘 거창하게… 제가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주목에 불사조의 꼬리 깃털, 13인치.”

불사조의 꼬리 깃털? 시온이 기시감을 느끼고 바라보자 올리밴더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하게.

“그 지팡이는 그 자의 지팡이와 같은 심을 공유하네. 같이 만들어졌지만 서양호랑가시나무는 지금껏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지. 그러나 지금 해리 포터를 선택했지.”

“………”

“포레스트의 사람이니 이게 무슨 뜻인지 더 잘 알겠지. 그러니 해리 포터를, 살아남은 아이를 잘 지켜주게.”

내가 하려던 말은 이게 다네. 그 말을 끝으로 시온은 쫓겨나 듯 가게에서 나왔다. 그 사실에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올리밴더가 한 말을 곱씹기 바빴으나 기다리던 이들이 걱정스레 바라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소지었다.

머글 부부는 시온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돌아갔고 이제 그들도 돌아갈 시간이었다. 노을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민은 잠시 뒤로 미뤄두기로 한 시온은 해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해리는 이제 그 손을 잡는 게 좋았다. 아주 크진 않지만 안정감을 주는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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