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안정적인 투자 종목은 아니다
은혼 2차 창작 / 2020년 작
금융권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 연봉은 좀 높은 편이지만, 자신을 소개하라면 딱 그렇게다.
집으로의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기분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칼퇴근에, 날씨는 몹시도 좋았고, 이사한 지 겨우 3일 된 새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보증금에 월세,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바퀴 나올 걱정 없는 신축이었다. 그것도 에도 시내에! 치안이 뛰어나지 못한 동네인 데다 넉넉한 평수도 아니었지만 감흥이 남달랐다. 머리 터지도록 뇌를 굴려 가며 일하는 보람이 있었다. 이 맛에 돈 벌지.
대출을 조금 끼긴 했지만. 가볍게 걸어가던 길에 검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건 그때였다. 모퉁이만 돌면 마이 스위트 홈이 보일 위치였다. 반대편으로 걸어가려나 보다 생각해 무시하고 지나치려는데 제법 커다란 인영이 성큼 다가왔다. 흠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말을 건넨다.
“저기, 아가씨?”
낮게 깔린 목소리는 정중한 듯 가장했으나 한량 같은 가벼움이 배어 있었다. 이거, 그건가? 헌팅? 아니면 종교 권유? 어쩌면 상품 강매? 고개를 슬쩍 들어 남자를 살폈다. 한 뼘쯤 큰 키에 나이는 20대 중후반, 많이 잡아도 30대 초반. 곱슬거리는 은발 아래 이목구비는 퍽 수려했지만 대충 구색만 갖춘 차림새며, 눈이 맹하게 풀린 것이 그다지 매력적인 인상은 못 되었다. 표정은, 의외로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뭐 하는 사람이지. 눈을 도르륵 굴려 남자를 훑는 동안 남자는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나츠하라 양?”
“…… 맞는데요?”
“요 모퉁이 돌면 있는 집, 주인분 되시는?”
이쯤 되면 조금 수상쩍다.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고, 고작 이사 온 지 3일 된 사람 집은 또 어떻게 알고. 전 주인에게 어떤 언질이라도 받고 왔나, 쓸데없이 관심을 기울이는 이웃인가, 혹은 구청에서 무슨 조사라도 나왔나, 재빨리 머리를 굴려본다. 스토커 같은 놈들도 판치는 세상이니 주의해서 나쁠 건 없다. 남자는 적어도 공무 수행 중인 구청 직원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용무부터 말씀해주셨으면 하는데요,”
“긴쨩, 뭐하냐, 해.”
어린 여자아이의 높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다. 모퉁이 뒤편에서 소녀가 톡 튀어나와 남자에게 친근히 달라붙자 남자는 두 배로 당황한 표정을 했다. 키가 작고 몹시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보다도 양쪽으로 말아서 고정한 만두 머리와 붉은 치파오가 더 눈에 띄었다. 두 사람, 아버지와 딸이라기에는 나이 차이가 적고, 호칭도 애매하다. 삼촌 정도일까? 자신의 외삼촌을 잠깐 떠올리다 지워내는 동안 여자아이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녀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이는 사랑스러웠지만 저 딱 봐도 백수 날건달 같은 남자에게는 볼일이 없었다.
“말씀 없으실 거라면 저는 이만.”
“어어어어! 잠깐만! 잠깐만, 그, 나츠하라 양?”
덥석. 커다란 손이 천 위로 팔을 붙든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불쾌해져 눈을 부라리려다 아귀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걸 깨닫고 딱딱한 목소리로 손 치우라 경고하는 정도로 끝냈다. 긴쨩이라 불린 남자가 억울하다는 듯 슬쩍 손을 놓으며 주절거렸다.
“아니, 긴씨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의심스럽게 보지 말고.”
“이름과 주소를 물으며 붙드는 사람, 충분히 수상해요.”
“난 그저 댁이 충격으로 몸져누울까 봐.”
목덜미를 벅벅 긁으며 내뱉는 게 영 의미심장한 소리다. 눈치 보듯 이쪽을 흘끔흘끔 살피기까지 한다. 어쩐지 불안한 직감이 스치며 심장이 기분 나쁘게 쿵쿵 뛴다. 그 직감이, 이 남자가 자꾸만 늘어놓는 헛소리는 무시하고 당장 모퉁이를 돌아 집에 가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어어, 어어, 하고 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며 만류하는 남자를 뒤로 하고 빠르게 걸음을 옮겨 곧장 집으로……
걸어가려 했는데.
