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끝에서 너를 기다릴게

고죠*유지 / 연령조작

_ 선후배 고죠유지 ( 19*17 )

_ 연령조작

_ 약 2500자


< 청춘의 끝에서 너를 기다릴게 - 0



 _ ‘그’와 고죠사토루


 고죠와 이타도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둘의 성격은 너무나도 달랐다. 처음 이타도리가 고전에 입학했을 때, 처음 보는 친구들과 선배들이 말하기를.  


‘ 그 사람을 만나면 그냥 무시해버려. ’


 이타도리는 궁금했다. ‘그’가 도대체 누구길래. 어떤 사람이길래, 제게 이렇게도 이야기를 해주는 것일까. 



 이타도리가 고전에 입학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이제 땅 볕에는 슬슬 아지랑이가 보이고, 아스팔트 위에 서 있거나 하면 삽시간에 열이 올랐다. 이타도리는 이마에서 턱 끝, 목으로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짓이기며 옆에 앉은 쿠기사키를 흘겨봤다.


 한창의 임무 후여서, 그녀 역시 땀에 한바탕 적셔진 채였다. 끈끈한 땀을 이타도리와 같이 옷소매나 피부 결로 쓱쓱 닦아내며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모를 생수병을 들이키고 있었다. 


“하…, 더워.”


 이타도리가 웅얼거렸다. 겨우 두세마디 될 법한 말이지만, 안에는 이리도 더운 날에 대한 한탄을 깊이 담아 뱉은 말이었다. 쿠기사키 역시 그에 공감하는지, 생수병을 입에서 때곤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그녀가 입을 땐 물병은 아까 전까지만 해도 4분의 3은 채워져 있었는데, 그것의 거의 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야, 너 땀 엄청 흘리는데. 좀 마셔.”


 쿠기사키는 저를 흘끗 보더니, 작게 탄식하며 물병을 건넸다. 하긴, 제가 느껴도 이리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남이 보기엔 어떠하겠는가. 이타도리는 사양 않고 주는 생수를 받아마셨다.


“으아… 미지근해!”


 최악.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이타도리는 물병에 있는 물을 털어 마셨다. 병 안에 한 방울도 남지 않게끔. 


“웬 불평. 그래도 다 마셨구먼.”


 쿠기사키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이타도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내뱉었다. 


“아~ 일어나기 귀찮아.”


 이타도리는 꾹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외쳤다. 더위에 푹 젖은 것도 잠시고, 정말 일어나야지 생각을 하며 눈을 떴을 때는, 억 소리를 내며 뒤로 홀라당 넘어졌다.


“…뭔 일이래?”


 쿠기사키는 이미 안면이 있는 듯, 이타도리의 뒤에 선 남자를 올려다보며 중얼댔다. 그에 이름 모를 남자는 잠깐 쿠기사키에게 눈길을 주었다가, 이내 이타도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쭉, 선글라스 너머로도 보이는 푸른색의 눈동자가 이타도리를 서슴없이 응시하고 있다. 그러더니, 푹. 그의 미간이 좁아졌다. 왠지 모를 몸소름에 이타도리는 뒤로 넘어간 허리를 곧장 일으키며 시선을 파했다. 


 신기하게 생긴 남자다.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일단 자신보다 2, 30 센티는 족히 커 보이는 키에, 백발, 푸른색 눈, 잘생긴 외모까지. 마치 다른 종족… 그래, 책에서 언급하는 엘프? 같은 걸 보는 느낌.


“니들, 야가 선생이 부른다.”


 이타도리의 등 뒤로, 익숙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뒤에 선 남자의 목소리겠지. 쿠기사키는 한숨을 푹 내쉬는가 싶더니, ‘ 더운데~ ’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일어섰다. 그에 이타도리도 따라 몸을 일으켰다.



-



 이름은 ‘고죠 사토루’ 라고 했다. 물론 본인한테 들은 건 아니고, 쿠기사키가 알려줬다. 심지어 3학년. 아, ‘그’가 이 사람이구나. 이타도리는 막연하게 그리 생각했다. 처음 보는 그는, 딱히 인품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제게 악감정이 있는 듯했다. 애초에 초면부터 뚫어져라 바라보지를 않나, 얼굴 보고선 표정을 구기지를 않나.


 여기는 고전 내부였지만, 딱히 눈에 익숙하지는 않은 곳이었다. 이타도리는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이며 고죠의 뒤를 따라 걸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좋진 않았지만, 그 먼 곳에서 차를 타고, 고전에 도착해 이곳에 다다를 때까지 한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다. 물론, 이쪽에서 말을 걸고 싶지도 않아서 별다른 소통 노력을 하지도 않았다. 


 발에 걸리는 나무판자는 몇몇개가 삐걱거렸고, 점점 걷는 것도 지쳐서 도착을 희망하고 있던 쯤. 고죠가 발걸음을 뚝 멈췄다. 그가 멈춰 선 곳은 교무실. 정확히는 교무실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쿠기사키도 슬슬 말 없이 걷기에 지쳤던 걸까, 쭉 기지개를 켜며 문을 열었다. 


 이타도리는 조심스레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제 뒤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고죠의 기척을 살폈다. 움직이는 기색은 없고, 아마 그는 교무실에 더 볼일이 없는 듯했다. 이타도리는 흘끗 뒤를 보고선 미닫이를 닫았다. 



-



 야가 선생님은 고죠를 비롯한 3학년과 1학년, 둘을 이번 3개월간 합동훈련 시킬 것이라 하셨다. 쿠기사키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야가 선생님을 쳐다봤지만, 이내 ‘뭐, 이에이리 선배 있으니 됐나.’ 하는 중얼거림과 함께 항의하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나 역시도 합동훈련이 별로 달가운 소식은 아녔다. 


 물론 3학년의 게토 선배나, 이에이리 선배는 대충 짐작으로는 좋은 사람들 같았다. 허나 ‘그’가 문제였다. 고죠 사토루와 같이 합동훈련이라, 왜인지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까 말했듯, 첫눈에 봐도 됨됨이가 좋은 것 같은 사람은 아닌 것처럼 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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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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