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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커미션 15-1. [엘리+톰] 그것이 설령 위선이라 할지라도

드림 - 엘리아+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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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톰] 그것이 설령 위선이라 할지라도

나는 내 구원자의 살인자다.

천벌 같은 빗방울이 내게 죄인의 세례식을 행하는 중이기에 우산은 정중히 사양하였다. 당신의 관은 내 심장에서 파내어져 하데스의 품 안으로 이장되었다. 하데스가 그 심연의 팔을 뻗어 당신을 안아주면 당신을 감싼 손 위에 매년 꽃이 피리라.

그렇다면 내 심장의 묫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

당신이 진정 내 심장에서 이장된 것이라면 나는 당신의 그릇된 하데스였으리라.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선고한다. 너는 죄인이다, 너는 죄인이다, 그대는 죄인이로다……. 나는 속절없이 그 선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비를 멈출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므로. 죄 있는 자여 침묵할지니. 그러나 나는 머리를 들고 항의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이장당한 심장의 구멍은 무엇으로 채우란 말이냐. 페르세포네가 아닌 당신은 다시는 지상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인데.

덤블도어 교수님은 계속해서 내 머리 위로 우산을 씌우려 했다. 신경 쓰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걸 겨우 참고 몇 번이고 사양했다. 그는 한 번 더 권하려다 내 얼굴을 보고는,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는 말만을 남기고 물러났다. 정말이지 나는 소리치고 싶었다. 교수님이 대체 무엇을 알아? 대체 나의 무엇을 안단 말인가. 내 심장의 구멍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당신의 모양이어서 덤블도어 교수님이 몸을 아무리 구겨도 들어올 수 없다. 그런 것도 해줄 수 없는 주제에 대체 무엇을 알고 떠든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소리 지르지 않는다. 머리를 들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내 심장 대신 하데스의 품으로 뛰어 들어간 당신을 본다. 디핏 교장이 당신의 머리맡에서 당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혹시 거기서 다시 튀어나올 생각은 없어? 당신은 저런 사람이 아니잖아. 애초에 저 자가 왜 당신의 추모사를 하지? 당신이 누군지 아는 사람은 나뿐인데. 진정한 당신을 아는 건 이 세상에 오로지 나뿐인데. 저 자리엔 내가 있었어야 했다. 오직 나만이 저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다. 오직 나만이…….

내려치는 천둥이 죄인의 어깨를 짓눌렀다. 나는 별 수 없이 이 자리에 못 박혔다. 내 손에 당신의 피는 묻어있지 않은데도. 아니, 당신은 시간여행자이므로 피도 투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 온몸을 적신 이것이 당신의 피인건가. 가능성은 충분했다. 당신도 나처럼 특별했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역시 내 구원자의 살인자인가. 나는 상심한 나머지 당신의 특별과 특이를 혼동하고 만다. 그러나 이장당한 심장에 흙조차 덮이지 않는데 그 누가 멀쩡하겠는가?

시간여행자였던 당신은 가족이 없었기에 맥고나걸 사감이 삽을 든다. 사감과 꽤 친했었지, 당신. 혹시 미래에도 그가 당신의 사감인 걸까? 아니 분명 그러할 것이다. 사감과 당신의 사이에는 드물게도 내가 끼어들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혹시 그리핀도르였을까. 하지만 당신의 복수는 더할 나위 없이 슬리데린스러웠다. 당신은 슬리데린이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대로 쭉 교수직을 계속해 슬리데린의 사감이 되어도 좋았으리라. 이제와 이런 가정 따위 아무런 소용이 없을 테지만.

당신의 위에 흙이 덮인다. 당신을 하데스의 품으로 떠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망설임이 없다. 그 누구도 항의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었다. 당신은 인망이 높았는데 왜 망설임 없이 당신을 보내는가? 나와 당신을 알던 사람들이 내게도 진행을 권했지만 나는 사양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내 것을 뺏기는 과정에 동참할 리가 없지 않은가.

당신은 실로 훌륭하게 복수에 성공했다. 당신의 인고는 마치 설리번 선생 같아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는 나에게 기어이 사랑이라는 글자를 가르치는데 성공했다. 분명 당신이 알려준 나의 태생은 사실이었다. 나는 사랑의 묘약으로 태어난 자이기에 사랑을 몰라야 했으며 따라서 사랑 따위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해야 마땅했다. 그런 내게 당신은 지쳐 떨어질 때까지 사랑을 가르쳤다. 나로서는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걸 성공한 당신은 분명 특별했다. 오죽하면 마지막까지도 특별했다.

실종상태의 아동을 찾다 금지된 숲으로 따라 들어가 아이만 겨우 구출한 뒤 사망. 사람들은 당신을 불운하고 고귀한 영혼이라고 칭했다. 사고가 겹치지 않았더라면 무사했을 천재였다고도 했다. 마법세계의 큰 손실이라고 다들 입을 모아 말했다.

개소리!

형편없는 개소리를!

웃기지 마. 불운이라고? 사고라고? 큰 손실이라고? 당신들의 눈은 모두 옹이구멍인가? 그걸 눈이라고 달고 있나? 그게 눈인가? 두개골에 뚫린 구멍일 뿐인 게 아니고?

아아, 오직 나만이 당신의 사인을 안다. 오직 나만이 당신의 병명을 안다. 오직 나만이 당신의 패배를 안다. 오직 나만이……. 나만이, 당신을 살해할 수 있던 거였나. 나는 비참한 환희에 소리 내어 웃고 만다. 보지 마! 날 그렇게 불쌍한 놈처럼 보지 말라고!

