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이지현] 논개

어바등

-어바등 5, 6권 스포(이북으로 봐서 몇 화인지 잘 모르겠슴다)

-6권의 지현과 5권의 지현의 차이가 날 너무 벅차게 만든다…

-성경 잘 몰라요 검색해서 썼는데 혹시 틀렸으면 알려주세요

중학생 때였나, 고등학생 때였나, 국사 시간에 임진왜란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충무공의 찬란한 업적과 더불어 육지에서 일어난 싸움을 곁들어 수업하던 선생님은 돌연 한 여성에 대해 언급했다.

"너희들, 논개라는 사람 알고 있니?"

방대한 역사를 교과서에 쑤셔 넣느라 생략된 이름이었으나, 학생들 몇 명은 자신있게 끄덕거렸고 반 정도는 '어디서 들어봤더라...'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생님은 자신있게 끄덕거린 아이들 중 공부에 관심없기로 유명한 남자아이를 콕 집어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자 게임할때 종종 쓰는 단어라고 말해 아이들을 피식거리게 만들었다.

황당하다는 듯 웃은 선생님은 논개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조선에 쳐들어온 적장을 유인해 끌어안고 절벽에서 뛰어내린 부인의 이야기에 학생들은 멋지다며 감탄했다. 몇 명은 멍청하게 죽임당한 왜군 장수를 비웃었다.

그 날 점심시간, 필연적으로 대화 주제는 그 위인이었다. 당시 여인의 몸으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그의 결단을 칭송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지현은 침묵했다.

멋진 사람이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태어나기도 전부터 교회 사람이었던 지현은 자신과 남의 생명을 꺼트린 이야기는 불편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일임을 머리로는 이해했으나 껄끄러운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너네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동반자살이라도 해서 멈출거야?"

친구 중 하나가 물었다. 난 아마 할 듯! 난 무서워서 도망갈 거 같은데. 여러 대답이 나왔다. 지현은 그 때 뭐라고 대답했더라.

왜 갑자기 그 때 일이 생각나는걸까. 지현은 저도 모르게 실소했다. 엘레베이터 바닥에 잘못 착지해서 발목을 접지른 지현은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차를 타고 돌진한 저 사악한 여자는 제가 차로 친 후에 즉사하지 않은 인간들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 바로 내려오지 않았다.

지현은 무릎을 세워 엘레베이터의 계기판으로 기어갔다. 엘레베이터는 전문이 아니라 조종해서 위아래로 움직이게 만드는 건 어려웠지만 그보다 훨씬 쉬운 건 알았다.

"마태복음 5장 21절."

살인하지 말라 누구든지 살인하면 심판을 받으리라.

지현은 옆구리에 차고 있던 작은 가방에서 니퍼를 꺼냈다. 천장에서 여자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다 멈췄다. 확인이 끝나는 대로 저 여자는 여기로 내려올 것이다.

선 하나를 끊으며 지현은 이를 악물었다. 시야가 흐려졌다 맑아지기를 반복했다. 뺨에 축축하게 흐르는 것이 땀이 아니라 눈물인 모양이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

마태복음...어디더라. 지현은 굵직한 선들을 마구잡이로 잘라냈다. 이제 생각났다. 그때 자기가 친구들에게 뭐라고 대답했는지.

자살은 살인과 버금가는 대죄다. 심지어 동반자살은 자살과 살인을 동시에 저지르는 일이다. 지현은 절대 안 할거라며 딱 잘라 말했었다.

하하.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거구나.

지현이 마지막 선을 자르는 것과 엘레베이터가 덜컹 움직인 것, 그리고 천장에서 퍽 소리가 난 것은 거의 동시였다. 훅 떨어지는 엘레베이터에 순간적으로 몸이 붕 뜨며 천장에 부딪치며 지현은 아마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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