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이비 종교에 입문했었던 썰 푼다.

Base on True Story.

※본 게시글은 사이비에 대한 경각심을 드리고자 하는 공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최근 있던 일은 아니고 몇 년 된 일입니다. 대학생 때 학교를 졸업하려면 일정 봉사점수가 필요했는데 마침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이 있어서 거기 연락하고 모임장소를 안내받았어요. 벽화활동 정보는 교내 게시판에 붙었던 안내문 보고 얻은 걸로 기억함.

그때 제 친구도 제가 이런이런 활동이 있다고 하니까 자기도 하겠다면서 문자로 신청했는데 확인 답장이 안 왔었습니다(저한테는 답장이 바로 왔었음). 그래서 그때는 그새 인원마감됐나 보다~하고 넘겼죠. 그렇게 봉사활동 당일이 됐고 벽화 활동 자체는 평범하게 진행됐습니다. 열심히 페인트를 칠하고 중간에 나눠주는 도시락도 먹고… 작업은 오후 4시가 지나서야 끝났어요.

하지만 봉사활동은 당일 거기서 활동했다고 끝이 아니라 봉사활동 확인서라는 걸 받아야 하거든요. 그건 벽화 봉사날에 안 주고(왜냐면 당일은 작업으로 혼잡하니까) 따로 확인서 발급 일자를 정해줬어요. 그게 벽화 활동으로부터 일주일 뒤였나 그랬고 발급해주는 장소는 □□교회라는 곳이었습니다.

그때 우리 대학에서만 간 인원이 대략 30명? 40명? 정도 되었는데 당연히 모두가 한날 한시에 받진 않았고…. 제가 갔을 땐 인원 대여섯명 정도가 있었어요. 그 친구들이랑 교회에 앉아서 확인서 써주는걸 기다리는데 봉사활동 담당한 사람이 절 보더니 아 이분이라고, 이분이 우리 교회 솨솨 씨랑 정말 쏙 빼닮았지 않냐면서 주변에 말을 걸더라구요.

그래서 뭐… 권사? 라고 불렀던가? (저는 교회 내 호칭에 대해 무지합니다) 그런 여사님 두 분이 어머 정말 분위기가 닮았네~ 하면서 말을 걸어왔어요. 그때는 뭐 별 생각없이 내가 여기 누구랑 닮았나보네…. 신기하다…. 이러고 서류 받아서 돌아왔습니다.

며칠 뒤에 핸드폰으로 연락이 오는데 그때 본 봉사활동 담당자에요.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대충 담당자가 우연히 △△대(당시 제가 다니던 학교) 근처를 지날 일이 있는데 괜찮다면 우리 한 번 보지 않을래요? 하는 내용이었고, 저는 벽화 봉사건으로 뭐가 더 있나 싶어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만나니 담당자가 그러더라구요. 실은 이렇게 만나자고 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벽화 봉사활동 때부터 ○○씨(제 이름)가 계속 신경쓰여서 그랬다, 이렇게 만나는 것도 인연인데 혹시 마음에 힘든 일이나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니냐, 나라도 괜찮으면 들어주고 싶다….

지금은 거의 잊어버린 그 사람의 표현을 다 재현할 수는 없는데 대충 그런 요지였고, 당시 여러가지 주변 상황 때문에 정말로 힘든 처지였던 저는 가족도 친구도 아닌 그분의 다정한 마음씨에 감격해 훌쩍훌쩍 울었습니다. 그러면서 실은 제가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해서 넘 힘들다고 줄줄이 말해줬지요.

그 다음엔 뭐… 뻔하다면 뻔하게도 마음이 힘든 건 지지대가 없어서고 사실 우리가 믿어야 할 진정한 지지대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이야기가 담긴 성경이며 만약 ○○씨가 원한다면 내가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가르쳐주고 싶은데 이걸 배우면서 인간적으로 성장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이어지고, 제가 그걸 해보겠다고 합니다.

이후로는 정기적으로 성경을 배웠어요. 대략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제가 수업 중간중간 비는 시간을 미리 얘기하면 그 사람이 직접 학교까지 와서 틈새강의 해주고 그랬습니다. 수업을 대충 요약하자면 성경 속 일들은 사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고 모든 기록은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다….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따라서 신은 과학적으로도 증명가능한 존재이며 그걸 알아내기 위한 성경 공부인 것이다 뭐 이런 논지였던 것? 같아요. 사실 몇 년 지난 옛날 일이라 헷갈리네요. 암튼 그래서 저는 그 과학적 성경 해석이라는 걸 공부하며 봉사활동 확인서를 끊어준 □□교회에도 정기적으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예배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몇 가지 가벼운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다른 참여자들이랑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음… 그건 꽤 즐거웠어요. 실제로 그 기간 동안 저는 제가 과거와는 다른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해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향적이고 폐쇄적인 인간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됐고 베풀 수 있고 긍정적인 인간이 되고 있다고…. 

실제로도 많이 변한 것 같다 / 공부 열심히 하는게 보기 좋다 / 같이 성장하자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니 성대하게 착각하고 있었던 거지요. 물론 저 말들의 발화자는 전부 □□교회측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공부장소도 학교 근처 or □□교회에서 □□교회가 소유한 카페테리아로 자연스럽게 전환됩니다. 여기서 또 한 달 정도 이것저것 배우다가 아예 집 근처에 있는 같은 계열의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하면 다니기에 더 편하고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왔어요. 거기서 또래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면 좋을 거라는 말도 같이.

