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pinus Paradisus

1. 해리 포터 (2)

Lupinus Paradisus | Chapter 1. 녹음의 기적

* 앤컾의 원작 서사가 보고 싶어서 쓰는 글.

* 친세대의 시온 포레스트가, 헤이즐 포스터와 해리 포터가 있는 현세대로 트립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 원작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되, 헤즐시온(앤컾)의 서사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원작 파괴…)

* 하오니 스토리 흐름에 따른, 원작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 원작 파괴 주의. 캐붕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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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inus Paradisus

늑대의 낙원

Chapter 1. 녹음의 기적

1. 해리 포터 (2)

ⓒ유엘쓰(@Scarlet_Express)

버논 더즐리는 자신이 처한 지금의 상황이 매우 불만족스러웠다. 해리 포터 이 꼬맹이가 제 발로 집을 나간 게 좋은 일이건만 제 부인이라는 사람은 찾아와야 한다고 난리치더니, 몇 시간 후에 그 꼬맹이가 돌아왔는데 왠 낯선 놈을 같이 데려오질 않나. 그 낯선 놈이 갑자기 해리를 데려가겠다고 하더니 그걸 제 부인이 안된다고 말리지를 않나.

하지만 무엇보다 불만이었던 것은. 제 부인의 말을 들은 낯선 놈이 웃으면서 욕을 한 것이었다. 뭐랬더라? 설령 어쩔 수 없이 애를 맡았을 지언정, 학대는 하지 말았어야지, 라며 쓰레기라고 했었더랬다. 그 말에 버논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물들었으나 시온에게는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았다.

페투니아 더즐리, 릴리의 언니를 마주한 시온은 변함없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왜 안되는지, 납득되는 이유를 대지 못하면 그냥 데리고 갈 거라고. 사실 납득되는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데리고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다. 대충 구색을 맞추려고 했을 뿐.

“네 놈은 대체 뭔데 아까부터 이래라 저래라야!”

“그건 당신 알 바 아니고. 당신이야 말로 뭔데 아까부터 반말이십니까?”

“뭐라고?”

“애를 학대해놓고 대체 뭐가 당당해서 큰소리십니까?”

“하, 학대는 무슨! 갑자기 쳐들어와선 말이 많아! 네 놈이야 말로 이거 폭력이야, 폭력!”

“폭력은 무슨. 무얼 착각하나 본데, 전 지금 무척 인내하는 중입니다. 해리만 아니었으면 진즉에 다 갈아엎었다고.”

버논의 얼굴이 새빨개진 것이 당장이라도 시온을 칠 기세였다. 그러나 페투니아로서는 걱정되었던 것이, 버논의 덩치는 전부 살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컸고 반대로 시온은 상당히 마른 체격이었기 때문에 누가 보아도 버논이 이길 게 뻔했기에 혹시라도 일이 꼬일까봐 페투니아는 두 사람을 말렸다.

페투니아가 이유로 가져온 것은 편지였다. 버논은 의아해했으나 편지의 필기체를 알아본 시온은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시온이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분보다도 싫어하는 사람의 글씨였다. 편지 말미에 적힌, 알버스 덤블도어의 서명을 보자마자 시온은 편지를 구겨버렸다.

알버스 덤블도어가 페투니아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는 하나였다. 아무리 싫어도 페투니아는 해리를 데리고 있어야 하며, 그 이유와 그러지 않았을 경우에 자신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 적혀있었다.

시온은 고대 마법이 언급된 부분에서 작게 분노했다. 그 고대 마법을 핑계로 결국 여기에 떠넘겨놓고 본인은 나몰라라 했다는 말이 아닌가. 정말로. 좋아할 래야 좋아할 수가 없는 인간이다. 그 놈의 사랑 타령은 지겹지도 않은 지. 시온이 작게 치를 떨며 속으로 덤블도어를 욕했다.

“됐습니다.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 그래도…”

“페투니아! 대체 뭐가 문제야?! 저 놈이 데려가준대잖아!”

“………”

시온이 해리를 데려간들, 어차피 덤블도어는 그 사실을 당장은 커녕, 당분간 알지도 못할 것이다. 물론 덤블도어가 알게 된다면 조금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겠으나… 알게 뭐야. 아이를 이런 머글들 사이에 던져두곤 방치했으니 시온에게 무어라 할 자격도 없다.

설령 그 놈의 고대 마법이 없어지게 된다 하더라도, 시온은 해리를 데리고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다. 옆에서 해리가 걱정스럽게 바라보자 시온은 해리의 손을 잡은 채 선언했다.

“됐어요. 내가 해리를 데리고 갈 겁니다.”

앞에서 페투니아가 무어라 중얼거리건 말건 무시한 채 시온은 해리에게 짐을 챙기라고 말했다. 짐을 챙기기 위해 자신이 지내던 계단 밑 공간으로 들어온 해리는 잠시 망설였다. 그가 입던 옷은 전부 두들리의 옷이었고 해리의 물건이랄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뒤를 따라왔던 시온이 그 모습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숨기며 말했다.

“괜찮아, 해리. 정말 필요한 것만 챙겨. 옷은 사면 되니까.”

“…정말요? 그래도 돼요?”

“그럼. 걱정 마. 나 돈 많아.”

