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 사기당했던 썰 푼다.
거래는 항상 신중하게.
※본 게시글은 사기를 당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한 공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게시글은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았음을 미리 밝힙니다.
2020년 8월 15일 토요일. 광복절.
나는 『더치트』에 가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발단은 8월 6일 목요일이었다.
공개된 트위터 계정으로 닌텐도 스위치를 가지고 싶다는 내용을 쓴 어느 날, 갑자기 어느 분이 디엠으로 찾아오셨다.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 기기를 판매중인데 구매할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다. 나는 물건을 빨리 처분해야하는 분이라고만 생각하고 간단한 인증을 받은 뒤 입금을 진행했다. (가격은 약 17만원이었다)
다음날(8월 7일 금요일) 거래자가 이상한 부탁을 해왔다.
「혹시 저 대신 입금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너무 바빠서요ㅜㅜ」
이게… 뭔 소리야…?
나는 아연실색하다가 거절의 뜻을 밝혔다. 다행히 거래자는 그 이상 끈질기게 매달리지는 않았다. 이것 참,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그래도 뭐 물건만 제대로 보내준다면야 상관없지. 헌데 다음날(8월 8일 금요일)이 될 때까지 물건 배송에 대한 연락이 없었다. 금요일 오후가 다 되어서야 이상한 기분이 들어 거래자에게 물어보니 다음주 월요일에 보내겠다는 연락이 왔다. 흠, 하긴 개인적으로 이번주가 많이 바쁠 수도… 있지. 나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다.
8월 10일(월요일). 거래자는 아무 연락도 보내지 않았다.
8월 11일(화요일).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운송장 번호를 요구하자, 거래자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보내지 못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실제로 그 시기에 전국적으로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나는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다음 연락을 기다렸다.
8월 12일(수요일), 연락 없음.
8월 13일(목요일), 연락 없음.
8월 14일(금요일).
거래자가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물건 아직 못 받으셨죠?」
내가 그렇다고 하자 거래자는 그 이상 답장을 하지 않았다.
?
8월 15일(토요일).
오전 10시, 거래자에게 재차 배송번호를 요구했지만 답장은 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확신했다.
[욕설]…. 이거 사기치네….
오후 2시, 항의하는 내용+답 없으면 경찰서 가서 고소절차 들어가겠다는 문자를 보냈지만 거래자의 태도는 태평했다. 자기도 누군가에게 택배에 대한 일을 맡겼는지라 알아봐야 한다는 투였다. 아니 그럼 지금까지 자기가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한 건 대체 뭐란 말인가? 애초에 이게 거래에서 일주일이나 사람을 기다리게 만든 사람의 태도인가? 머리가 띵했다. 이게 사기꾼이구나. 그냥 숨쉬듯이 베짱장사를 하는구나….
나는 근무가 끝나자마자 곧장 경찰서에 가서 고소장을 접수했다. 공휴일 오후 5시였지만 다행히도 인근에는 상당한 크기의 경찰서가 있었고 민원센터는 소수 인원으로 운영중이었다. 나는 거기 있는 경찰 분들에게라도 상세한 상담을 드리고 싶었지만 어느 진상이 난리를 부리는 바람에 그럴 틈이 없었다. (진상나가)
고소장을 접수하고 돌아오는 길. 나는 천천히 이제까지의 일을 되짚어보다가 이걸로는 모자라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왜냐하면 20년 8월 15일-16일-17일은 광복절과 주말이 겹쳐 연속으로 쉬는 날이었고 그동안 내가 어떤 강경책을 취한다 해도 사기꾼은 아 보내준다고요~ 누가 안 보낸데요? 근데 빨간 날이잖아요~ 를 시전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더 확실하게 이 사기꾼의 멱살을 틀어쥘 기술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더치트』에 가입했다.
『더치트』는 나와 같은 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피해 사례를 등록하여 2차 피해가 번지지 않도록 만들어진 사이트이며,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사기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 대한 안내사항과 『더치트』 자체적인 신고절차가 잘 준비되어있어 신고를 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피해사례를 하나하나 등록한 나는 다소 후련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기피해를 신고할 때는 보통 『더치트』에 먼저 등록을 한 뒤 거기 제출한 자료를 취합해 경찰서에 간다고 한다. 나는 당시 경황이 없어 반대로 했다….
다음날(8월 16일 일요일). 자리에서 일어나니 새벽에 사기꾼에게서 대량의 문자 메세지가 도착한 상태였다. (『더치트』쪽에서 보낸 알림 문자를 그때 본 모양이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분명히 물건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왜 더치트에 신고했냐, 날 사기꾼 취급하는 거냐, 당장 글을 삭제해라, 안 그러면 나도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하다. 『더치트』에 핸드폰 번호나 계좌번호가 등록되면 자기 번호에 사기 피해가 있다는 내역이 떡하니 뜬다. 사기꾼 입장에서는 날벼락이었겠지.
물론 다 씹었다.
어차피 경찰서에 고소장도 넣었고 『더치트』에 등록도 했으니 시간은 내 편이었다. 등록을 시도하기 전에는 조금 떨렸지만 막상 다 끝내고 나니 놀랍도록 마음이 편했다. 이제 사기꾼이 나한테 돈 못준다고 뻗대든, 이렇게 하면 재미없을 줄 알라고 으르렁거리든 별 상관 없었다. 게다가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뭘 할 수 있겠는가? 먼저 거래를 하자고 한 건 사기꾼이었고, 먼저 돈을 받아간 건 사기꾼이었고, 내 정중한 문의를 회피하고 시간을 질질 끈 것도 사기꾼이었다. 설령 그 부분을 어떻게 잘 꾸며내서 말한다고 해도 은행 이체 이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새벽 늦게 잠들었다기에 오후가 되어서야 깰 줄 알았던 사기꾼은 16일 오전 11시에 내 계좌번호를 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더치트』 피해사례를 먼저 내리지 않으면 환불해줄 수 없다는 태도였다. 이건 『더치트』에서 절대 들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전형적인 협박이었고, 애초에 돌려받은 것도 없는데 피해 사례 삭제부터 해달라는 말이 어이없어서 답을 하지 않았다.
저녁 9시. 사기꾼이 2차례에 걸쳐 돈을 입금했고, 나는 입금액을 확인한 뒤 『더치트』 피해사례를 삭제했다. (사기 피해를 받았더라도 금액 환불을 받은 경우에는 피해 사례를 삭제해야 한다.) 물건을 보낸 배송번호도 있고 (하지만 당장 자신에게는 없고) 18일 이후에는 분명히 간다고 강짜를 부리더니 어떻게든 돈을 닥닥 긁어모아 입금하는 모양새였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내가 사기꾼을 비꼬거나 사과를 받아내길 기대한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사기꾼에게 『더치트』 삭제 사실을 통보하고 해당 번호를 차단했다. 이 사기꾼과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았고 무례한 말에 더 이상 노출되고 싶지도 않았던 까닭이었다.
이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은 구매글을 올린 것도 아닌데 뜬금없이 트위터로 찾아와서 "ㅇㅇ 사실래요?"라고 하는 사람을 덥썩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 중고거래를 할 때에는 항시 『더치트』를 곁에 끼고 있어야 한다는 것,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이 들 때는 망설임 없이 신고해야 한다는 세 가지 사실이었다.
참고로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는 『당근마켓』 직거래를 통해 더 싸고 안전하게 구매했다.
다들 『당근마켓』 이용하세요.
그리고 현재 나에게는 아직 엔딩을 보지 못한 닌텐도 스위치 게임이 가득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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