높은 벽과 건물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풍경이 드러났다.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그러니까, 이거 꿈이지? 꿈인 거지? 비현실적이다. 몇 대나 줄지어 선 경찰차도, 신센구미 제복을 입고 서류를 넘기면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는 미남도, 그 옆에서 아무 데나 바주카포를 겨누며 금방이라도 쏴버릴 듯 철컥거리는 소년도, …… 오늘 아침까지 멀쩡했는데 폭삭 무너져 있는 그녀의 집도.
현기증이 일었다. 숫자들이 머릿속에 떠다녔다. 다음 순간에는 무릎이 꺾이고 있었고 그다음 순간에는 퓨즈가 끊겼다.
코끝에 매캐한 탄내가 스친다.
“어라. 히지카타 씨, 이 여자 일어났는데요.”
높낮이 없이 무심한 목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차렸다. 붉은 눈이 바로 앞에서 깜빡였다. 밀빛 머리카락의 예쁘장한 소년이 허리를 펴며 훌쩍 멀어지더니 히지카타 씨, 하고 반대 편을 향해 또 한 번 외쳤다. 동글동글. 눈매도 머리통도 동그란 소년의 제복을 입은 뒷모습을 바라보다 자신을 살폈다. 한심하게 기절해버린 몸은 담요를 가슴께부터 덮은 채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기대듯 눕혀져 있었다.
“아, 쓰러졌나, 설마.”
“세 시간이요. 덕분에 우린 전부 여기서 당신 기다리며 벌섰죠. 이거 어쩔 겁니까?”
몸을 일으키고 상황을 파악하며 중얼거리기가 무섭게 소년은 재빨리 대꾸했다. 대꾸라기보다는 시비에 가깝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쯤 해 둬, 소고. 고작 3분이었다.”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담배 향이 풍겼다. 그야 그렇겠지. 세 시간이라면 벌써 해가 완전히 지고도 남았을 테니까. 하늘에는 아직 석양이 흩어져 있었다. 꺼떡거리는 담배를 입꼬리로 문 흑발의 남자가 다가와 품속을 뒤적이더니 얇은 지갑 같은 것을 꺼내어 펼쳤다. 남자의 얼굴로부터 그대로 시선을 쭉 내려 증명사진과 이름, 직급까지 빠르게 살폈다. 예상했던 대로 무장 경찰 신센구미의 부장, 히지카타 토시로. 에도에서 악명도 위명도 드높은 남자였다. 소문처럼 굉장한 미남이었지만 잔뜩 구겨진 얼굴과 치켜뜬 눈에서 풍기는 위압감이 섬뜩했다.
“나츠하라 양? 보다시피 모종의 사유로 거주지가 파괴되었다. 유감이지만 우선 수사에 협조해주어야겠어.”
너무 황당한 일과 마주했다 보니 기절했다 깨어난 이후로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별달리 슬픈지, 억울한지, 화가 나는지도 알 수 없어서 히지카타 토시로의 친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발언에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테러리스트를 검거하는 시민들의 보호자라고, 말이야 번지르르하지만 신센구미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보편적 인식은 경찰을 빙자한 폭력적인 살인 집단. 섣불리 화를 내기는 눈앞의 상대가 어렵고 또 어려웠다. 폐도령이 내린 시대에 합법적으로 허리에 당당히 차고 있는 긴 칼부터.
히지카타 토시로가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한두 장 펄럭이자 자연히 눈길이 그쪽으로 갔다. 저거, 나잖아! 한 켠에는 사진이 붙었고 이름, 나이, 근무지와 거주지 따위가 줄줄 적혀 있는 신상명세서가 서류철 맨 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 혹시 그래서 아까 그 은발 남자가 물었나? 신센구미와 엮인 사람이었던 건가?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명 수배자 여럿이 이 근처에서 출몰한다는 소식이 있어 조사하던 중 천인 범죄 조직이 연루되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관련해 아는 바 있나?”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잠자기도 바쁜데 그런 거 알겠냐. 이 집 산 빚 갚으려면 과중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고.