해리의 미안하다는 얼굴을 보았을 때, 처음으로 시온은 제 양부모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깨달았다. 이런 표정을 짓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들도 그러했으리라. 그제야 시온은 자신이 불효 자식이었음도 깨달았다. …이건 좀 많이 양심에 찔렸다.

결국 해리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 챙길 수 있는 것이 없었고 챙기고 싶은 것이 없었고 챙겨야 하는 것도 없었다. 대신 시온의 손을 꼭 잡았다. 두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집을 나왔다. 해리가 에이치를 챙기는 사이, 시온은 마법세계로 가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무심코 제 품 안을 뒤졌다.

머글세계에서 마법세계로 가려거든, 런던에 있는 리키 콜드런을 거쳐 넘어가거나 나이트 버스를 타고 가는 것. 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전자의 방법을 쓰려거든 지팡이가 필요했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연스레 품 안을 뒤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가. 지난 13년, 아니 2년이 어떠했던가. 마법과 거리를 두며 살아왔고 지팡이도 챙기지 않고 집을 나섰다. 그러니 지팡이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야 하는데… 그럼, 이건 뭐지? 시온은 제 품에서 만져지는 무언가를 느끼고 당황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꺼낸 것은 지팡이였다. 제 품이 아니라 13년이나 지나버린 제 머글세계 집에 있어야 할 그것이. 그것도 그냥 지팡이가 아니라 시온이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전에 맞춘, 편백나무에 천둥새의 꼬리깃을 심으로 하여 만들어진, 11인치 짜리 지팡이였다. 무려 23년의 세월을 함께 한.

아니, 이게 왜 여기 있어?

설마 13년을 넘어오면서 지팡이도 같이 넘어왔다는 건가? 시온이 잠시 휘청이며 헛웃음을 흘렸다. 오늘 몇 번을 당황하는지 모르겠다. 몇 시간도 안되어서 믿기지 않는 일들을 너무 많이 겪은 것 같았다. 하하. 아이고, 내 팔자야.

“시온 형?”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해리. 가자.”

그들은 가장 먼저 런던으로 향했다. 런던으로 가는 동안, 그들은 많은 얘기를 나눴다. 해리와 해그리드의 첫 만남을 전해들은 시온은 해그리드가 버논을 반쯤 기죽여놓은 구간에서 폭소했고, 케이크를 받았다는 얘기에서 걱정했다. 또 아직 준비물을 못 샀다는 해리를 위해 같이 다이애건 앨리에 가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해리는 처음으로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시온은 제임스와 릴리의 2학년 위의 선배였다. 제임스와 같은 그리핀도르 기숙사였던 시온은 제임스의 학창시절을 막장이라고 단언했다. 마루더즈란 이름 아래 벌어진 사건사고를 전해들은 해리의 안색이 조금 파래지자 시온이 해리를 달랬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만, 그래도 괜찮은 놈이었어. …빈말로 좋다고도 못하지만.”

“…엄마랑은 어땠어요?”

그 때 시온의 눈빛에 나타난 것은 그리움이었다. 시온이 기억하는 릴리는 정말 믿음직스러운 후배였다. 릴리의 학창시절은 모범생 그 자체였고, 입으론 투덜대지만 다정한 선배를 릴리도 잘 따랐다. 제임스와는 사이가 나빴어도 릴리와는 무척이나 친했다. 이렇게 극과 극인데 어떻게 만났나 몰라.

시온의 투덜거림에 해리가 작게 웃었다. 그렇게 조금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는지 해리는 그제야 시온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녹색 머리칼이었다. 싱그러운 녹음을 닮은 머리칼은 포레스트라는 그의 성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무심한 듯 부드러운 눈동자는 은회빛이었다.

연녹빛 머리칼과 은회안이 어우러져 균형을 이룬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이 얘기를 들은 시온은 미간을 찡그렸으나 해리는 진심으로 시온이 미인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동안 해리가 봐 온 사람들 중에선 최고였다.

긴 시간 끝에 런던에 도착한 뒤 바로 향한 곳은 리키 콜드런이었다. 사람이 바글바글 모인 곳이면서 어두운 탓인지 해리는 시온의 손을 잡고 꼭 붙은 채 걸었다. 시온의 머리색이 눈에 띄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이 느껴졌으나 시온은 무시했다. 해리는 모르겠지만 시온에겐 익숙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시온 형.”

“응? 왜 그래, 해리?”

“그게… 사람들이…”

“아. 신경쓰지 마. 우리 얘기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요. 해리는 입 밖으로 꺼내는 대신 속으로 삼켰다. 시온은 그대로 가게 뒷편으로 향했다.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들고 눈 앞에 있는 벽돌을 두드렸다.

벽돌이 움직이고 입구가 드러나자, 그 너머로 쓸데없이 익숙한 건물들이 보였다. 빼곡하게 들어선 상가들 하며, 덥지도 않은지 모두가 똑같이 쓰고 입은 모자와 로브들 하며, 저멀리서 들리는 용 울음소리까지. 뒤에서 해리의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었던 세상이 보이자 그는 제 현실을 부정하 듯 침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 옆에서 해리가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괜찮다는 듯 웃었으나, 두통이 이는 것을 보니 꿈도 환상도 아닌 모양이라, 그저 제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믿기 힘들었다기 보다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가까울 것이다.

돌아왔다. 제가 도망쳐 온 마법 세계로.

그것도 제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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