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미션 BOND

[체슬모쿠 / 체즈모쿠] 전용 미용실

부스스…

“체슬리-… 좋은 아침…”

“아침이라기엔 해가 벌써 중천이지만, 어찌 되었든 좋은 아침이네요. 모쿠마 씨. 제가 모르는 사이에 새라도 키우기 시작했나요?”

“으응?”

“모쿠마 씨의 머리가 마치 새가 헤집은 것 같아서요.”

“아… 으핫, 진짜네.”

 

체슬리의 핀잔에 감기는 눈으로 거울을 보던 모쿠마는 제 머리를 확인하곤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잠이 오지 않아 꽤 오래 뒤척인 탓인지 옆머리가 중력을 거부하고 치솟아 있었다. 모쿠마가 몇 번 손으로 빗어 내렸으나, 머리는 마치 거기가 제자리라는 듯 다시 위로 솟구쳤다. 이거, 체슬리의 표정이 더 안 좋아지기 전에 얼른 정리해야겠는데. 모쿠마는 눈치를 살피다가 어설프게 웃었다.

 

“아하하… 역시 일어났으니까 씻어야겠지~ 얼른 씻고 나올게.”

“…모쿠마 씨.”

“으, 응.”

“씻고 나오시면 머리 세팅은 제가 해도 될까요?”

“어라, 체슬리가?”

 

그래서 말없이 바라본 건가. 화난 게 아니었구나. 모쿠마는 어쩐지 안도감을 느끼며 실없이 웃었다. 그러고 보니 미용실을 갈 때도 된 거 같은데… 자르기 전에 체슬리가 가지고 놀게 좀 맡길까. 모쿠마는 체슬리의 말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럼 부탁할게~ 아저씨는 섬세한 체슬리의 손길, 정말 좋아하니까…!”

“후후,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 얼른 씻으시죠. 체슬리가 욕실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모쿠마는 히죽 웃으며 고맙다고 한 뒤 욕실 문을 닫았다. 머리 손질을 허락받았으니 이제 그가 나오기 전까지 준비해야 했다.

체슬리는 흥얼거리며 빗과 드라이기, 헤어 에센스 등을 챙겼다. 거울 앞에 의자를 놓고, 간이 탁자에 방금 가져온 것들을 올려 두며 위치를 조절했다. 동선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정리가 얼추 되었을 때, 살짝 젖은 머리의 모쿠마가 욕실에서 나왔다. 제가 고른 바디워시 향이 모쿠마에게서 은은하게 나는 게 마음에 들었다. 체슬리는 의자를 빼주며 모쿠마를 불렀다.

 

“앉으시죠.”

“우와, 내가 씻는 사이에 미용실을 하나 차렸는걸.”

“과찬입니다.”

“이런 게 다 있었단 말이야? …아, 하긴. 체슬리는 머리가 기니까 당연히 철저하게 관리했겠구나.”

“그렇죠. 머리 손질도 결국 자기 관리에 들어가니까요. 그럼, 먼저 에센스부터 할까요?”

“에, 그런 것도 해야 해? 그 뭐냐, 그냥 빗이랑 드라이기로 파바밧! 하면 되는 거 아냐?”

“안 됩니다. 헤어 에센스는 중요해요. 특히, 모쿠마 씨처럼 나이가 들어서 영양분이 부족해서 푸석푸석해진 머리카락에는 이런 건 필수입니다.”

“너무할 정도로 직설적이네…”

“오늘은 제게 맡기기로 했으니, 가만히 계세요.”

 

그렇게 말한 체슬리는 모쿠마의 어깨를 꾹 눌러 의자 등받이에 붙였다. 어쩔 수 없이 의자에 편히 몸을 기댄 모쿠마는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기 관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지금 상황이 불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즐거워 보이는 체슬리를 보니 이 정도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센스를 적당히 손에 짠 체슬리는 모쿠마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만지며 꼼꼼히 발랐다. 짧은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손가락이 파고들어 빠져나가는 게 쓰다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 손길이 익숙해질 무렵에는 노곤하게 잠이 올 지경이라, 모쿠마는 어쩐지 햇볕 아래 축 늘어져 주인에게 마구 쓰다듬어진 개가 된 기분이었다.

 

“이제 드라이 할게요.”

