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맞추는 자가 그이니 그를 잡으라
그 뒷모습의 기억으로 하루하루 연명해간다
첫 키스는 비릿한 맛의 기억을 남겨줬다. 그 애의 송곳니가 유난히 날카로웠던 것도, 내 평평한 뒤통수를 끌어안은 손길에 숨이 막혀오는 순간까지 찢어진 혀를 섞은 것까지도 모든 기억이 비릿한 향을 통해 되살아난다.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와 소심함에 움츠러든 둥근 어깨를 가진 나에게 그 아이는 선망이었다. 선망은 다가와 구원으로 나를 유혹하였다. 그 아이를 따라다니며 걸음걸이가 빨라졌고, 그 아이의 곁은 어깨를 펼치고 당당히 기댈 수 있는 곳이 되어주었다. 크게 모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졸지 않으며 적당한 성적이 나오는 그 조용한 학생을 다들 모범생이라고 불렀다. 그런 어중간한 모범생보다는, 그 아이를 따라다니며 듣는 문제아 소리가 더 좋았다. 찢어진 혀가 따끔거리는 것도, 웃으면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마저도 내겐 행복이었다. 그 아이를 동경하고, 선망했고, 희망하며 추종했다.
그 아이의 구원은 내 세상을 넓혀주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던 꽃집도, 무엇이 다른지도 모르겠는 어느 한 지하철역의 구멍가게도 그 아이와 함께 가면 구하기 힘든 ‘물건’들의 판매처가 되어있었고, 손을 더럽혀줄 ‘대리인’들을 만나는 창구로 맞아주었다. 그 아이는 세상의 경계를 열어주는 유일한 열쇠였다. 모든 위법의 온상은 그 아이 선에서 시작되고 종결되었다. 그 아이의 인도를 따라 난 서서히 넓어진 세상에 발을 내딛었고, 그 세계도 나를 서서히 맞이했다. 그 즈음으로 기억한다, 세상에 ‘바이러스’가 퍼졌다.
이후에도 여러 번 생각해보았다. 우리의 ‘열쇠’. 그 아이에게 감염을 선사한 사람은 누구일까. 괘씸하다. 잠깐이라도 그 아이의 비릿함을 맛 본 것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응징하고픈 마음이다. 하지만 이 답답함을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그 아이의 ‘구원’을 받은 건 내가 유일하니까. 그 아이의 첫 구원도, 마지막 구원도, 유일한 구원도 내가 받아냈다. 그 아이가 준감염자에서 감염자가 된 날, 내 품에 안겨있던 그 아이의 송곳니는 또다시 내 혀를 찢었다. 이 ‘구원’을 남에게까지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주머니 속 펜치를 꺼내 어여쁜 두 송곳니를 뽑았다. 익숙한 비릿한 향의 기억과 새로운 비릿함이 만나 여전히 생생한 달콤한 기억으로 남았다. 단잠을 자고 난 뒤, 그 아이는 더 이상 내 품에 남아있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도 뒷세계는 건재했다. 몰락한 건 두 세계를 연결해주는 유일한 열쇠, 그 아이, ‘메시아’뿐. ‘메시아’의 구원을 받은 건 내가 유일했으니, 기꺼이 내가 그 뒤를 이었다. 그들은 날 반기지 않았다. 나도 그들을 반기지 않는다. 오직 반긴 건 그들이 날 부른 이름 뿐, 그리하야 난 ‘이스카’라는 이름으로 제2대 열쇠가 되었다.
tripleS 김나경
1학년 5반 권주원
060417-4****** (19), 준감염자
> 159cm, 힘 없어보이는 체형,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 펜치 소지 중, 슬리퍼 질질 끌고 다님
> 유급생, 수업에 비협조적이고 태도가 불량하지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음.
그리고 이스카 , 브로커, ‘대가’를 받고 ‘연결’해주는 ‘열쇠’
힘 민첩 그리고 운運은 내 명命을 바쳐 운명運命에 맡긴다
이스카 관련 언급 자유롭게 해주셔도 좋습니다. 서사 날조 등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인간은 태생적 본성을 기억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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