갔어요. 거길 찾아가니까 곧장 양옆에 제 또래를 앉히고 같이 예배를 들으라고 하더라구요. 예배가 끝난 뒤에는 다른 또래들 대여섯명을 또 소개시켜주고, 특히 이 사람은 ○○씨와 같은 학교 다니는 선배님이니 맘 터놓고 지내라 합니다. 다음 주에도 예배 있으니까 다시 오라고 하면서.

안 갔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예배 보는 도중에 어떤걸 보고 흠? 상태가 되서 그 의문을 그대로 품고 전력으로 도망나왔습니다. 

사유는 예배 중간에 나온  「우리 목사님을 믿으면 천국 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옥 간다」는 문구와 거기에 호응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그런 얘기를… 전혀 들은 적이 없었거든요. 물론 예수천국 불신지옥은 흔히 듣지만 그건 좀 보수파들이 하는 말이지 않나? 근데 여기는 분명 성경을 과학적으로 어쩌고 했는데? 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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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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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이비였나? 

일케 된거죠.

 나중에 알고보니 그런 교리해석(=성경을 과학적으로 어쩌구)을 하는 교회는 그냥 이단이나 사이비로 보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만약에 옮긴 ◇◇교회도 이전 □□교회처럼 좀 온화한 분위기였다면 그대로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얼레벌레 교회 또래들에게 묶여서 그들의 일원이 됐을지도 몰라요. □□교회 사람들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다면 이런 위화감에 대해 질문했다가 다른 방향으로 회유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제가 그때 이상한걸 느끼고 어떻게든 그쪽과 연을 끊을 수 있었던 건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벽화 작업을 하기 위해 모였던 대학생 대부분은 여학생이었고 참가 문자의 답장을 받지 못한 제 친구는 이름이 다소 딱쿡콱스러운 발음이었어요. 혹시 봉사자를 받는 과정에서 여자 같은 이름만 걸러받는 단계가 있었던건 아닌가 싶지만…? 이건 제 심증입니다.

더불어 그때 제가 포교의 표적이 된 이유도 대충 짐작이 가는 게, 벽화 봉사자들끼리 모여 다같이 점심을 먹을 때 전 아는 얼굴이 없어서 혼자서 먹었거든요. 아마도 그때 눈여겨 봤지 싶어요. 실제로도 포교에 거의 성공한 셈이고…. 마지막 쐐기 단계에서 삐끗하지 않았더라면 저도 어떻게 되었을런지.

그러니까 사이비는 그냥… 어디선가 스며들어서 저도 모르게 그 일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게 좋습니다. 성경공부 / 심리상담 / 사주상담 어쩌고 저쩌고 기타등등…. 참고로 저는 저 사건 이후로 「운명적 사건」처럼 다가오는 인간들은 일단 의심하기로 했습니다(ㅋㅋㅋㅋ).  

어디도 그런 수법 쓴다잖아요 조직원 A가 "◆◆야 너 내일 나가면 안 좋은 일 있을 것 같아, 조심해." 하면 조직원 B가 다음 날 그 사람을 노리고 인위적으로 사고 일으켜서 대상을 어라? 하게 만드는…. 근데 이게 당하는 사람이 멍청한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는 놈들이 개자식인 거거든요.

좀 힘들어서 위로받고 싶은 마음…. 외로워서 누구랑 얘기하고 웃고 싶은 마음…. 인연이라는 걸 믿고 싶은 마음…. 그런 걸 이용하는 자식들이 사이비입니다. 그러니 얽히지 않는게 제일이지만 얽혀버렸고 그걸 알아차렸다면 인연 다 끊고 도망나오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조언은 이 정도네요.

이제까지 보고 겪고 들은 사이비 전도 수법들은 대충 이렇습니다.

1. 길 묻다가 수심이 있어 보인다고 하기 

2. 심리상담인데(혹은 설문조사) 그림 한 번 그려보라고 하고 고민이 있는 것 같다고 하기 

3. (위에서 말한 수법이지만) 어떤 목적으로 사람들을 대량으로 모은 다음 그 속에서 솎아내기

  

하지만 요즘은 또 트렌드에 맞춰서 바뀌고 진화해가는 모양이더라구요. 그러니 사이비를 만나면 사이다 썰이나 개그 썰 하나 만들 생각하지 말고 바로 뿌리치세요. 위와 같은 접근방식이 아니더라도 대충… 어쩌다가 누굴 만났는데 이야기 잘하다가 아래랑 비슷한 소리가 나오면 걍 박차고 나오시면 됩니다.

-(어떤 이유를 대서든) 성경을 공부하자고 한다. 

-집안에 액이 있는데 이 액을 떨치려면 (어떠한 이유로든) 돈을 내서 제사를 지내야 한다.

-그외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당신뿐이고 당신은 특별하고 당신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고 어쩌고….

세상 사람은 사이비를 안 만난 사람 / 사이비를 만난 사람 / 사이비인 사람 세 종류로 나뉘고 그 경계는 때때로 너무 쉽게 허물어지곤 합니다. 오밤중에 창조주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30만원을 입금해달라고 호소하는 혈육의 전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일어날 수 있으니 각오하세요. (※돈으로 제사를 치뤄 조상의 업을 지워야 집안이 평온해진다는 흔한 사이비 수단. 혈육은 다음날 정신차렸지만 당연히 돈은 돌려받지 못했음.)

마지막으로 절대 절대 절대… 나랑 같장르 파면 / 갠봇 해주면 사이비라도 ㅇㅋ☜같은 유머를 유머로 소비하지 마세요. 사이비는 그걸 학습하고 익혀서 정말로 당신에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사이비는 바보같은 호구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가져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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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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