“이사 온 지 3일째라 잘 모르겠네요.”
“공범이나 따까리들이 딱 그렇게 변명하죠.”
소년이 끼어들었다. 얼굴은 웬만한 남자 아이돌 뺨 후려갈기게 예쁜 주제에 밉살맞은 소리는 혼자 다 한다. 실은 오에도 신문의 기사에서 몇 번 보아 알고 있었다.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니는 신센구미의 문제아이자 1번대 대장인 오키타 소고. 히지카타 토시로를 알면서 저 소년을 모를 수는 없다. 둘이 다투며 물고 뜯는 기사 사진도 여러 차례 지면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나 다를까 히지카타 토시로가 버럭 소리쳤다.
“소고! …… 저 녀석 말은 신경 쓰지 말도록. 공교롭게도 그 녀석들의 주둔지와 연결된 지하 통로가 당신 집 아래였고, 진압 과정에서 적잖은 피해가 생겼지.”
아니, 이거 적잖은 피해 수준이 아니라 멸실인데요, 경찰 씨. 집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상태잖아. 목수 불러서 고친다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잖아.
“신센구미 직무 중 부득이 피해가 생긴 경우 손실보상을 하는 제도는 있지만, 이 사건은 엄밀히 말해 공무 집행상의 피해는 아니다.”
“그럼 제 손해는 배상받지 못한다는 건가요?”
두려움을 감수하고도 슬슬 열이 뻗친다. 이 사건이 공무 집행상의 피해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남의 집을 파괴해놓고 헛소리만 지껄이고 있다니. 경찰이 아니라 순 양아치 아냐. 신센구미가 워낙 과격한 집단이다 보니 공무 집행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곤 한다는 기사도 물론 읽었지만 끝은 결국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설마 그 보상을 받은 작자들은 아주 운이 좋았던 건가? 그녀의 굳어가는 표정을 읽었는지 히지카타 토시로가 급히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당신 집을 부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건 저쪽에 있는 남자다. 우리 일에 협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센구미도 공무원도 아니지.”
히지카타 토시로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자 은발 남자가 머쓱하게 서 있었다. 신센구미도 공무원도 아니라고? 그건 지나가던 개도 알겠다. 저 남자, 제복은커녕 유카타조차 이상하게 입은 데다 저딴 풀린 눈으로 일을 멀쩡히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저 꼴로는 용모단정 조건에 걸려 아르바이트생으로도 취직이 어려울 거다. 대체 그러면 저 자식은 뭔데 신센구미의 범죄 조직 소탕에 동조해서 내 집을 부순 거야?
“이런 경우 국가에서는 보상하지 않아.”
“그러면. 직접 저 사람에게 물어내라 협박이라도 하란 뜻인가요? 설령 그래야 한다손 치더라도 그 과정은 국가기관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츠하라 양,”
“한 가지 더 항의하겠어요. 신센구미와 마주치기 전 저 남자가 제 이름을 부르며 접근해서 의아했는데, 여길 와 보니 제 신상 서류가 있네요. 국가기관에서 일반인에게 이렇게 함부로 시민의 정보를 누설해도 되는 건가요?”
“그건,”
히지카타 토시로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건 부하의 실책이다.”
실책이라 주장하면서도 입에 사과 한마디 올리지 않는다. 자존심인지 뭔지. 그저 기가 막혔다. 오에도 신문에서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신센구미 평판 앙케트, 다음에는 꼭 최악의 폭력 경찰이라고 적어야지. 울분은 집을 부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한량에게로 튕겨 나갔다. 눈을 치뜨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새 아무렇지 않게 치파오 소녀와 왁왁거리며 무어라 떠들고 있던 놈이 뜨거운 시선을 감지했는지 애매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나한테 청구해도 얻어낼 거 없어, 나나 양. 척 보면 알겠지만 나 돈 없는 아저씨라고? 월세가 3개월 치 밀렸어. 나나 양처럼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 저축의 반의 반의 반의 반…… 도 없을걸?”
