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회지는 어떻게 만드는가?
개인경험을 다듬었습니다. (21.11.19 작성)
이번에 세포신곡 온리전에 책을 내면서(특히 온리 글 회지) 여기저기서 모았던 정보나 체험을 하나로 정리하여 공유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게시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택한 방법이 글 회지 제작의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회지를 처음으로 만들어보시는 분들이 너무 겁내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써보는 것이니 가벼운 가이드라인 정도로만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0. 회지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우선은 회지를 만들기로 결심해야 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회지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물건이 아니므로…. 처음에는 'A와 B가 나오는 일상물'이라거나 'C가 사건에 휘말리는 시리어스 회지'정도만 정해두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쓰고 싶은 내용을 명확히 정해두면 이어지는 단계가 조금 더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1. 마감 일정을 정한다.
회지를 만드는데 제일 중요한 것…. 그것은 『마감』입니다. 멋지고 훌륭한 회지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더라도 마감을 제대로 정해두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세포신곡 온리전에 낼 회지를 준비하는 것이었기에 행사가 진행되기 한 달 전인 9월 9일을 최종 마감(임시)로 정했다가, 이후 공지사항을 확인한 뒤 행사 약 일주일 전인 10월 3일을 최종 마감일로 정했습니다. 행사에 참가하시는 경우에는 행사 개최일에서 1~2주 정도 앞둔 시점, 개인적으로 발행하시는 거라면 개인 일정에 맞춰 마감을 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감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감이 잘 오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부일정을 정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동인수첩(同人手帳)이라는 사이트입니다. (https://qovo.jp/dojin-techo)
사이트가 기본 일본어로 이뤄져 있긴 하지만 사용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사용방법은 캡쳐를 통해 아래에 달아두겠습니다. 참고로 회지는 카피본의 경우 페이지 수가 무조건 4배수여야 합니다.
2. 표지를 구한다.
회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역시 표지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트친분이 표지 및 내지 편집을 협조해주셨던 재록본을 제외하고 2권의 회지를 더 내기로 했는데, 사실 표지를 그리는 것은 고사하고 이미지 편집 툴조차 쓸 줄 모릅니다. (최대 유틸리티가 그림판) 따라서 저는 트위터 검색을 통해『레디메이드 표지』를 분양받았습니다.
『레디메이드 표지 분양』이란 쉽게 말해 타인이 미리 만들어준 표지를 결제하여 제 자신의 회지 표지로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트위터로 검색하면 레디메이드 표지를 제작하여 판매하시는 많은 계정이 나오기 때문에 위에서 정한 회지의 분위기나 개인의 취향을 고려하여 가장 잘 어울리는 표지를 고르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다른 순서에 비해 표지가 앞에 나와있는 이유는 이게 가장 급하기 때문이 아니라 짬짬이 살펴볼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회지를 쓰면서 틈틈이 레디메이드 표지를 분양하는 계정을 살펴보았고 회지 마감일 약 한 달 전에 분양 신청을 드린 뒤 결제까지 완료했습니다.
물론, 표지를 신청하는데 앞서 계정주분의 공지사항이나 유의사항을 잘 읽어보셔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추가금을 지불하고 인포 목업 페이지를 작성하거나 다른 옵션을 붙일 수도 있으므로 이 부분은 원하시는 사양에 따라 진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내지 규격을 정한다.
회지를 다 쓰고 규격을 정할지, 규격을 먼저 정하고 회지를 쓸지는 자유입니다. 다만 최소한 퇴고를 들어가기 전에는 규격을 맞춰놓으시는 것을 권합니다. 퇴고 과정에서 한 글자만 넘어가는 부분을 편집하거나 페이지와 글 내용을 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회지를 진행하면서 참고했던 내지 규격 편집 글을 공유하겠습니다. 인디자인을 쓰는 경우도 있다지만 저는 한글로 모든 편집을 다했습니다.
소설 회지 편집 가이드(례님) : https://fantasytime.postype.com/post/7140558
처음 제작하는 글회지 편집 가이드 ( 님) : https://23found-5.postype.com/post/3471219
[초보전용 떡제 가이드] 출력소 이용을 해보자! (.님): https://brooto23.postype.com/post/5062367
이외에도 포타에서 글 회지 가이드를 검색하면 많은 안내글이 나오므로 그걸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저의 경우 이번에 나온 「천사인계본」과 「타임꽃」 회지 모두
A5 / KoPubWorld바탕체 Light(폰트 다운로드 링크) / 9.8P / 자간 180%
위 25mm / 안쪽 20mm / 바깥쪽 20mm / 꼬리말 18mm / 아래쪽 15mm / 제본 5mm
이상의 사양으로 진행했습니다. (참고정도로 삼아주세요)
4. 퇴고를 거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퇴고는 몇 번을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제가 자꾸 퇴고를 강조하는 이유는 옛날 모 엔솔로지에 참여했을 때, 마감에 급급하여 제대로 퇴고를 거치지 못했다가 정말 중요한 묘사에서 오타가 난 걸 행사가 다 끝난 시점에서야 발견했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끔찍한 일이죠….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회지 내용을 다듬기 위해서라도 퇴고는 필수불가결한 과정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각 회지별로 8차 퇴고까지 갔었습니다.
