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사건

사건번호 004

'둘이서 수사' 기반 자캐페어(커플) 커미션이었습니다!

‘히다 에이토’를 찾아 달라 부탁한 의뢰인은 다름 아닌 경찰 서장이었다. 나츠메와 시오는 처음 그 부탁을 받고 굉장히 당황했다.

“직접 찾으면 되지 않나요?”

“경찰 서장의 체면이 죽어. 몰래 진행해주게.”

결국 그 말에 시오와 나츠메는 그를 찾는 수사를 몰래 진행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네 집에서 잠든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친구네 집에 초인종을 누르자 에이토는 체념한 듯 밖으로 나왔고, 서장의 집으로 연행-차를 태워 보낸 것이지만- 하는 내내 말이 없었다. 그는 말 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니 이걸로 서장 아들 실종 사건이 다 종료된 시점이었다.

시오는 머리를 양 손으로 괴고 있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요즘 학부모는 무섭네.”

나츠메는 벽에 야구공을 던졌다 잡는 걸 반복하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보통이지, 뭐.”

에이토의 표정이 계속 신경쓰였다. 이미 모든 상황을 눈치챘는지 포기한 표정으로 웃고 있던 그 얼굴은 어째 잊을래야 잊히지 않는 것이었다.

“메쨩. 그런데 왜 도망가지 않았을까?”

“가출도 단순 일탈이었겠지. 부모님한테도 죄책감이 들었을테고.”

“왜 일탈을 했을까? 서장님이 가족 이야기를 자주 해주는 분이 아니라 그것도 모르겠어.”

“알 필요 없어. 굳이 파고 들 필요도 없고.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잖아?”

이만 밥이나 먹자. 나츠메는 몸을 일으켜 냉장고를 열고 먹을만한 게 없나 찾아보았다. 그때,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차임벨이 울렸다. 시오는 현관으로 총총 걸어가 누군지 확인하던 중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누군데?”

“...히다 에이토...”

“뭐?”

차마 시오가 문을 열지도, 닿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 벨소리가 몇 번 더 울렸다. 딩동, 딩동, 딩동. 결국 시오는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에이토는 허리를 숙이며 예의 바르게 인사해보였다. 시오는 어색하게 웃으며, 어, 어어. 하고 대답했다.

“그, 우리 집엔 무슨 일일까?”

시오가 애써 웃으며 뭇다 에이토는 그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저를 숨겨주세요.”

그가 말을 이어 하기 무섭게 나츠메는 시오의 옆으로 빠르게 다가와 말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걸.”

에이토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다시 열었다.

“이유가 있어요.”

“뭔데?”

“저희 고등학교 야구부가 현내 고교야구 결승에서 이겨서 내일 갑자원에 갈거예요. 그런데 우리 아빠는 제가 야구를 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서장이 야구를 싫어하던가? 생각해보니 그가 야구를 보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는 했다. 잠시 생각해보던 나츠메의 옆에서 시오는 그럼 단순한 문제네! 하고 시원하게 이야기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서장님?”

제정신인가, 하고 나츠메가 그를 쳐다보고 있을때였다.

“서장님의 아들, 히다 에이토를 납치했습니다!”

뭐? 나츠메는 표정을 왕창 찡그리며 그의 전화기를 뺏으려 손을 뻗었다.

“히다 에이토를 구하고 싶다면 1천만엔을 준비하세요. 아니면-..”

아니면? 나츠메는 긴장에 가득 찬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음, 히다 에이토를 갑자원에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투수?를 한다네요.”

시오는 가볍게 대답하며 맞지? 하고 에이토에게 한 번 더 물었다. 에이토는 제법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오의 어처구니 없는 말에 나츠메는 쓰러질 것 같았다.

경찰이 사적으로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을 납치했고 당장 내일 갑자원에 보내겠단 말을 하다니,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당장 해고 통지를 받아도 이상할 것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에이토를 갑자원에 보내십쇼.

전화 너머에서 들려온 예상 외의 대답에 나츠메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졌을 때는 당신들이 책임져야 할겁니다.

무슨 책임을 져요? 시오가 대답도 하지도 전에 서장과의 전화는 이미 끊겨 뚜- 뚜- 소리만을 내었다. 나츠메는 하아아, 하는 한숨 소리를 내며 머리를 짚고 앉았다. 시오는 속 편하게 에이토에게 차를 내어주며 말을 걸었다.

“아버지가 야구를 하는걸 싫어하는 이유라도 있어?”

“그, 음. 모르겠어요. 아버지도 젊었을 적엔 야구를 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제가 야구를 하는 걸 싫어해요...”

에이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갑자원까지 가는거라면 아들을 조금 밎어줘도 괜찮을텐데,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히다 서장에게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시오는 말을 돌렸다.

“어쨌든 오늘은 쉬어야겠네. 우리 현에서 아직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이긴 학교는 없으니까 기대를 걸어봐도 되려나~”

시오의 속 편한 말에 나츠메는 속이 터질 것 같았지만 참았다. 일단은 시오는 항상 속편한 짓만 했지만 그로 인해 큰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고, 늘 잘 해결되곤 했으니까.

하지만 상사의 아들을 납치한 건 너무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했다.