대체 누가 나나야. 굳이 줄이지 않아도 독특한 이름을 요상하게 줄여 부르기 시작한 남자는 뻔뻔스럽게 보상 책임을 회피하는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대체 지금……”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욕지거리라도 내뱉어 주려는데 히지카타 토시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로챘다.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그녀의 태도도 자연히 얌전해졌다. 그야 저 흉흉한 귀신 부장을 앞에 두고 얌전해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더라도, 신센구미 직무 중 일어난 사고다. 상부에 보고를 올릴 때 신센구미의 실책이 컸던 것으로 적당히 꾸며내면 돼. 온전히 보상받기는 어려워도 어느 정도의 피해액 구제는 되겠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되묻자 히지카타 토시로는 성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겠지. 그래, 그나마 이게 어디인가.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있던 신센구미 평판 앙케트 답변을 수정해주었다. 강변을 향해 후, 하고 담배 향을 뿜는 히지카타 토시로에게 신센구미 측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순간 멀리서 ‘부장님!’ 부르는 소리에 그는 정반대편으로 달려갔다. 제대로 외면 당했다는 생각에 모델 같은 실루엣을 자랑하는 히지카타 토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쏘아보다 몸을 돌려 서서 천천히 다음 목표에게로 걸어갔다.
은발 남자와 여자아이는 그녀와 히지카타 토시로가 보상에 관해 나누는 대화를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의 머리카락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붉었고, 그러나 분홍이 조금 더 감돌았다. 어째서인지 그녀를 올려다보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에게 희미하게 웃어 주고 남자의 정면에 섰다. 애초 이 남자에게 바라는 건 보상이 아니었다.
“성함이?”
“에― 사카타 긴토키입니다만.”
“사카타 씨. 제게 할 말 없나요?”
“미안합니다아!”
조금 전까지는 말을 돌렸던 남자가 이번에는 넙죽 몸을 숙이며 사과한다. 그 재빠른 태도 변환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우습지도 않은데. 자세히 보니 아이가 남자, 사카타 긴토키의 손목을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꽈악 힘주어 잡고 있었다. 사카타 긴토키는 끙, 하는 소리를 내더니 다시 근심이라고는 없는 유유자적한 태도로 돌아온다. 속이 타들어 가 미칠 지경인 건 일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 도리어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격인 그녀다. 그 점이 몹시도 못마땅했다.
“뭐, 신센구미에서 보상해준다니 다행이고. 발뺌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배상할 돈은 없던 거지만,”
그럴 줄 알았다.
“긴씨, 이래봬도 가부키쵸에서 해결사로 일하고 있다고.”
사카타 긴토키는 잠시 말을 멈추고 구름무늬가 그려진 유카타 안쪽으로 손을 넣어 뒤적이더니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마주친 암적색 눈이 유하게 휘어졌다. 어쩐지 분위기가 다르다. 머뭇거리며 명함을 받아들고 고개를 숙여 읽었다. 명함이라기에는 허술했다. 자그마한 도화지에 손글씨로 쓰인 글은 만능 해결사 긴쨩 万事屋 銀ちゃん, 사장 사카타 긴토키. 주소는 가부키쵸 1번지.
“곤란한 건 모두 해결해드립니다, 뭐 그런 거야.”
가부키쵸라면 평범하고 안온한 삶을 추구하는 그녀가 평생 갈 일 없는 환락가다. 지명에서 번지는 거북함과 더불어 해결사라는 단어의 위화감도 만만찮다. …… 흥신소 같은 건가. 그제야 남자의 허리춤에 걸린 목검이 신경 쓰였다. 입술이 갑작스레 바싹 마른다. 이 사람에게 함부로 굴었던 건 오판이었을까. 함부로 굴었다 해도 고작 그를 무시하고 지나치거나 에둘러 사과를 종용한 정도지만 기댈 구석 없는 사람은 이러나저러나 알아서 사려야 하는 법이다. 위험도, 불안도, 겁 먹고 마음 졸이는 것도 끔찍이 싫으니까. 침착한 후회 가운데 명함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도톰한 종이가 파르르 떨었다.
사카타 긴토키의 눈은 예리하게 반응을 감지했다. 흔들리는 종이 끝을 주시하던 그가 치아가 드러나게 씩 웃는다. 숨을 고르게 내쉬기가 힘들다.