퇴고를 하지 않아 생기는 불상사를 실제로 겪은 경험 때문에 이렇게 많은 단계를 거쳤지만, 사실 3회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건 간단한 가이드라인이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므로 개인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주세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 마감일에 원고가 완료되었다면 이제 인쇄소에 의뢰를 해 회지 견적을 내야합니다.
5. 인쇄소 견적 내기
이번에 제가 이용한 곳은 프린트 매니아(http://print-mania.co.kr/)입니다. 따라서 이곳을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회지를 뽑으려면 몇 페이지의 책을 / 어떤 사양으로 / 몇 권 뽑을지가 중요합니다.
몇 페이지 : 이것은 전체 퇴고를 거친 한글 파일의 총 페이지 수를 보면 됩니다. 다만 카피본(중철 제본)의 경우 공정 특성상 페이지수가 4의 배수가 되어야 합니다. 페이지 수가 안 맞는다면 내용을 늘리거나 자르거나해서 맞춰야 합니다. (후기 조절을 추천합니다) 무선 제본의 경우에는 페이지 수의 제한이 없습니다.
어떤 사양 : 책날개, 코팅, 홀로그램 등등 사양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골자는 『표지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 『내지는 어떤 용지로 몇 g을 할 것인가?』 입니다. 저 같은 경우 회지들이 그리 두껍지 않았기에 책날개는 제외했고, 각 표지의 분위기를 생각해서 어울릴 것 같은 재질의 표지를 선정했습니다. 또한 내지는 일괄적으로 미색지 80g을 선정했는데, (눈이 편하다고 들었습니다) 인쇄소 측에서「타임꽃」은 40P 이내이므로 페이지 탈락을 고려하여 100g을 하는 편이 좋다는 조언을 받고 조정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인쇄소 사장님들은 인쇄에 대해 저희보다 더 잘 알고 계시고 친절하기 때문에 의문사항이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몇 권 : 이번 세포신곡 온리전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기에 권수를 특정할 수 있었지만 다른 경우에는 행사 전에 수요조사를 돌리거나 미리 선입금을 받는 식으로 권수를 추정합니다. 저는 구글폼과 포스타입 게시글을 이용하여 행사 2주 전부터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주최진 측을 통해 최종 권수를 통지받은 다음, 인쇄에서 발생하는 파본을 고려하여 전체 권수의 약 10%를 추가 주문했습니다.
인쇄소의 주문/견적 게시판으로 들어가면 주문 양식이 존재합니다. 사전에 생각해둔 사양을 양식에 맞춰 작성하고 게시글을 올려두면 업체 측에서 확인한 뒤 견적을 달아주고 문자 메세지를 보냅니다. 그럼 견적 댓글을 확인한 다음 수정 혹은 문의를 거쳐 최종사양과 최종인쇄비를 확정합니다.
6. 인쇄소로 넘기기
최종 견적까지 끝났다면 이제 파일을 넘기고 인쇄비를 입금하면 됩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표지 파일(jpg, psd)』, 『내지 파일(pdf)』, 『주문서』(+폰트 파일)입니다. 표지 파일은 레디메이드 제작자 분께서 넘겨주셨을 것이고, 내지 파일의 경우는 한글 파일에서 바로 pdf로 전환하면 됩니다. 주문서는 최종사양을 채워넣은 양식을 메모장 형식으로 저장합니다. 이후 폰트 파일과 원고 파일이 든 폴더를 통째로 압축하여 웹하드에 올린 다음 인쇄비를 입금합니다. 이 과정은 업체별로 상이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pdf 전환 전에 원고 파일에 오타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점검했습니다.
이제 원고 파일을 넘겼으니 인쇄는 인쇄소의 몫입니다. 인쇄된 책들이 행사장, 혹은 지정된 장소로 배송될 때까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럼 이제 책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면 될 것 같지만… 사실 앞에서 미리 말하지 않은 단계가 있습니다.
?. 가격 정하기
어쩌면 책의 사양을 정하는 것 이상으로 고심했던 부분입니다. 저는 과거 비슷한 페이지 수의 회지를 검색하여 가격대를 알아본 뒤 적정선을 정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책정했는데, 회지의 총 페이지 수x100원에 회지 제작에 들어간 부대비용과 예상되는 판매 권수를 추정하여 가격을 매긴다는 트친 분도 계셨습니다. 이건 정말로 개인적인 부분이라 조언을 드리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상식선의 가격이라면 자신이 정한 값에 대해 너무 남의 눈치를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한 일의 가치는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니까요.
마치며.
회지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열정을 품고 있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열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만들지를 몰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면 아쉽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제가 회지 만드는 법을 까먹었을 경우를 대비한 보험이기도 합니다) 대단한 비급이 숨겨진 글은 아닙니다만 초보 회지 제작자 분들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혹 문의사항이 있으실 경우 댓글 등 남겨주시면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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