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스알래

잔몽 (殘夢) 1 | 복스알래

잠이 깬 후에도 마음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꿈. | ‘殘-’ 시리즈, 그 첫번째.

해즈빈 호텔 by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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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즈빈 호텔 2차 글 연성 | 복스알래

• '殘-' 으로 시작하는 두 글자 단어를 주제로 간단하게 단편을 쓰는 시리즈의 첫 번째 입니다.

• 오타, 비문 주의. 최대한 수정하겠습니다만, 미쳐 발견 못한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

 “그러니까 내 말은-. 알래스터, 내 사업에 동참하지 않을래?”

 어둠 속 작은 전구의 불빛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따듯한 색의 불빛, 조용한 대화가 오가는 바의 내부, 거의 다 비워진 위스키 한 잔.

 분위기 때문이든 알코올 때문이든.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이곳에서 제안 하나가 건네진다.

 띵.

 알래스터가 잔을 들자 얼음이 잔과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그는 잔 속 위스키를 마저 비워내고 바텐더에게 새로운 잔을 부탁했다.

 복스는 대답 없는 그의 모습에 괜스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새로 받은 위스키 잔을 가볍게 굴리며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짓고 있자 복스는 결국 기다리다 먼저 말문을 열었다.

 “너한테도 좋은 일일 거야. 아, 혹시 추가하고 싶은 내용이라도 있는 거야? 그런 거라면 내가 얼마든지-”

“흐음-. 안타깝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복스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그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가로막았다.

 “이쯤 되면 당신도-”

“제 성정을 일부 알겠다만 저는 원체 누군가와 협업을 하는 일을 별로 안 좋아한답니다.”

 혹여 거절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었어도, 그 심정이 실현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당신 같은 사람이 벌이려는 사업은 분명 기대할 만한 것이겠지요.”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이 오만의 고리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뽐내는 나와 최강의 악마인 네가 함께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환히 열려 방해될 것 따윈 없을 터인데.

 “그러니, 추후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도록 하죠.”

 나에게서 돌아오지 않는 그것에 그가 덧붙이는 말은 계속해서 늘어만 간다. 하지만 그의 말은 더 이상 내게 닿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나를 향하지 않은 채로, 눈앞의 달콤한 위스키 한 잔에 고정되어, 평소와 같은.


 으득-. 쨍그랑! 복스의 손에 쥐어져 있던 위스키 잔이 깨졌다.


“? 복스? 무슨 일이십니까.”

“…….”

 평소와 같은 그 의미 모를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언제나 내가 먼저 너의 감정을 읽어내 너에게 맞춰줘야 하는 그것이었다.


“복스? … 당신. 제 이야기를 전혀 안 듣고 있었군요.”

 조금이라도 틀리면 그보다 곱절은 큰 페널티를 얻는.

“…이런, 그동안 제 안에서 구축해 온 당신에 대한 이미지가 잘못된 것이었나 봅니다. 당신 정도면 이 지옥에서 나름 말이 통하는 자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군요.”

 아, 그래. 그런 거였나.

 당신은, 너는, 한 번도 나와의 모든 것에서 진심으로 어울리지 않았구나.

 “앞서 말한 도와주겠다는 건도 취소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실망이군요, 복스.”

 짧은 시간 내에 수 많은 사고가 진행되어 회로는 금방 과열되었다.

 과열된 열기에 어디 부품 하나가 망가졌는지 그의 목소리는 점차 멀어지며 ‘신호 없음’을 상징하는 노이즈가 커진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시는, 당신과 이런 관계로서 볼 일은 없을 것 같군요.”

이내

 팟!

 “어이, 알래스터. 거기 멈춰.”

 퓨즈가 끊긴 듯 이성적 사고는 흐려지고, 알래스터에게서는 라디오 잡음이 낮게 흘러나왔다.

“지금… 저와 해보시겠다는 겁니까?”

 나는 그에게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시야는 백색 섬광으로 점차 물들어가며,

 명전.

 ***

 “허억. 하…. 씨발. 하필 꿈을 꿔도 7년 전 그때를 꾸냐.”

 어제 하루 알래스터를 계속 신경 썼더니 그 탓에 꿈에까지 나온 것 같았다.

 “근데 어젯밤부터 이 이상한 기분은 도대체 뭔데?”

 무언가 중요한 걸 잊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머리 한편에 계속 머물며 신경을 갉아먹고 있었다.

 전날의 일과 꿈에 대해 복기할수록 깊어지는 그 기분은 마치.

 “기시감인가? 아니지. 그보다는 좀 더 뭔가 실제로 있었던걸 잊은 쪽에 가까운데.”

 팟-!

 그 순간 머릿속에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알래스터와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였던 어제의 새벽 그때가.


 분량이 길어져 부득이하게 두 파트로 분리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 덕에 해당 회차에서 사용된 연출을 하나 설명해 드릴 수 있게 됐네요.

 윗글 속 꿈의 배경은 어두운 새벽입니다. 그들은 오로지 바의 전구 불빛 하나에만 의존해 서로를 보고 있죠. 그 탓일까요? 오히려 작은 불빛에 의해 어둠 속 진실은 묻혀 가라앉아버렸습니다.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 불빛을 꺼야만 하죠.

 꿈속 과거의 진실을 알고자 하시는 분은 화면의 모드를 어둡게 혹은 검은 바탕으로 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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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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