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가 돈을 많이 벌기를 바라는 소원이 있었는데요
소원+무현+해량
-외전:백상아리 이후
-약개그 논컾. (해량무현 소량 첨가)
“요즘 이상하지 않아요?”
급하게 찾아온 환자의 치료를 마친 무현이 진료실에서 나오며 소원에게 말을 걸었다. 예약 환자 리스트를 확인하고 있던 소원이 고개를 들었다.
“뭐가 말씀이세요?”
“얼굴을 맞은 환자가 너무 많이 오잖아요.”
무현이 그 말을 하며 그의 접수원을 내려다 보자, 접수원은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뭐 근처에서 패싸움이라도 벌어졌나보죠. 저희야 돈 벌고 좋은 거 아닐까요?”
“소원씨. 저는 제가 돈을 벌기 위해 남들이 이빨 부러져라 싸우는 걸 원치 않아요.”
“넵.”
소원이 농담을 던졌다가 떨떠름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렇지. 우리 원장은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든 착하고 양심적인 사람이었다. 소원은 절대 들키지 말아야겠다고 한 번 더 다짐했다.
“선생님 계신가?”
“어. 안 계셔. 꺼져.”
“계시는군. 선생님 저 왔습니다.”
환자가 없는 시간을 귀신같이 알아채선 놀러 오는 거구의 남성을 소원이 째려봤다. 1층에서 사온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접수대 위에 올려놓고 원장실로 향하는 해량을 되돌려보낼 구실만 있었으면 진작 쫓아냈을 것이다. 안에서 해량씨!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닫히고 웅웅거리는 저음만 들린다. 컴퓨터 타자기를 두드리던 소원은 곧 환자 예약시간이 다가와 기쁜 마음으로 손수 내쫓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안타깝게도 해량이 한 박자 빨랐다.
“이따 저녁에 봬요.”
“네~”
무현에게 인사를 하고 나온 해량은 일어서 있던 소원을 한 번 쳐다보더니 그대로 뚜벅뚜벅 나갔다. 계약만 아니었어도 확 어디다 치워버렸을텐데. 소원이 멀어져 가는 해량의 뒷통수에 대고 주먹을 흔들었다.
[없다.]
“장난해? 왜 없어.“
[소문이라도 난 모양이지.]
“그럼 어디서 끌고와서 던져 놓던가.”
[다른데서 물색해서 끌고 오기엔 이미 시간이 늦었다.]
소원은 통화하던 폰을 내려 화면을 봤다. 새벽 5시 15분. 타겟을 찾겠다고 근처 거리에서 너무 오래 죽친 모양이다. 이러다가 원장님을 만나기라도 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알았어, 그럼 오늘은 어쩔 수 없지.“
뚝.
“이런 싸가지.”
소원은 마무리 인사도 없이 끊긴 전화에 대고 혀를 찼다. 그러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아무리 양아치들이라도 며칠 내내 이 골목에서 턱뼈가 나가거나 이빨이 부러지게 처맞으면 소문이 나는 게 당연하겠지. 다른 곳에서 사냥감을 찾아 치과로 유인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소원은 치과로 출근했다.
“소원씨 요즘 피곤해보여요.”
“아하으어…예?”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던 소원은 무현이 불쑥 건넨 걱정에 입을 합 다물었다.
“제가요?”
“네. 눈 밑도 좀 퀭한 것 같고…요즘 잠을 잘 못 자나요?”
“아, 음, 뭐어….”
“그럼 출근 시간을 좀 미룰까요?”
어물어물 대답하려던 소원은 무현의 마지막 말에 눈을 치켜떴다. 아무렇지 않은 듯 물어보고 있지만 목소리에서 들뜬 기색이 느껴졌다.
“원장님, 헛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세요.”
“아니, 소원 씨도 피곤해 보여서 저는 걱정하는 마음에-”
“멀쩡하답니다. 일이나 하세요.”
“….”
