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pinus Paradisus

1. 해리 포터 (3)

Lupinus Paradisus | Chapter 1. 녹음의 기적

* 앤컾의 원작 서사가 보고 싶어서 쓰는 글.

* 친세대의 시온 포레스트가, 헤이즐 포스터와 해리 포터가 있는 현세대로 트립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 원작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되, 헤즐시온(앤컾)의 서사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원작 파괴…)

* 하오니 스토리 흐름에 따른, 원작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 원작 파괴 주의. 캐붕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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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inus Paradisus

늑대의 낙원

Chapter 1. 녹음의 기적

1. 해리 포터 (3)

ⓒ유엘쓰(@Scarlet_Express)

시온은 빠르게 감정을 추슬렀다. 이제부터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시온은 뒤를 돌아 해리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해리. 다이애건 앨리에 온 걸 환영해.”

여기서부터는 마법사의 세계야. 시온의 말에 해리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낯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해리가 믿을 수 있는 건 시온과 에이치 뿐이었기에 해리는 얌전히 그들을 따라나섰다. 시온과 에이치는 익숙한 걸음으로 길을 찾았다.

시온은 온 김에 준비물을 사자며 해리를 제일 먼저 옷가게로 데리고 갔다. 말킨 부인의 옷 가게였는데, 가장 중요한 교복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다른 옷들은 지금이 아니어도 살 수 있으니 급할 것이 없었다. 영리한 에이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가게 입구 앞에 남았고 시온은 해리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치고 가게 안은 한산했다. 교복을 맞추러 온 사람은 해리 뿐이었는데 덕분에 해리는 가게 주인, 말킨 부인의 질문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치수를 재기 위해 줄자를 덧대보던 말킨 부인은 고개를 들었다가 해리의 이마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런 일에 시온과 해리 둘 다 당황했고 진정하지 못한 말킨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해리 포터냐고. 해리는 자신을 아시냐고 물었고 시온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다마다! 이 세계에서 해리 포터, 너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란다.”

“…제가 유명한가요?”

“그럼! 아주 유명하지!”

“잠시만요, 부인. 부인은 어떻게 이 아이가 해리 포터라는 걸 아셨습니까?”

시온의 질문에 말킨 부인은 해리의 이마를 가리켰다. 시온은 그제야 해리의 이마에 있는 번개 모양의 흉터를 발견하고 놀라고야 말았다. 오기 전에 해리가 해준 말에 따르면 태어날 때부터 있었다고 하며, 옆에서 말킨 부인이 감격하 듯 구는 모습에 시온이 미간을 찡그렸다.

“…번개 흉터가 뭐라고 이 아이가 해리 포터라고 확신하십니까?”

“뭐야, 자네 아무것도 모르는가? 어찌 살아남은 아이를 몰라?”

살아남은 아이. 그 말을 들은 순간 시온은 어떤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제임스와 릴리의 사망과 살아남은 아이.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해리의 표정이 점차 가라앉는 것을 본 시온은 해리에게 말거는 대신 말킨 부인을 재촉했다.

“치수는 다 재셨나요?”

“잠깐 기다려봐. 성급하긴.”

누구 때문에 급해졌는데. 속으로만 생각하며 시온은 해리의 교복이 맞춰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해리의 교복이 다 맞춰지고 말킨 부인이 그것을 건내자 시온은 교복과 로브를 받자마자 가격을 치르고 가게를 나왔다. 뒤에서 말킨 부인이 무어라 말하는 것이 들렸으나 그는 무시했다.

혼잡한 사람들 사이에 섞인 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나 시온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다만 감히 짐작할 뿐이다. 입을 다문 채 홀로 감정과 기억을 삼켜야 하는 해리의 심정이 어떠할지. 만일 시온이 이 일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면 그건 해리에게 사정을 들은 이후여야 하며, 또 그 사정은 해리에게 그럴 마음이 들었을 때, 해리의 입으로 직접 들어야 했다.

반면 해리는 시온에게 말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것은 시온의 배려와 언제나 먼저 묻지 않는 무관심한 태도가 빚어낸 신뢰였다. 분위기를 읽어낸 시온이 급히 근처에 있던 카페로 들어갔다. 티나지 않게 소음 마법을 걸고서야 시온은 해리의 이야기에 경청할 준비를 마쳤다.

살아남은 아이. 번개 흉터.

해리는 천천히, 자신이 해그리드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언이 있었다는 것. 그 때문에 볼드모트가 해리를 죽이려고 찾아왔던 것. 해리를 지키려다 부모님이 볼드모트에 의해 돌아가셨다는 것. 또 자신에게 왜 번개 모양의 흉터가 생겼는지. 그리하여 자신이 살아남은 아이로 불리고 있다는 것까지.

어쩐지. 리키 콜드런에서 지나갈 때 마다 마법사 양반들이 힐끔힐끔 거리더라니. 아마도 그것은 시온이 아니라 해리의 흉터를 보고 알아본 것이리라. 말을 걸지 않은 것은 옆에 시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쯤되면 말킨 부인의 말따나, 이 세계에서 해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단 한 사람 빼고. 시온은 해리와 처음 만났던 몇 시간 전을 떠올리곤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볼드모트의 이름 넉 자를 들은 시온이 머리를 짚으며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설마 했지만 진짜 그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다. 동시에 왜 덤블도어가 해리를 그 집구석에 맡겼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고대 마법 타령하기에 노망이 났나, 했더니만 아직 노망난 건 아닌 모양이다. 이런 일이 있으면 맡길 수 밖에 없지.

