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한 삶에 한줄기 빛을.
흉성이 이다.
순수함은 무엇인가. 단순히 자신의 처녀성을 지킴으로서 순수함이 증명되는가. 순수함의 정의는 잡것의 섞임이 아니하였거늘 사람의 순수함을 무엇으로 증명해야 하는가, 아이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함에도 아무렇지 않게 남을 해할지도 모르는 것을 품고있으니 순수하지 아니하였으며 그 어떤 교육도 거치지 않은 야생의 인간은 야성을 품어 그렇지 아니하였으니 이또한 아니며 과연 사람의 순수함이란 무엇인가
“깨끗한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깨끗하나 더럽고 믿지 아니하는 자들에게는 아무 것도 깨끗한 것이 없고 오직 저희 마음과 양심이 더러운지라”
아! 무엇이 깨끗한가. 무엇이 더럽고 어떤 행위가 순수함을 더럽히는가. 그것에 대한 의문은 한없이 품어왔으나 명확한 대답은 듣지 아니하였으니 이것은 질문이요 마땅한 물음이며 대답을 듣기 위한 숭고한 과정이니. 그리하여 만들어진 이 자그마한 의식에 누가 감히 비난을 퍼부으랴, 하는 이도 만족스럽고 그것을 받는이 또한 기뻐하니 이것은 사랑이오 사랑으로 빚어낸 의식이라 할 수 있으니.
그래 이것은 깨끗한 사랑의 결실이니! 양손을 펼치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청년의 입가엔 찢어질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환한 미소와는 반대로 그들이 있던 실내는 삭막하기 그지 없었으니 차갑고 칙칙한 회색 돌바닥과 돌벽이 사방을 막고 있었고 천장은 기껏해야 펼친 손 그대로 조금 세게 뛴다면 닿을 정도로 낮은 천장이었다.
“주님내게물으시되너사람아많은죄를짓고죄를뉘우치며회개하기를청하는죄많은사람아너는그토록많은죄를지으면서도어찌하여나를만나기를청하느냐이런물음에내가답하매아!주님이시여저는태생이망각을갖고태어난비루한사람입니다!그렇기에이리청하니”
“….”
“….”
아 그 청년의 입에선 쉴 새 없이 말이 터져나왔다, 누가 본다면 흡사 마약을 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언가에 홀린듯 양손을 펼쳐 들어 콩콩 뛰는 알몸의 청년과 그 앞에 양팔과 다리를 꽁꽁 묶인채 누워있는 알몸의 중년여성 또한 터져나오는 복음에 맞추어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녀가 누워있는 차가운 침대는 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곳곳에 검은 피가 굳어 딱딱하게 붙어있는 것이 마치 침대라기보단 제단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십자로 묶여진 여성의 각각의 위치엔 작은 촛불이 휘청이며 타오르고 있었고 복음을 쏟아내며 뛰고 있는 젊은 청년에게 맞추어 불꽃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일렁이고 그를 비추는 그림자는 살아있는 것처럼 빙글빙글 춤을 추고 있었다.
“저는이토록순수함에한없이가까워지고자하였으나인간의몸과마음으로는차마그러지못할지니주예수의그것을닮고자하니부디나를가호하소서!”‘
청년은 그렇게 말하고 제단의 옆에서 아주 날카롭게 벼려진 은빛의 송곳을 집어 들었다.그 뒤의 일은 마치 벼락처럼 이뤄졌다, 여성의 양 손등에 송곳을 찔러 구멍을 뚫자 송곳보다 날카로운 여성의 비명과 함께 뒤이어 여성의 발등에도 송곳을 찔렀다. 송곳을 짧게 찌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절반가량 깊숙히 박아넣어 그것도 모자란지 송곳을 휘저으며 핏빛 구멍을 사정없이 넓혀갔다.
“그 분의 닮음으로서 순수함에 한없이 가까워지다니, 비록 부활은 불가능하더라도 당신의 사랑은 내 깊이 기억하겠네.”
청년은 그렇게 말하며 입꼬리를 올려 순수하디 순수한..그리고 어딘가 느껴지는 아련함과 뿌듯함. 애정과 비통함이 한데 섞인 웃음을 흘리며 여성의 뺨을 조심스럽게 쓸어만졌고 여성 또한 비명을 지르는걸 멈추고 아직 남아있는 고통에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여성의 각오가 느껴질때 청년의 마지막 송곳이 여성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
“실례합니다. 성사(星士)님 정보가...”
와인잔에 붉은 물길이 담겨진다. 알몸의 여성의 옆구리에서 흘러내리는 성혈을 두손으로 받아 와인잔에 옮기고 있던 청년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와인잔을 들고 목소리의 주인을 맞이했다. 촛불은 이미 전부 꺼져 빛 한점 없는 밀실이 된 탓에 빛이라고 할 만한것은 청년을 부르던 남성의 뒤에 열린 문 틈 사이로 흘러나온 빛뿐이었다.
“잠시.”
청년은 와인잔에 담긴 성혈을 마시며 남성의 목소리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남성은 익숙한듯 걸어와 청년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행여나 누가 들을까 싶은지 매우 조심스러운 몸짓이었다.
“…허.”
입가가 피로 번진 청년이 괜히 헛숨을 뱉었다. 그만큼 남성이 말한 정보가 그럴만하기도 했고 약간의 허탈감이 느껴질 듯한..무언가 여러 감정이 뒤섞인 숨을 천천히 내쉬며 보이지 않는 하늘을 보기 위해 밀실의 차가운 천장으로 고개를 들었다.
"흉성(凶星)이 되었구나, 플루토.“
문 틈새로 흘러나온 빛에 청년의 백금발이 반짝였다.기껏해야 20대는 겨우 넘었을 법한 외모. 알몸임에도 불구하고 한점 부끄럼 없이 한손에 뒷짐을 지고 성혈을 전부 입에 털어넣은 청년은 와인잔을 바닥에 내던지며 천천히 밖으로 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큰 일을 겪었나 보구나,하기야 하늘의 길을 어찌 사람이 걸을까. 하늘길을 걷는 것은 오직 소수의 별뿐이거늘.”
한발을 내딛는다, 청년의 어깨에 옷이 걸쳐진다.
한발을 내딛는다 , 청년의 머리에 불투명한 베일이 얼굴을 가린다.
한발을 내딛는다, 청년의 허리에 별빛이 반짝이는 커다란 천이 둘러졌다.
한발, 그 한발을 걸으며 올라갈 때마다 청년의 몸은 거대한 불을 두른 별처럼 감싸인다. 밀실에서 나왔을 때, 환한 햇빛이 그를 스치고 그늘이 드리우면 숲속 한복판, 넓다란 초원에 침묵을 지키며 앉아있는 사람들이 청년을 일제히 올려다 보았다.
“별의 아이들아.”
청년은, 딜런은 그렇게 운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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