다행히 서장이 아들을 납치했다며 두 사람의 멱살을 잡아오진 않았다. 아무래도 에이토가 갑자원에 간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나츠메는 경찰직을 관두지 않을 수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마침 옆 자리가 시끌시끌하자 시오는 무슨 일이야? 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번 고교야구 오늘이 결승인데, 결승에 나온 고등학교가 우리 현이래! 사쿠라 고교 알아?”

“네네, 알고말고요.”

시오는 신기하단 표정으로 동료의 모니터를 보았다. 익숙한 얼굴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츠메도 궁금했는지 다가와 모니터를 보다 무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에이토잖아!”

서장의 어깨가 움찔, 하고 한번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만 시오는 그 모습을 조금도 놓치지 않고 서장의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가 물었다.

“서장님은 안 보세요? 아들의 경기잖아요.”

서장은 나츠메와 시오를 한 번씩 보다 고개를 팩 돌렸다.

“안 봐. 시간 낭비야.”

“에이.”

시오는 히죽이죽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갑자원 흙을 밟는단 것 만으로 엄청난 일인데, 직접 가서 보지도 않는다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오와 나츠메도 고등학교때 나름 학교에서 하던 야구를 응원해본 적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에이토를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 서장이 조금 의아했다. 나츠메는 오늘 갑자원 경기를 보며 시간이나 떼울까, 하고 ‘사쿠라 고교 갑자원’을 검색했다.

‘어라?’

게시글을 내리다 보니 1986년대의 기사가 몇 개 보였다. 1986년? 그때도 갑자원에 갔나? 나츠메는 계속 스크롤을 내려보았다.

[사쿠라 고교는 1986년 첫 갑자원 진출에 성공하였으나, 예선전에서 떨어져 아쉽게 갑자원 땅을 뒤로 하고 나왔다.]

나츠메는 옆에 놓인 과자를 바삭, 하고 먹다 사진속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사진 속 남자는 가슴팍에 ‘히다 사부로’ 라는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

[오사카 현에서 이름난 유망주였던 4번 타자, 히다 사부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16대 1이라는 굴욕적인 점수를 기록했으며...]

‘4번 타자, 히다 사부로’

다름아닌 경찰 서장의 이름이었다. 나츠메는 그제서야 서장이 그렇게까지 아들이 갑자원에 가는걸 싫어한 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 16대 1이면 쪽팔릴 만 하지. 야구 자체가 보기 싫어질 만 하지...

“그러지 마시고, 한 번 봐요. 아들도 갑자원으로 납치됐잖아요!”

“지면 단단히 책임을 져야한단 소리 못 들었어?”

사부로는 표정을 구기고 시오에게 소리치다 결국 시오가 멋대로 자리를 마련해 앉히고 컴퓨터 앞에 결승 야구를 켜자 옆에 다닥다닥 앉은 동료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결승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경기였다. 두 팀 다 팽팽하게 점수를 내어주지 않다, 사쿠라 고교가 결국 우세하기 시작했다.

“아드님, 제법 하네요!!”

시오는 흥분해서 말했지만 히다 서장은 이미 야구에 온통 눈이 팔려 있었다.

“저, 저 공던지고 잡고 치고 하는 쓸데없는 걸... 왜 하겠다고....”

말과는 다르게 그는 에이토가 공을 던질때마다 흠칫거리며 보고 있었다. 9회말 2아웃, 만루. 마지막 타자는 상대 학교의 에이스였다. 에이토는 손에 흰 분말을 탁탁 털어 마찰을 줄이고 다시 공을 말아쥐었다. 나츠메는 그 모습을 보다 나지막히 물었다.

“누가 이길 것 같아요?”

“글쎄요~ 저도 사쿠라를 응원하긴 하지만, 역시 상대팀이 만만치 않네요.”

히다 서장은 손을 꾹 말아쥔 채 이마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히다 서장님은요?”

나츠메가 묻자 히다 서장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저 타자한테 변화구를 던지면 안될텐데...”

“변화구를 던질 것 같아요?”

“아, 히다 에이토 선수는 변화구를 상당히 잘 던져요. 이번에 나온 투수 중에서 제일 유연한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유명해요.”

“그게 문제라는거야. 에이토, 저 놈은 진심이 없어. 야구를 하고 싶으면 내 앞에서 말하면 될 걸...”

말을 안하고 도망친거구나. 하지만 16대 1로 진 아버지에게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엔 아버지의 체면도 있지 않을까? 시오는 혼자 생각하다 에이토가 주고 받는 제스쳐를 보고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아, 히다 선수는 직구를 던질거예요.”

“...어떻게 알아?”

“히다 선수가 주고 받는 제스쳐는 대부분 서장님의 버릇을 따라해요.”

시오는 눈을 깜박이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까부터 생각했는데, 히다 선수가 직구를 던질 때 하는 제스쳐는-..”

파앙!

포수의 손에 공이 박혔다. 그 순간 관객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꽉 막힌 직구로 승리한 것이다!

“서장님이 돌격할 때 짓는 표정을 따라하면서 브이, 하는거예요.”

시오의 말을 끝으로 드론이 야구공을 비쳤다. 야구공엔 다른 사람도 아닌 서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40년 전 아버지가 받지 못했던 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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