이토록, 날카로운 인간을, 어째서, 아까는, 알아보지 못한 건지.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저 남자가 몇 겹이나 헐렁하게 잘 감싸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스스로 토닥여 본다.
“이보세요? 언니? 아가씨?”
사카타 긴토키는 몸을 약간 숙이더니 그녀의 얼굴을 슬쩍 올려다보며 살폈다. 시야에 들어오는 적안을 피하고 싶었다. 눈을 꾹 감아버리지 않기 위해 눈가에 힘을 주었지만 굳어버린 표정과 몸은 어쩔 수 없었다.
“다른 뜻으로 오해하지는 말고, 직접 보상은 못 해줘도 대신 뭐라도 들어 주겠다는 의미니까. 어이, 긴씨가 무보수로 의뢰 받는 거 드문 일이라고?”
그런 껄렁거리는 양아치 말투로 친절하게 말해 봐야 무섭다고!
“긴쨩. 이 누님 무서워하고 있다, 해. 분명 긴쨩이 어디서 굴러먹다 온 백수 건달 같아서 무서워하는 거다, 해!”
“어이 카구라……, 너무한 거 아니냐? 긴씨는 선량한 시민이랍니다? 무서운 거라면 저기 저 번쩍거리는 칼 찬 시커먼 경찰 아저씨들이 더 무섭지 않아?”
당신도 저쪽도 무서운 건 매한가지야! 저쪽은 경찰이기나 하지! 울컥 솟는 분노를 가슴 아래로 밀어넣었지만 톡 끼어든 여자아이 덕에 두려움은 한결 가라앉았다. 아이―카구라가 사카타 긴토키를 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제 밥 대하듯 거리낄 것 없이 괄괄했고 어린 아이에게 그토록 편히 느껴지는 대상이라는 건, 사카타 긴토키에게 조금쯤은 경계를 풀어놓아도 좋다는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의뢰라. 의뢰라고. 당장 집이 통째로 날아간 판에 의뢰할 것이라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어디 바람에 실려 떠돌아다니는 도로시의 캔자스 집이라도 낚아채서 내 앞에 가져다 놓으라고, 는 할 수 없지 않은가. X울의 움직이는 성을 뻿어오라고도 못하고.
“어이, 야마자키. 해결사 녀석들이랑 저 여성분은 네가 태워라.”
“넵, 부장!”
히지카타 토시로가 거친 목소리로 외치자 뒷머리가 양쪽으로 뻗친 경찰이 부지런히 달려와 곁에 섰다. 순순히 경찰의 인도를 따라 경찰차에 올라타는데 사카타 긴토키는 경찰을 따라오는 대신 눈을 희번득하게 뜨고 물었다.
“나는 왜?”
“네 녀석이 날려먹은 게 몇 갠데 그냥 집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나? 처리를 제대로 해 둬야 뒤탈이 없을 것 아냐.”
히지카타 토시로가 멀리서도 알아듣고 대꾸한다. 이어 사카타 긴토키가 꽥꽥거리며 외치고, 사소한 도발에 말려든 귀신 부장이 반박하면서 몇 번 높인 언성이 오갔다. 두 사람, 언뜻 보기에는 말투가 사나워도 자주 교류한 듯 꽤나 가까워 보였다. 그 대거리는 사카타 긴토키가 경찰의 손에 이끌려 그녀는 이미 얌전히 앉아 있던 경찰차 안에 몸을 구겨넣는 것으로 끝났다. 이어 경찰이 카구라마저 태우고 운전석에 몸을 던지며 문을 닫았다. 시동이 걸리고 차가 출발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며 창밖으로 시선을 자꾸만 이끌었다.
작게 코 고는 소리가 울렸다. 카구라였다. 아이는 피곤했는지 고개를 뒤로 꺾고 입도 헤 벌린 채 잘만 잤다.
“너 말이다, 긴씨의 어디가 널 그렇게 생쥐처럼 떨게 하는 걸까나? 긴씨 지금 이 차에 범인도 아니고 참고인으로 앉아 있단 말이지. 댁이랑 같은.”
사카타 긴토키가 반쯤 감긴 눈으로 차 안을 살피던 중 툭 뱉었다. 망설이다가 솔직히 대꾸했다.
“당신처럼, 세…… 보이는 남자…… 는 아무래도 무섭잖아요. 검을 찼으니 더더욱.”