덤블도어 교수님이 날 제지하기 전에 나는 웃음을 거두었다. 그래, 나는 당신의 사인을 안다. 거기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당신은 명백히 자살한 것이고, 당신을 벼랑 끝에 세운 건 나였다. 당신은 내가 모를 줄 알았을까? 당신이 미래에서 온 이유가 내게 복수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이 나를 대체 뭐로 보고? 나는 당신을 이 세계에서 가장 잘 알고 있었어. 단지 나조차도 몰랐던 것은, 벼랑 끝에 선 당신이 결국엔 뛰어내릴 거라는 것이었다. 비록 미래의 내가 당신을 그리로 몰고 갔다고 해도 나는 내가 당신을 다시 끌어당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내게 당신은 멋지게 엿을 먹였지. 나로서는 크게 한 방 먹은 셈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당신의 사인에 의문을 품는 것이 아니다. 당신과 나의 동행이 복수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을 잃은 당신의 분노를 의심하지 않는다. 당신은 나의 보호자가 되는 방법으로 보호자의 존재를 빼앗았다. 사고로 위장한 자살이라는 걸 내게 들키는 것까지가 당신의 복수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내가 의심하는 것은 당신의 찰나들이다.

종종 당신은 정말이지 행복하게 웃었다. 당신은 자주 나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나의 성취마다 더 없이 기뻐했다.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나를 무척 안타깝게 여겼고, 동행하는 내내 나를 아주 많이 아꼈다. 당신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었다.

어째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혼란스러웠다. 미래의 나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인 모양이었다. 내 손은 미래에 피로 물들 것이 분명하였다. 당신은 분명 나를 증오했을 것이고, 그렇기에 과거로 와서 내게 복수하기로 결심했겠지. 자연스러운 사고의 결과이며 영리한 방법이다. 거기까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럼 나를 왜 사랑한 건가? 그 모든 게 연기라고 발뺌하지는 않아주었으면 한다. 당신이 내 심장에 형상 그대로 박히는 동안 나 또한 당신의 심장에 형상 그대로 박혀갔음을 알고 있다. 당신은 진심으로 나를 자식과 제자와 동생, 세 지위가 만들어내는 삼각형의 가운데에 놓아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당신의 심장에 들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으로 영원히 나를 버렸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증오와 사랑이 양립할 수 있는가? 둘 중 어느 한 쪽이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공존할 수 있는가? 미워하면서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면서 미워하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이건, 당신이 가르쳐주지 않았잖아. 이런 건. 이런 건…….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가장 궁금한 것은 따로 있었다.

……죽는 게 두렵지는 않았나? 후회하지 않았어?

어째서 당신은 죽음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거지? 매번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당신이 완전히 묻히고, 그 위에 어긋난 생몰년도가 적힌 비석이 들어서면서 나는 벼락같은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당신은 죽는 것보다 두려운 게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결국 패배한 것이다. 도망친 것이다. 죽음을 통해 내게 복수함과 동시에 두려운 것으로부터 달아난 것이었다. 최고의 복수는 당신의 자살이 아니다. 당신의 배신이다. 당신이 내게 갑자기 화를 내고 탓을 하고 학대를 했다면 나는 분명 당신의 사랑을 얻기 위해 온몸이 부서져도 기어 다녔을 것이다. 당신은 나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 있었고, 엉망으로 만들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당신을. 내가 당신을…….

당신은 나의 누이이자 어미이자 스승이었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신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은 사랑이었던 것이다. 사랑에 밀려 증오가 사라지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복수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너무 무거웠던 것이다. 나를 용서할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십자가를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깨달음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당신과 나는 특별했다. 우리는 특별했다. 당신은 훌륭한 선생이었고 불가능을 가능케 했으며 기발한 사고로 많은 마법을 창조해냈다. 나는 당신을 경외했다. 그러나 당신은 결국 사랑에게 패배했고, 증오를 버리지 못해 죽었다. 그렇다면 내가 당신보다도 특별한 자가 되려면, 당신이 패배한 그 모든 것들에게서 승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사라지는 증오에 맞설 것이다. 십자가를 짊어질 것이다. 사랑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 모든 행위가 가짜일 지라도. 내가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고의 위선으로 나는 당신보다 더 굳건해질 것이다.

당신은 어쭙잖았던 내 유혹에 말려들지 않은 첫 번째 어른이었다. 그리고 말려들지 않고도 나를 아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특별했다. 그러나 당신은 나의 미래-당신의 과거 때문에 패배했다. 따라서 나는 나의 과거-당신의 미래에 무릎 꿇지 않기로 결심했다. 당신이 아는 미래의 내가 되지 않는 것으로 당신에게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합당한 결론 위에 서서도, 나는 오직 한 가지만은 도무지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 칼바람이 불 때마다 상처 입는 내 심장의 구멍은 어떻게 메워야 하는가. 나는 본능적으로 느낀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열심히 흙을 퍼다 넣어도 이 구멍이 완전히 메워지는 날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없어질 것처럼 작아지다가도 어느 날의 매서운 바람 한 줄기에 다시 상처가 벌어지리라는 것을. 나는 당신을 이기기 위해 날 버린 당신을 증오하지 않기로 했어. 하지만 이 고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가르쳐줘, 당신만이 가르쳐줄 수 있는 거잖아, 이런 건. 오직 당신만이 가르쳐 줄 수 있단 말이야…….

브뤼아 교수님.

아니,

엘리아, 엘리아, 나의 엘리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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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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