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서의 59가지의 비밀

인기란?

하니버스 by 심한
8
0
0

세상엔 사람의 지능으로도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네로는 최근들어 알게 되었다. 저택에서 있었던 일? 아니면 자신이 꿈꿔온 환상이 전부 거짓의 믿음이라는 것? 아니 그것도 포함하여 지금 자신의 옆에서 나란히 걷고있는 사람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갈색머리에 둥그런 눈썹을 가진 선글라스를 유독 좋아하는 괴짜, 렛서를 내려다보며 네로는 이 사람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아~배고파~!”

군대란 온갖 인간군상들이 모이는 집단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보았고 또 지휘해 왔으며 인간이 아니었던 언저리들도 어떻게든 인간처럼 만들어 본 네로는 몇년이 지나도 이해 할 수가 없는 자신의 친구를 보며 여전히 곤혹감을 느꼈다.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였다 오히려 사람이 너무 가깝다고 봐야했다. 쓸데없이 착하고 바보같으며 또 바보같은 인간, 쓸데없이 신경쓴다는 말을 사람으로 빚으면 이런 애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알아가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단순하면서도 이해가 안되는 행동패턴에 네로는 눈가를 좁히며 렛서를 노려봤다.

“돈은?”

“알바수당 나오려면 좀 남았어, 어차피 점심만 먹고 오늘은 공강이니까 알바뛰러 갈거야. 그러니 오늘 운동은 못하니까 혼자 가서 해.”

렛서는 재잘거리며 네로에게 떠들어댄다. 차가 침수되어 수리비를 벌겠다며 알바를 몇개나 뛰고 있단걸 알고있었지만 이미 그것도 충분히 벌었을 시간이 지났다. 그럼에도 왜 알바를 계속하고 있는걸까. 네로가 알기에 렛서가 하고 있는 알바는 세개정도 있었다, 강아지 목줄을 양손 허리에 묶고 돌아다니는 산책알바. 간혹 공원에 가보면 강아지들한테 끌려다니거나 쓰러져 핥아지고 있는 렛서를 볼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식당 서빙 유독 손님들과 친해져 평판이 좋았다, 마지막은 병원 일손돕기 간호사들이나 간병인들을 중심으로 일손을 돕고있다.

하나같이 전부 돈이 잘 되질 않는 힘들고 고된 알바였다, 왜 하필 그걸 하고 있냐 물어보았으나 네로에게 돌아온 렛서의 대답을 듣자 더 어이가 없었다.

“아?어 그거? 산책알바를 하는 곳은 사람들이 유독 바쁜 곳이거든 그러다보니 개들을 키우는 사람들은 산책 할 시간이 없어서 그래. 적어도 돈을 벌거면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게 좋지 않아? 식당이야 뭐 내가 자주가는 곳이니까 잘 봐주시기도 하고..병원은 의사만큼 간호사랑 간병인들 손은 항상 부족한 곳이니까.”

돈을 벌면서 사람들을 신경쓴다, 돈을 번다는 목적에 부가적으로 사람들을 돕는다는게 전제로 깔려있다. 어릴적부터 몸을 쓰며 돈을 벌어온 네로에게 있어 그 대답은 어딘가 어긋난 듯한 인상을 받았었다. 네로는 저멀리 같은 대학 사람들에게 얻어먹으러 가는 렛서를 보며 여전히 미간을 좁힌채로 서 있을 뿐이었다.


“과제? 다 했지. 너는? 힘들면 좀 도와줄까?”

“아, 아냐 괜찮아. 그렇게 급한것도 아닌데..”

그래? 하고 덧붙이며 렛서는 포크에 꽂힌 샐러드를 입안에 밀어넣었다. 다행히 돈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 돈이 없던 찰나에 친구들에게 붙어 점심을 구걸하는 것에 성공하여 괜찮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다같이 오면 좋았겠지만 다들 다음 강의가 있어 결국 동기여자애랑 같이 올 수 밖에 없었다.

“넌, 실습을 어떻게 그렇게 잘해?" 어디서 연습했어?”

“응? 실습?”

그렇게 물어오는 여자애의 눈을 보며 렛서가 고개를 기울였다, 실습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게 왜 자신이 있는지 어디서부터 근거한 실습에 대한 자신감인지는 몰랐다. 그저 여기를 가르면 피부가 잘 열리겠구나 여기를 때리면 박힌 이물질이 빠지겠구나 하는 느낌? 감각이 있었다. 아버지와 관련한 이유일까 하는 생각에 그런 대답을 할 수가 없으니 결국 또 얼버무리는 수밖에.

“너에게 나의 59가지의 비밀중 하나를 밝혀야겠네.”

“비밀이 있어?”

“집안에 내려오는 비밀 중 하나..바로 지식은 뺨에 저장된다는 사실이지..! 지식주머니라고 해야할까.”

“뭐…하핫..그게뭐야! 그냥 살찐게 아니고?”

마지막남은 샐러들을 모아 포크에 꽂은 렛서가 그것을 한입에 털어넣고 조용히 씹어댄다. 차마 대답할수가 없는 물음에 침묵하기도 잠시, 렛서는 동기의 손을 잡고 자신의 뺨에 조심히 가져다 대면서 키득 웃었다. 잡힌 손이 아프지 않게 살며시 제 뺨을 쥐게하고 만지게 했다.

“어때ㅡ,내 자랑중 하나라고.”

렛서는 자신의 뺨에 묘한 자부심이 있었다, 유독 만지기 좋다며 자신의 어머니가 볼때마다 한번씩은 만져보곤 했으니까. 심지어 그 아버지조차 만져보았으니 감히 자랑해도 충분한 부위임을 렛서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분명 그랬을텐데.

“..어, 별로야?”

정작 만지고 있는 당사자는 그렇지 않았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몸이 경직됐다. 손에 땀이 차는지 조금 물기마저 느껴졌고 그제서야 아차 싶었는지 렛서는 동기의 손을 놔주며 살짝 거리를 벌렸다. 안일했다, 자신의 친구인 카일이 이르길 이성에게 갑작스러운 접촉은 오히려 반감만 이르킬 이유가 된다고 들었었다. 또 실수했다는 생각에 렛서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미안, 알바갈 시간이네. 갑자기 손 잡아서 미안했어 점심 잘 먹었고..다음엔 내가 살게! 안녕!”

“아. 어 어 응..잘가.”

뒤돌아 걸어가는 렛서의 뒤로 잠깐 자신의 손을 매만진 동기는 그만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