나를 쉽게, 너무도 간단히 해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을 리 없다. 굳이 괜한 사람을 의심을 거듭하고 싶은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꺼려지는 거다. 신센구미가 아무리 평판이 나빠도 경찰이라는 것은 분명한데 그럼에도 검은 제복을 입은 체격 좋은 남자들이 진검을 뽑으며 거리를 뛰어다니는 것을 목격하면 흠칫 떨게 되는, 그런 거다. 양이지사와 마주치면 그야말로 기절이다. 말하자면 사카타 긴토키의 탓이 아니다. 학습된 공포일 뿐.
“걱정 마세요, 나츠하라 씨. 해결사 형씨가 그래 보여도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 네.”
운전하던 경찰이 밝은 목소리로 그를 변호하기에 떨떠름하게 대꾸했다. 싹싹한 말투가 경찰보다는 좀더 친근한 서비스업 종사자 같았다. 그리 위협적인 인상도 아니라, 이쪽은 대하기가 편했다. 핸들을 꺾으며 경찰이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에 다니신다니, 멋지네요. 동료의 친구의 사돈의 육촌이 그 회사 취업 준비 중이라는데, 고배만 몇 번 들이켰다더라고요. 연봉이 아주 괜찮다던데.”
“고연봉으로는 신센구미도 지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요.”
“어……, 신센구미는 특이한 경우니까요.”
경찰이 아하하, 어색하게 웃었다. 생명수당…… 그런 거겠지. 속으로 말을 삼켰다. 그녀의 직종은 적어도 매일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스릴은 없었다. 그런 재미는 질색이다. 신센구미 둔영으로 가는 길은 가부키쵸를 지나쳤다. 멍하니 아직 밤이 시작되지 않은 거리를 구경하는데 사카타 긴토키가 물었다.
“가부키쵸에는 와 본 적 없어?”
“네.”
“좋은 데서 곱게 자랐나 봐.”
“뭐……, 글쎄요.”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가부키쵸에 걸음한 적 없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리고 차후 방문 계획조차 없었지만 곱게 자랐는지는 잘 모르겠다.
“집은 직접 구한 거야?”
“그런 것까지 아는 척 하는 게 그리 유쾌하진 않네요. 제 돈으로 냈냐는 말이라면, 그래요.”
“역시 **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답네.”
남자는 불평은 가볍게 무시하고 제 할 말만 한다. 신센구미와 밀접한 관계인 것처럼 보이긴 했으나 대체 어디까지 개인 정보가 퍼진 건지 모르겠다. 하긴 경찰도 계속해서 그녀의 직업이며 회사며 떠들어대고 있었으니. 신상명세서 한 번 훑으면 나오는 정보이기야 하다만, 대체 경찰은 이 사카타 긴토키라는 남자를 얼마나 믿기에. 해결사…… 뭐 그런 직종이라 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뒷조사도 손쉬울 테고 이제 와서 거슬려 해 봤자 소용 없다는 것도 알았다.
“왜, 왜 나한테 갑자기 이런 일이…….”
머리가 지끈거려와 이마를 문지르며 한숨처럼 중얼거리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평범한 인생 사는 것도 피곤해 죽겠는데 별 일이 다 생긴다.
“어엇! 울지 마세요.”
백미러를 확인한 경찰이 화들짝 놀라며 휴지를 몇 장 뽑아 뒤쪽으로 내밀었다. 경찰에게 눈인사로 감사를 표하고 눈 위를 번갈아가며 꾹꾹 누르는데, 스트레칭하듯 팔다리를 쭉 뻗던 사카타 긴토키가 심드렁하게 말을 얹었다.
“나나 양, 세상 살면서 내가 잘못해서 생기는 일은 드물어.”
“그게 이 사태의 장본인 중 한 명이 할 말인가요?”
목소리가 삐끗 모나게 튀어나갔다.
“무섭다면서, 아까부터 쿡쿡 찔러대는 말은 잘만 하는 것 알고 있어?”
“선량한 시민한테 할 말도 못 하나……요?”
