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aggression
나만 볼 수 있는 모습
… 누나.
말 하지 마.
… 진짜 귀엽네요.
하지 말라고.
cute aggression
- 귀여운 공격성 (귀여운 상대를 보면 깨물거나 꼬집게 되는 반응)
하준서는 종종 황시아의 볼을 꾹 눌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가 알면 질색하며 혀를 찰 이야기였지만 하준서에게는 씨알도 안 먹혔다. 왜, 표정 변화가 적으면 볼이 말랑하다고도 하지 않던가. 그 말대로 황시아의 볼은 제법 말랑한 편에 속했다. 몇 번 만져본 적은 없지만 확실히 그랬다. 마음 같아서는 못된 말만 하는 그가 미워 양 볼을 쫙쫙 늘려버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연장자에 까마득한 선배이다 보니 그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니 오늘은 정말, 아주, 진짜로. 운수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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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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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활동 시기가 겹치면서 한 음악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게 된 날, 선배인 HUNTER의 대기실로 인사를 하러 갔을 때다. 당연하게도 일찍이 STARDUST 멤버들과 다같이 한 번 정식으로 인사를 하였고, 이번에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황시아에게 따로 인사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대기실에 노크를 했을 때 들려온 답은 무음이었다. 다시 한 번 노크를 하며 자기소개를 해도 되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냥 돌아갈까 고민했지만, 어쩐지 하준서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황시아의 이름을 불렀다.
“샤화 선배님…?”
대기실 안에는 HUNTER의 멤버들은 없고 황시아만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만 굉장히 놀라운 모습으로. 온갖 귀여운 삔이 꽂아진 채 아기자기한 캐릭터 담요에 돌돌 말려서 깊은 잠에 빠진 그를 보며 하준서는 눈을 부볐다. 이게 실환가. 다시 봐도 황시아여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부터 스멀스멀 올라갔다. 그가 이렇게까지 깊이 잠든 모습을 보는 건 하준서도 오랜만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에나 봤던 모습을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 몰랐다. 조심스레 볼을 콕 누르면 살이 말랑하게 폭 들어갔다가 다시 솟아오른다. 이것이 재밌었는지 또 다시 누른다. 별 것 아닌 행위임에도 묘하게 만족감이 차올랐다. 언제 깰지 모른다는 스릴도 있었다. 이러한 장난을 친 것을 들킨다면 분명 그는 매서운 눈으로 자신을 꿇어 앉히고 최소 삼십 분은 잔소리를 할 것이었다.
누나, 자요?
누나~
… … 시아야?
약간의 확인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준서는 안심하고 그의 볼을 꼬집기 시작했다. 행여나 깨지 않을까 과하게 힘을 줄 수는 없어도 물렁한 볼의 형태를 망가트리기엔 충분했다. 엄지와 검지로 살을 모아 쭉 잡아당긴다. 길게 늘어났다가도 제자리로 돌아가는 볼이 마치 젤리 같다.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다가도 또 히죽 웃으며 그간 자신을 괴롭혔던 못된 입술을 챱챱 때려본다. 한참을 그리 놀면 파르르 속눈썹이 떨리는 것에 몸이 경직 되었지만 머지 않아 다시 잠잠해진다.
진짜 안 깨어나네. 이상한 자신감이 붙었다.
하준서는 이 기회를 쉽게 놓치고 싶지 않았다. 황시아가 자신을 편하게 생각한다고는 하나,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잔뜩 풀어진 얼굴로 새근새근 잠에 빠져있는 얼굴을 보면 그간 느꼈던 설움도 사르르 풀렸다. 맨날 “싫어.”, “안돼.”, “네가 뭔데?” 같은 소리만 듣다가 입 다문 모습을 보니 천사가 따로 없다. 이래서 아이는 잘 때가 가장 예쁘다 하는구나, 라는 건방진 생각도 했다. 다만 그것이 선을 넘어서 하준서는 자기도 모르게 황시아의 한 쪽 볼을 앙 깨물어버렸다.
아, 망했다.
그렇게 고개를 들면,
…
…
녹음을 닮은 두 눈과 마주친다.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급하게 변명거리를 떠올리려 머리를 굴려보지만 이미 백지 상태에 들어간지 오래다. 누, 누나… 목소리가 애절하게도 떨렸다. 잘못했다고, 살려만 달라고 빌까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돌아다니는 와중,
“…”
꽃물이 든 것마냥 귀를 발그랗게 붉히고, 애써 손등으로 얼굴을 가리며 시선을 피하는 황시아를 발견한다.
… 딸꾹.
놀란 하준서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그가 느낀 감정은. 놀람, 당혹감,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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