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윤해태
생각이 정리될 시간이 필요했다.
신수라는 것은, 신령스러운 짐승을 뜻한다고 한다. 용도, 봉황도, 주작도, 전부 신수이다. 나는 그리 생각하고, 이리도 생각 해보았다. 그치만, 신수는 어찌 되었든 짐승일 뿐이다. 그렇다면 인간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하룻밤이 지나기 전의, 그런 어릴 적의 나의 생각이다.
어릴 적의 생각엔,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날에 어릴 적의 날을 뺀 만큼의 축적이 없는 상태에서 겪어낸 경험들로 엮은 얼빠진 직물이라는 것이다. 나는 거기서 좀 더 실을 추가해나갈 생각이다. 지금의 나는 아직도 얼빠진 직물일 뿐이다. 그러나 직결적으로 지금의 실만으로도, 생각이란 것을 엮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유적으로 한계를 만날 수 밖에 없다.
다시 역행하여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신수라는 것은, 신령스러운 짐승을 뜻한다고 한다. 용도, 봉황도, 주작도, 전부 신수이다. 나는 그리 생각하고, 이리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았다. 신수는 짐승이지만, 짐승의 힘을 초월하도록 전기적이고 초월적인 힘이라는 것을 가진다. 그렇다면 인간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이튿날 밤이 지나기 전 나의 생각이다.
다음의 생각을 다음의 실을 엮는다는 것이 매우 이상한 일이라는 것은 체감하고 있다. 지문으로 만들어진 도장, 뇌의 지문, 경험으로 엮어진 뇌, 내가 겪은 경험, 이튿날 밤이 되기까지의 나. 연쇄적으로 이어나가는 사슬고리의 찰랑거림이 느껴져 온다. 찰랑거리고, 딸랑거리고, 싸늘거리고, ‘차갑게거리는’ 사슬은 내 목에서 대롱대며 걸린다. 서늘한 감촉. 그것과 함께 눈을 감는다.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걸까.
다시 역행하여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같은 부분은 생략하자. 나는 다시 이리 생각했다. 짐승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다만 힘의 차이로 인해 신수는 더 높은 계급에 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도 초월적 힘을 얻는 것으로 더 높은 계급에 설 수 있다. 나는 그리 생각해왔다. 이것은 사흘째 밤이 지나기 전의 이야기다.
이제 머리는 돌아가고 있다. 빗맞물린 톱니바퀴는 다시 맞물리고 있다. 애매한 것이, 조금 명확해지는 기분이다. 이러려고 생각하는구나. 생각, 공부, 지식의 의미를 찾은 기분이다. 하지만 이보다 고차원적의 의미가 존재할 것이며, 나는 그것을 찾고 싶어졌다. 다음 번엔 조금 더 나은 모습일것이다.
다시 역행하여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이것은 나흘째 밤이 지나기 전의 나의 생각이다.
될 리 없다. 내게 주어진 투명한 공기로 만들어진 벽을 체감하면서도 다시 부딪힌다. 똑같은 설명의 반복, 똑같은 체감의 반복. 그럼에도 나는 다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다시 역행하여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이것은 닷새째 밤이 지나기 전의 나의 생각이다.
다시 한 번 더 시도하자. 이번에는 무언가 다를 것이다.
다시 역행하여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다시 역행하여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다시 역행하여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다시 역행하여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다시 역행하여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지쳤다. 생각을 포기한다. 점차 두통이 사라지고, 희미해진 나의 자아가 돌아온다. 이런 생각은 내게 맞지 않는, 부적합의 의수와 같은 것일까? 만만치 않다.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적, 이라고 생각했다. 이 적을 이기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해야 할 지는 정해놓았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내가, 언젠가 이 적을 이기기 위해….
다시 역행하여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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