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히야난
"저 왔어요." "음." 매뉴얼의 친구들이 갑작스럽게 가게에 찾아왔던 날로부터도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났다. 사우스힐즈의 누군가가 이곳에서 일하는 패치와 마주하게 된다면 분명 무언가, 그리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막연히 상상했던 매뉴얼의 생각과는 다르게 샌드위치 가게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저녁에는 분주했고, 패치는 가까워진 듯 아
"다이앤." "으어?" "네가 자주 가는 베이커리가 어디에 있다고?" 책상 위에 엎어져 있던 다이앤을 흔들어 깨운 매뉴얼이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다시 잠들려는 다이앤을 보챘다. 귀찮다는 듯이 이리저리 흔들어 대는 손을 가볍게 피하며 그를 끊임없이 쪼아대자, 다이앤은 끝내 성질난 목소리로 가게 이름을 외치고는 팔에 고개를 푹 파묻었다. 마치 화난 것 같아
빠앙, 경적이 길게 울렸다. 매뉴얼은 발끝으로 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한 노파가 길을 건너는 것도 기다리지 못해 경적이나 울려 대다니. 시끄러운 메아리와 약간의 불쾌함을 안겨 준 자동차는 이미 멀리 떠나버리고 없었다. 노파는 안전히 길을 건너서는 자동차 꽁무니에 대고 주먹을 흔들어대다 떠나갔고, 그들이 떠난 자리를 또 새로운 이들이 들어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네." 찰칵, 자전거의 자물쇠를 채우는 그의 머리 위로 목소리가 떨어져 내렸다. 자전거 거치대가 구석진 곳에 있는 줄 알았더니 아주 목 좋은 곳이었구만. 그런 실없는 생각이나 하며 매뉴얼은 허리를 폈다. 그에게로 쏟아지는 햇빛을 가로막고 있는 이는 매뉴얼보다도 덩치가 큰 백금발의 사내였다. "어, 나중에 스턴 만나면 나한테 오
매뉴얼은 악수, 인사, 선물 따위의 힘을 믿었다. 좋은 관계에서 생겨나는 시너지를 믿었고, 올바른 행동의 힘을 믿었다. 누구든 제게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과 거리를 두겠다 다짐하진 않을 것이고, 선뜻 내밀어지는 선물을 받으며 불쾌해하지는 않을 테다. 매뉴얼 자신이 몸소 느껴온 만큼 굳게 믿고 있는 사실이었다. "마음만 받지." 그런 매뉴얼에게
"시간 됐다, 오늘은 이만 해산." 퉁, 퉁, 체육관의 마룻바닥을 울리던 공 튀기는 소리는 곧 부산한 발걸음 소리로 바뀌었다. 땀에 젖은 머리칼을 털어내고 몸에 들러붙는 옷을 손으로 펄럭이며 벤치로 돌아가는 학생들 사이, 흘러내린 머리칼을 풀어 다시 묶으며 돌아가려는 매뉴얼의 어깨를 누군가 붙들어 잡아 당겼다. "너는 남고." "뭐야? 왜?" "남아
달칵, 공중 화장실의 문이 열렸다. 좁은 화장실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패치가 거울 앞에 섰다. 붉은 머리카락은 뒤집어 쓴 후드가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하얀 마스크가 절반 넘게 가리고 있는 채였다. 밤이었다면 영락없이 좀도둑으로 신고당할 모양새군.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조소한 패치가 무거운 후드를 벗었다. 조금 뻣뻣한 머리칼은 짓누르는 천이 사라지자
패치?— —무슨 일이지? 진짜네— —그건 무슨 의미지? 패치— 뭐 해요?— 패치?— 설마 벌써 차단했어요?— —바빴어. 언제 시간 나요?— 피해서 전화할게요.— 지금도 바쁜가?— —전화하지 마. 가게에 공고 붙었어요— 일찍 안 오면 자리 없을 거예요— —어디인지 말이나 하고 이야기하지 그래? 지금은 안 바빠요?— 전화해도 돼요?
*폭력, 폭언 토요일의 샌드위치 가게는 바빴다. 이전에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수제 햄버거가 얼마나 맛이 없었던지, 문을 연 지 겨우 2주 남짓인 샌드위치 가게는 다른 여느 때보다도 더 성황리에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새로 파트타이머를 구할 때까지만 주말 오전에도 나오라는, 고용주 역을 겸하고 있는 그의 어머니의 제안을 수락한 매뉴얼도 휴일 아침
*연령반전 *현대AU "여기서 피우면 안 되는데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변성기를 호되게 겪었으나 아직 세월의 풍파는 맞지 않은 앳된 구석이 있는, 성인이나 되었을까 싶은 목소리. 그렇기에 패치는 그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했다. 그가 담배를 입에 물고 숨을 들이마시자 끄트머리를 불태우던 작은 빛이 환하게 빛났다. 독한 연기가 패치의 숨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