그렇다고 해리를 데려온 걸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혼나게 된다면 얌전히 혼나야 할 것은 분명했다. 그나마 해리가 고대 마법에 대해 모르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물론 알았다 하더라도 해리는 그 집을 나와 시온을 따라왔을 테지만 시온은 그걸 몰랐다. 대신 시온은 해리를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온 형?”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 해리의 삶이 평탄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온은 안이했던 과거의 자신을 질책했다. 과거 그는, 설마 자신이 또 볼드모트와 일이 생기겠냐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생겼네. 그것도 이런 식으로. 이걸 제 팔자를 탓해야 하는지, 해리의 팔자를 탓해야 하는지, 원.

“…뭐 별 수 있겠니.”

“네? 시온 형?”

“아. 별 거 아냐. 이제 가자.”

얘기하느라 주문한 해리의 코코아 값을 지불하고 두 사람은 카페를 나왔다. 준비물을 맞추자 해놓고 이제 겨우 교복 밖에 못했기 때문이었다. 카페에서 나오자 마자 향한 곳은 서점이었다. 1학년 수업에 필요한 교과서들을 사기 위함이었다. 겸사겸사 자신이 읽고 싶은 책도 사고.

옷 가게와는 달리 서점에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그 사람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띈 것은 낯설어하는 부부와 반대로 책에 정신이 팔려 신경도 안 쓰는 여자아이였다. 보아하니 머글 태생 신입생과 그 부모님인 것 같았다. 그럼, 이상하지. 보통 머글 태생 신입생의 경우, 교수 하나가 안내해주지 않나?

시온이 의아해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사실 원래의 시온이라면 굳이 나서진 않겠으나, 해리와 같은 신입생이니까 도와주면 해리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잠시 실례합니다. 두 분은 이곳이 처음이신가요?”

“아, 네. 처음이에요. 여기 사는 분이세요?”

“네. 여기가 아닌 옆동네에 살지만요.”

부부는 시온을 마치 구세주 마냥 바라보았는데, 듣자하니―시온의 예상대로 교수가 안내해주기로 했는데―안내를 맡은 교수가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시온은 속으로 누구일지 대충 가늠해보았다. 적어도 덤블도어나 맥고나걸 교수님은 아닐 것이다. 두 사람은 마법세계에서 머글들을 두고 떠나는, 안이한 짓을 할 리가 없으니까.

이제 부임한 신입 교수거나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굳이 이걸 입 밖으로 꺼내 확인사살할 필요까진 없었으므로 말을 아낀 시온이 대신 안내를 자처하자, 부부는 눈에 띄게 기뻐했다. 하기사 낯선 곳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분명 기쁜 일일 것이다.

부부는 책에 정신이 팔려있던 여자아이를 불러세웠다. 정신없이 책을 고르던 여자아이는 제법 만족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시온과 눈이 마주친 아이는 그대로 잠시 멍을 때렸는데 그 귀 끝이 붉어진 것을 본 해리가 시온의 귓가에 속삭였다. 시온한테 반한 거 같아요. 아니, 그건 아닐 걸. 시온은 단호히 부정했다.

…맞는데요. 해리는 속으로만 반박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해리가 시온에 대해 파악하기로는, 시온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성이 부족했다. 자신감이 부족하고 본인이 얼마나 잘생겼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아마 해리가 백날천날 말한대도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해리의 판단은 현명했다.

뒤늦게 정신차린 여자아이가 제 부모에게 누구냐고 묻는 것을 들으며 시온도 잠시 책 몇 개를 골라들었다. 전부 해리가 쓸 1학년 교과서들이었다. 사실 시온의 집에 시온이 쓰던 교과서가 남아있기는 할 터이나 지금 쯤이면 먼지가 쌓여있을 것이며, 해리에게 새 책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시온은 그 선택지를 곱게 접어 치워버린지 오래였다.

“그러고보니 저희가 성함도 안 여쭤봤네요. 누구신가요?”

“아. 죄송합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시온 포레스트라고 합니다. 여긴 해리에요.”

“해리 포터에요.”

“성이 다른 걸 보니 …외조카인가요?”

“음, 비슷…합니다.”

굳이 과거를 꺼내어 설명하기가 귀찮았던 시온은 웃는 얼굴로 대충 긍정했다. 해리에게도 스스로를 삼촌이라 부르라고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물론 해리는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두 사람의 인사에 이어 맞은편에 서있던 부부와 여자아이도 인사했다. 그레인저 부부는 시온의 예상대로 머글세계에서 온 것이었다. 그 옆에서 여자아이가 해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야.”

“해리 포터야. 해리라고 불러.”

“그래, 해리. 나도 헤르미온느라고 불러줘.”

“응. 그레, 아니. 헤르미온느, 너도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거야?”

“맞아, 호그와트!”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대화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부부와 시온은 가게 안으로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아이들을 재촉했다. 교과서를 전부 찾았으니 계산만 하고 빠르게 가게를 나가기 위함이었다. 그에 헤르미온느가 조금 아쉬워하는 얼굴이었으나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시온의 말에 금방 밝아졌다.

헤르미온느도 해리처럼 준비물을 사는 중이었기 때문에, 서점을 나온 이후에도 다섯 사람은 같이 다녔다. 그들은 솥과 비커 등을 사기 위해 마법 솥 전문점에, 학창시절을 함께 할 부엉이를 고르러 아일롭스의 부엉이 상점에 들르기도 했다. 단 두 명에서 사람이 배로 불어났음에도 해리는 낯을 가리기보단 헤르미온느와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가장 마지막으로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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