맞받아치면서도 또 목소리가 흔들렸다. 아주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카타 긴토키는 흐으음, 하고 묘한 소리를 내며 의자에 편히 몸을 기대었다. 그녀도 차량 쿠션에 등을 기대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몸이 들썩였고 뇌까지 울렁였다. 그 안에 든 심란함도.
사카타 긴토키며, 야마자키라는 저 경찰이며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감이 잡혔다. 괜찮은 집안에서 곱게 자라고 훌륭한 직장에 취직해 세상 풍파라고는 모르는 젊은 아가씨. 그래서 이번처럼 우연히 닥쳐온 재난에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여자. 어긋난 부분은 다소 있지만 오해라기에도 애매하고, 정정할 의지도 없었다. 무엇보다 사카타 긴토키의 경우 그녀에게는 아무 흥미 없다는 듯 무정한 얼굴을 하고 자꾸만 말을 걸어오는 것이 의아하다.
요컨대 이 관심은 그녀라는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
신센구미 둔영과 가까운 곳에 사는지, 여자아이는 둔영에 차가 도착하자마자 그녀와 사카타 긴토키처럼 취조 받는 대신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취조는 일찌감치 끝났다. 사건 처리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휘말린 민간인을 굳이 오래 잡아 둘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도, 언제 다시 부를지 모르니 연락은 재깍재깍 받으라 당부했다.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신센구미 대원들이 그녀를 보는 눈길이 어딘가 석연찮았지만 캐물을 의욕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꼴이 난 집 안에서도 그나마 파손되지 않고 남아 있던 물건들이 있긴 했다는데, 이에 대해서는 수습과 검사를 마친 후 곧 연락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둔영을 벗어나 생각을 정리할 겸 걷다 보니 저도 모르게 사카타 긴토키와 같은 방향으로 따르고 있었다. 어느덧 갖가지 동요도 가라앉고 매정한 현실만 사방에서 찔러들어왔다. 당장 오늘 밤부터 잘 곳이 없었다. 걸친 옷가지와 가방에 든 지갑, 휴대폰 정도의 소지품 외에는 무엇 하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지갑에 든 카드도 돈을 거의 빼둔 체크카드였고 다른 카드며 인감은 집에 두고 나왔다. 현금 몇천 엔이 전부다. 더욱 난감한 건 금요일 밤이라는 사실. 해는 진즉 졌고 시간은 한참 늦었으며 휴대폰 배터리조차 다 닳아 금방이라도 종료될 듯 화면이 깜빡거렸다. 이토록 막막하기도 참 오랜만이라 천천히 계획을 정리하는 가운데 불쑥 남자가 물었다.
“어디 가려고?”
“24시 영업점에서 밤을 새거나 적당한 숙박업소에서……,”
“이 주변은 다 러브호텔이야. 길도 복잡하고 이상한 놈들 많이 돌아다니걸랑? 요 녀석아. 그렇게 멋모르는 얼굴 하고 있다가 홀랑 업혀가도 몰라요? 연락할 만한 사람 없어? 가족이나 친구?”
멋모르는 얼굴이라니. 미간을 좁혔다. 어떻게 여긴 건지 몰라도 그녀도 그리 순진하거나 멍청한 여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상한 놈들’은, 그래, 무섭다. 가족, 친구. 곧 꺼질 휴대폰 속 전화번호부를 머릿속으로 되짚어 보아도 도와달라 연락할 상대는 없다. 의중을 재어 가며 말을 골랐다.
“…… 달리 부탁할 만한 사람 없어요. 직장 동료들에게 할 수도 없고.”
“아까 긴씨한테 뭐 받지 않았나?”
딴청 피우듯 귀를 후비적거리며 묻는다. 아, 해결사 명함.
“이걸로 의뢰를 대신하려는 생각이라면……,”
“이건 의뢰 아니고 파르페 한 잔으로 받는 부탁. 긴씨 이래봬도 발이 넓어서 말이지.”
괜찮나? 괜찮을까? 남자는 적어도 당혹스러운 처지의 여성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처럼 보였다. 조금 전 이 늦은 시각에 둔영을 나란히 걸어나온 사이일 뿐 아니라 신센구미에서도 사건과 관련해 그녀에게 계속 접촉을 시도할 테니 허튼 짓을 했다가는 곧바로 들통날 테다. 하지만……
모르겠다.
“부탁해도 될까요?”
