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보호자가 되고 싶어
사랑의 끝은 부양욕이라던데.
“누나.”
“뭐.”
“저는 아무래도 누나를 키우고 싶은 것 같아요.”
풉, 마시던 오렌지 주스를 뱉어내니 턱을 타고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준서가 익숙하게 휴지를 뽑으며 “저런…” 한다. 친절히 샤화의 입가를 닦아주고 방긋 웃는다. 바로 이런 점이요. 묘하게 돌봐주고 싶다고 해야 하나? 쓸데없는 소리를 재잘거리는 저 입을 꼬매버리고 싶다. 샤화가 이를 빠득 갈며 하준서를 노려보지만, 정작 그는 아무런 타격도 없는지 쉴 틈 없이 입술을 움직인다.
저번에도 급하게 핫초코 마시다가 입 천장 다 데여서 고생하고, 대기실 이동하다 스텝 꼬여서 넘어질 뻔 하고. 지켜보고 있으면 불안해서 심장이 떨려요. 하준서의 순한 눈매가 추욱 늘어지며 마치 비 맞은 강아지 같은 표정 짓는다. 물론 당사자인 샤화 본인은 어이가 없다 못해 홧병으로 뒷목 잡고 쓰러질 지경이었다. 이게 진짜 미친건가? 심정을 표현하듯 입을 벌린 채 눈만 끔벅인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몰라도 하준서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누나는 또 밥도 잘 안 챙겨 먹잖아요. 신경 쓰이게. 멤버들은 잘 챙기면서 본인은 왜 안 챙기나 몰라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매일 당근 주스라도 갈아줬을텐데. 그리고 또-, 그만. 그만해.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았던 샤화는 결국 하준서의 입을 막아버린다. 손바닥에 묻혀 자유를 빼앗긴 하준서가 뾰로통한 표정 지었다.
“너 진짜 미쳤니.”
긴 숨을 뱉으며 손을 내린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관자놀이를 꾹꾹 문질렀다. 하준서는 굴하지 않고 눈썹을 치켜세운다. 일종의 반항이다. 샤화는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화를 시도했다. 누가 누굴 키워. 제가, 누나를요. 아무래도 대화는 글러먹은 듯하다. 샤화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종하질 말아야지 다짐하고 짐을 챙기면 하준서가 가만히 지켜보다 덧붙인다.
“누나만 보면 밥부터 챙겨주고 싶고, 다치지 않게 지켜주고 싶고, 추울 땐 따뜻하게 해주고 싶고, 피곤해보이면 옆에서 재우고 싶어요.”
“그냥 가라.”
샤화는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쬐깐한 머리에서 무슨 생각이 그리 돌아가는건지. 하준서를 뒤로 한 채 자리에서 벗어난 샤화는 기숙사로 걸어가면서도 심란함이 줄지 않았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자기를 키우고 싶다는 결론에 들어설 수 있나. 한숨만 푹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의 말을 곱씹어 볼 수록 착잡해진다. 내가 쟤한테 약한 모습을 보인 적 있던가? 아니면 저 놈이 무리한 스케쥴로 정신이 나간건가?
…
그리하다 끝내 가던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선다. 되새겨보면 그 말의 의미는 하나로 이어졌다. 자신이 내린 결론에 도달한 순간. 샤화는 얼굴을 꽁꽁 가려야만 했다. 쿵쿵 심장이 뛰고, 사과마냥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으니.
“… 또라이 같으니라고.”
정말 골치 아파졌다는 사실만 깨달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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