무현이 누가 사장이고 누가 직원인지 모르겠다며 투덜투덜 자리를 떠났다. 아이 때문에 9시에 출근한 나영이 활기차게 인사하며 들어왔다가 초췌해보이는 소원과 무현을 보고 팔을 내렸다.
새로운 먹잇감이 치과를 찾아오는 데엔 이틀이 걸렸다. 바로 다음 날 환자를 만드는데에는 성공했지만 이 자식이 박무현 치과가 아니라 다른 치과로 가버린 탓이었다. 소원은 상대를 맹비난했고 상대는 말없이 듣고 있다가 소원에게 책임을 미뤘다. 애초에 거기가 턱뼈 골절 전문으로 유명했다면 그 놈이 당연히 거기로 향했을텐데 네가 홍보를 대충했다는 이유였다. 소원은 분개했고 당장 <턱뼈골절전문>으로 광고를 넣으려다 무현에게 저지당했다.
“턱뼈 골절 전문이라뇨, 소원씨.”
무현이 착잡한 얼굴로 물었다.
“요즘 자꾸 얼굴뼈가 부러지거나 함몰되거나 금이 간 사람들이 오는 것 같은데, 혹시 아니죠?”
“혹시 아니냐는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소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즘 턱뼈 다친 사람들이 많이 와서 원장님 경험도 쌓였을테니, 그걸로 홍보해보려는 것 뿐이었는데요.”
“…그래요.”
무현이 양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더니 소원에게 나가도 좋다며 손을 내저었다. 자리로 돌아오니 그새 문자가 와 있었다.
{걸릴거면 혼자 걸려라}
{너나 똑바로 해}
소원이 이를 갈며 답장하고 폰을 꺼버렸다.
걸리려면 혼자 걸리라던 둘은 결국 같이 걸렸다. 다른 곳에서 공수해오기 시작한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대충 근처 골목에서 아침에 깨도록 조절해서 기절시킨 양아치가 약발이 잘 들었는지, 그들이 예상한 이른 시간이 아니라 점심시간이 다 됐을 즘에 비틀거리며 치과에 방문한 것이다. 마침 점심을 같이 먹자고 들렀던 해량이 환자 접수 알림으로 원장실에서 나오다가 그 환자와 눈이 마주쳤고.
“으아아아아악!!!!”
해량을 마주하자마자 벌어지지도 않는 턱으로 비명을 지른 불쌍한 양아치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해량은 얼어 있었고, 소원은 벌떡 일어섰으며, 무현은…원장실에서 나오다가 둘의 반응을 봐 버렸다. 둘이 순간 주고받은 눈짓까지도.
기절해버린 환자를 깨워 무료로 치료해서 보내준 무현은 귀한 점심시간에 둘을 소파에 앉혀놓고 그 앞에 서서 팔짱을 꼈다.
“설명해요.”
“….”
“….”
“지금까지 왔던 턱뼈 및 치아 손상 환자들 모두에게 찾아가 환불해주고 사죄하기 전에 당장 불어요.”
“사실은 그게요,”
“선생님 사실은,”
동시에 입을 열었던 둘은 서로 눈짓을 주고 받더니 무현을 올려봤다. 단호하다 못해 냉기가 흐르는 무현의 모습에 둘은 결국 사실대로 털어놓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해량이었다. 인테리어 핑계로 건물에 놀러 나왔다가 심야에 퇴근하던 해량은 근처 건물 사이에서 학생의 돈을 갈취하는 양아치 3명을 손봐줬다. 해저기지에서의 습관대로 이빨부터 부숴버린 해량 덕분에 양아치들은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연 박무현치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환자들을 보고 깔끔한 실력을 알아차린 건 소원이었다. 소원은 바로 해량에게 연락했다. 나쁜 놈도 혼내주고 치과도 돈을 벌면 좋은 것 아닌가? 해량도 동의했다.
둘의 범죄 고백을 고해 들은 무현은 한 손으로 미간을 짚었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무현이 고개를 들자 해량과 소원의 어깨가 움찔 굳는 것이 보였다.