 

체슬리는 탁자 위에 둔 드라이기와 빗을 들고 모쿠마의 앞에 섰다. 아마 앞머리의 위치를 잡으려는 듯했다. 모쿠마는 체슬리가 건들기 편하게 손길에 몸을 맡기고 눈을 꾹 감았다. 보이진 않았지만, 체슬리의 흡족한 웃음이 들렸다. 하여간 순종적으로 굴어주는 걸 꽤 좋아한단 말이지. 모쿠마는 그의 웃음소리에 따라 웃었다.

드라이기의 작동음이 들리고, 체슬리가 빗으로 앞머리를 살짝 잡는 게 느껴졌다. 드라이기의 열기로 이마가 뜨끈해질 무렵, 체슬리가 빗을 뺐다. 앞머리는 고정됐는지 다시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체슬리는 다른 곳을 손으로 몇 번 만지며 위치를 잡고, 드라이기로 열기를 가했다. 모쿠마가 슬쩍 실눈을 떠 거울을 보자, 거울에 비친 머리는 무척이나 힘이 들어간 상태였다.

 

“오… 그, 체슬리? 이 머리가 정말 아저씨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는 분명 아닐 겁니다. 누군가는 나잇값 못한다고 생각하겠죠.”

“그, 그렇게까지 말할 거라면 왜 한 거야…”

 

민망해진 모쿠마가 시무룩해진 채 고개를 숙였다. 체슬리는 모쿠마의 뒤에 서서 그의 턱을 잡아 거울을 보게 들어 올리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뭐, 결국 자기만족입니다. 제 눈에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거든요. 언젠가는 모쿠마 씨가 이런 머리를 한 걸 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으음… 그래서? 직접 본 소감은?”

“방금 말했는데요. 만족스럽다고.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체슬리는 소량의 에센스를 손에 바른 뒤, 모쿠마의 앞에 서서 앞머리 끝부분을 살짝 집었다. 그렇게 독설을 퍼붓고도 결국 제 눈에 예쁘니 괜찮다고 말하다니… 모쿠마는 체슬리의 화법에 대해 생각하다가, 저 역시 만만치 않게 이상한 사람이라는 자기 객관화를 마쳤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독설을 퍼붓는 단계에서 의욕이 꺾여선 세팅을 다 풀어버릴 텐데, 저는 그가 만족스럽다는 얘기 하나만으로 괜찮다고 생각해 버렸다.

 

“근데 어쩌지. 체슬리가 이렇게 애써서 머리를 해줬지만, 오늘은 나갈 예정이 없는데…”

“압니다. 그래서 해드린 건데요.”

“…어?”

“모쿠마 씨가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해드린 겁니다. 누구 좋으라고 이런 모습을 남에게 보이겠어요?”

“하지만 너, 방금은 이런 머리는 나한테 안 어울린다고 그랬잖아…?”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저같이 이상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지도요.”

 

자, 다 됐습니다. 체슬리는 제 몸을 물려 모쿠마가 거울을 볼 수 있게끔 했다. 제게 어울리는 걸 차치하고서라도, 애정이 가득 들어간 손길이 만든 머리라고 생각하니 제법 마음에 들었다. 모쿠마는 히죽 웃었다.

 

“마음에 드시나요, 모쿠마 씨?”

“으음, 역시 아저씨한테 어울리는 머리라고 생각이 되지는 않지만 말이야. 네 마음에는 든다는 거지? 그거면 됐어.”

“너무 저한테 맞추시는 건 아닌가요?”

“네 안목을 믿는 거지. 너는 뛰어난 심미안을 가지고 있잖아.”

 

고마워, 체슬리.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울림이었다.


100일 3000자 단문 글. 주제는 ‘미용실’이었습니다.

원래는 모쿠마가 체슬리 머리 땋아주는 것도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체슬리가 모쿠마 머리 만져주는 것도 꼭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언젠가의 제가 쓰겠거니… 하며 넘깁니다. 파이팅, 미래의 화천!

새집 모쿠마 귀여울 것 같지 않나요? 모쿠마 머리 엄청 복슬복슬하니까요… 자고 일어나면 엄청 뒤집혀 있지 않을까요… 귀엽다…

저는 공식에서 말아주는 약간 어둑한 분위기의 체슬모쿠도 좋고, 지금처럼 포카포카한 분위기의 체슬모쿠도 좋아요. 그냥 체슬모쿠면 다 좋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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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플랫폼에 업로드했던 글을 글리프에 재업로드하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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