휙, 구름 무늬 유카타 자락이 흔들리고 사카타 긴토키는 뒤돌았다. 따라와. 남자의 목소리에는 무게가 없었다.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다. 밤과 축축한 공기를 휘황찬란한 빛으로 뒤덮어버린 가부키쵸 거리는 눅진하게 젖어 있다. 네온사인이 물기에 비치어 불티처럼 튄다. 그 가운데 어쩐지 남자는 가장자리를 따라 툭 도려낸 것처럼 이질적이다. 어둠을 가른 뒷모습은 온통 흰 머리카락과 옷, 그 끝에서 반사광이 새하얗게 빛나고……
가벼운 소란이 귓가에 계속 부딪힌다. 술주정뱅이의 혀 꼬인 헛소리와 앞다투어 나서는 호객, 어딘가의 실랑이 혹은 고성 섞인 다툼, 키득이는 웃음소리, 와글와글. 길이 복잡하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미로처럼 골목골목이 많아 자칫하면 미아 신세가 될 판이었다. 팔을 크게 휘저으며 무어라 투덜대는 취객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발을 재촉해 앞선 남자와의 거리를 좁혔다.
눈꺼풀 안에서 네온사인은 흐리게 번진다.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았는데 어지럽다. 어쩌면 거리에 떠도는 진한 술기운에 같이 취해버렸을지 모르고. 그러나 그녀는 보기와는 달리 제법 술이 세니, 공기만으로 취했다는 가정은 폐기하는 편이 좋다. 그럼 이건 무엇에 취한 건지. 피로와 혼란에 취했다는 결론이 족하다.
20분은 걸었을까. 「스낵 오토세」라 적힌 간판 앞에 멈춘 사카타 긴토키는 그녀를 가게 앞에 세워두고 좁게 연 문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엉겹결에 뻗어나간 팔이 소매를 잡았다가, 돌아보는 시선에 놓았다. 언제 붙들었냐는 듯 뻔뻔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사카타 긴토키는 들어올래, 하고 묻는 듯 엄지를 올린 손으로 가게 안쪽을 가리켰다.
“할망구!”
발랄하다 싶을 정도로 톤이 높아진 남자의 목소리가 가게 안에 크게 울린다.
“뭐, 이 염병할 놈아.”
걸쭉한 욕설과 함께 바의 마마ママ로 보이는 중년― 혹은 노년의 여성이 퉁명스러운 시선을 이쪽으로 향하다가, 뻣뻣하게 서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기세가 한 풀 꺾였다. 눈썹을 여전히 잔뜩 치켜올린 마마가 사카타 긴토키를 향해 턱짓하자 그는 느긋하게 목 뒤에 양손으로 깍지를 끼고 의자가 늘어선 바로 다가갔다.
문가에 선 채 그녀는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다. 회식에서 스낵바에는 올 일이 없으니 생소한 장소였다. 술 한잔하며 담소와 함께 어울릴 상대도 마땅히 없어 제 발로는 이자카야도 들르지 않았다. 건조한 인생이다. 벽에 걸린 그림을 한참 관찰하고 있는데 어깨에 탁 커다란 손이 얹혔다. 흠칫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돌리자 은빛이 단숨에…… 가까워. 인지한 순간 머릿속엔 스파크와 함께 당혹으로 열이 오른다. 섬세하지 못하긴.
대충 이곳은 사카타 긴토키가 신세 지고 있는 집주인의 스낵바이며, 마마의 이름은 오토세이며 (기명이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밤뿐 아니라 며칠 머물러도 괜찮다는 단언과, 옷가지와 필요한 물품도 빌려주겠다는 설명 따위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토세는 깐깐해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인심이 후하고 너그러운지 그녀의 사정을 듣고는 딱한 처지라며 위로를 거듭했다. 가게 안쪽으로 휴식을 취하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넓게 있다는데 여종업원 한 명도 그곳에서 지내는 것 같았다.
“고맙단 인사는 안 해도 돼,”
할 생각 없었는데.
“내일 파르페 얻어 먹을 거니까.”
그러시든가요.
답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괜한 말을 얹는 성격은 아니었다. 당장 오늘밤의 숙식이 해결되었으니 일단은 만족이었다.
- 카테고리
-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