“나쁜 놈들 혼내주려다가 그런 거라고요?”
“예.”
“진짜로? 한 대 패려고 살짝 떠보거나 그러지 않고?”
“….”
해량이 시선을 피하며 입을 다물자 소원이 해량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 대충 구라라도 까라는 뜻이었지만 해량은 또 거짓말을 하기는 싫었다. 무현에게 미움받을테니까.
“소원 씨.”
“…넵.”
“병원 직원이 패라고 시키면 돼요, 안 돼요?”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이 그래요?”
“죄송합니다.”
무현이 그늘진 얼굴로 둘을 내려보다가 극약처방을 내렸다. 해량은 치과 2주 방문 금지. 소원은 시말서 20장 써오기.
“네?! 시말서요?! 스무 장이요?!?”
“원래라면 그 분들한테 사과하라고 해야하지만, 맞은 입장에서 가해자가 찾아오는 것도 무서울테니까요. 직접 팼던 사람들 명단 넘겨줘요. 환불해줄 거니까.”
“화, 환불은 안 돼요. 무슨 명분으로 해줄건데요! 저희가 팼다고 하시게요?!”
“그럼 뭐 포인트 쌓여서 무료로 치아 검진이랑 치료 해준다고 해요. 문자 보내도록 하세요.”
기겁하는 소원에게 무현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옆에서 눈치를 보던 해량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그래도 2주 방문 금지는 조금 너무한 것 같습니다.”
“2주 방문 금지에 반성문 20장도 추가하기 전에 조용히 하세요.”
“….”
입을 다물고 시선을 내리까는 해량에 이어서 소원이 두 손을 모아 무현을 올려봤다.
“저도 그냥 출근 금지만 시켜주시면 안 돼요?”
“안 됩니다.”
화가 난 무현은 무서웠다. 해량은 무현의 근처에서 알짱거리다가 괜히 신경을 거스를까 싶어 아예 건물 근처로 오지도 않았고 소원은 이를 악물고 시말서를 작성했다. 몸만 잘 굴리면 되었던 용병 인생에 시말서를, 그것도 20장이라니. 쥐어짜내고 짜내서 작성한 상황보고와 반성이 담긴 시말서를 내밀자 무현은 한번 슥 읽어보더니 웃으면서 반려시켰다. 15pt는 좀 양심이 없지 않나요 소원씨? 소원은 반박하는 대신 조용히 돌아와 글자 크기를 12pt로 줄이고 다시 뇌가 말라 비틀어질때까지 생각해야했다.
2주가 지나 해량이 눈치를 보며 치과에 들어섰다. 매번 해량의 방문이 맘에 안 든다는 듯 째려 보던 소원은 멍하니 컴퓨터를 두들기다 뒤늦게 해량을 발견하고는 힘 없이 원장실을 가리켰다. 해량이 쭈뼛거리며 원장실에 들어서자 무현이 고개만 들어 아는 체 했다.
“반성 하셨나요?”
“네.”
“정말요?”
“네.”
우람한 덩치를 있는 힘껏 구겨서 쪼그라든 해량을 보던 무현이 웃었다. 또 그러면 안 됩니다, 하고 해량의 뺨을 가볍게 찌른 무현에게 인사하고 나온 해량은 어딘가 반쯤 넋이 나가 있는 소원과 눈을 마주쳤다. 그의 앞에 있는 모니터에 여전히 시말서가 띄워져 있는 것을 눈치 챈 해량은 말 없이 치과를 나섰다.
원장님 돈 벌게 해주겠다고 환자를 만드는 소원이랑 해량이 보고싶네 하다가 썼습니다. 당연히 무현쌤은 그런걸 받아들일 위인이 아니지…날고 긴다는 용병 둘이 화난 무현 쌤 눈치 보는거 너무 귀엽지 않나요. 소원씨…무현쌤이랑 같이 은퇴까지 했으면 좋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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