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어른판별기

20240205

링클의 안 by 링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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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알림음을 기다렸다.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제발, 제발…

띠링.

조심스럽게 눈을 뜬다. … 감았다가, 다시 뜬다.

물론 그런다고 디스플레이의 글자가 바뀔 일은 없었다. 읽지 못하기에는 너무나도 크고, 선명하고, 새카만 글자.

축하합니다!

어른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한 안내’들.)


어른이라니.

내가 어른이라니!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이시여, 제가 청소년 뜨게 해 달라고 분명히 말했잖아요. 중복으로 요청하면 효과가 없나요? 카페 유리문에 붙은 종이 딸랑 하고 울리는 소리도 앉아 있던 하나가 일어나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한 귀로 들어와 한 귀로 흘러 나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됐어?”

“보이는 대로.”

하나는 잠시 나를 훑어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요즘 어른 컷 많이 떨어졌다잖아. 그것 때문인가 보지.”

“백퍼. 씨발, 내 대가리가 애새낀데 뭔 어른을 처 줘.”

“말본새는 청소년 이상도 이하도 아니구만.”

“시비냐?”

까르르 웃는 하나가 오늘따라 유난히 어린애 같아 보였다. 기억하자면, 하나는 예전부터도 그런 구석이 있었고, 그래서 우린 그 애가 아주 오랫동안 청소년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결국 우리 중 제일 먼저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

“야, 그래도 어른이란 거 나쁘지 않아. 술도 마실 수 있고.”

“전혀 위로 안 되거든. 왜 하는 거야, 그런 소리.”

“어차피 되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신경질적으로 뜯어 자른 빨대 비닐 조각이 어느새 테이블에 잔뜩 어질러져 있었다. 내가 손을 멈추고 하나를 가만히 보는 사이, 하나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비닐 쓰레기를 쓸어 모아서는 쟁반 위에 담아 놓았다.

손끝에는 회색 네일이 발려 있었다. 원래 회색을 좋아했던가?

“좋게 좋게 생각하자고. 애초에 너도 평균보다 늦게 나온 편이잖아. 옛날 같았으면 벌써 어른이었지, 너도.”

“그건 진짜로 바보 같았다니까. 겨우 시간이 흘렀다고 어른이 되겠냐고.”

“글쎄…”

정전기 탓인지, 비닐 한 조각이 하나의 손끝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하나가 손목을 흔들어 그걸 떼어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는 옅게 웃으며 그 조각을 가만히 떼어놓았다.

“그 이름을 쓰고 있는 시간은, 조금 관련 있을지도.”

그렇게 말하는 하나는 꽤 어른 같았다. 나는 그게 조금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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