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더 블루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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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더 블루 4

주술회전 고죠 사토루 네임리스 드림

*소장용 결제

어디에도 감시하는 눈은 없다.

그 결과, 생활지도부장 야가 마사미치가 단정한 글씨로 작성해서 제출할 것을 신신당부한 반성문은 세 사람 중 누구 한 명의 관심도 끌지 못했으므로 어언 30분째 백지였다.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문제의 두 남자 사이에 낀 이에이리가 고갤 뒤로 젖혔다. 그녀는 이곳이 학교라는 걸 망각한 건지, 아니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건지. 어디서 났는지 모를 지포 라이터를 당당하게 달칵이며 평온한 음색으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왜 나까지 불려 온 거람?”

“미안, 쇼코.”

게토의 사과는 변명 없이 담백했다. 이에이리는 남은 몫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고갤 왼쪽으로 돌렸다. 느른한 시선은 아까부터 내려올 기미가 안 보이는 고죠의 입꼬리를 종착역으로 삼는다. 비단 오늘뿐만이 아니다. 요 며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동급생의 얼굴이 즐거워 보인다. 미묘하게 고양감마저 엿보이는 옆태를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가지고 놀던 라이터를 대충 교복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아하하. 기분 나빠~.”

“엣. 갑자기 악담? 너무하네~.”

고죠는 두 사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다가 기어코 한 소리를 듣고 나서야 부러 과장하며 우는 척이라도 하는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그런 쓰레기 같은 반응은 언제나 제 관심 밖이라며 그를 시원스레 등진 이에이리의 눈길이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꺾여서 게토를 향했다.

“넌 어떻게 생각해? 게토.”

“뭐가?”

“감정놀음에 빠진 고죠의 얼굴 같은 거.”

게토의 낯에 언뜻 난감함이 어린다. 이에이리는 지금처럼 미온한 웃음을 머금고서 꽤 고약한 질문을 던질 때가 있었다. 뉘앙스를 보아하니 공감을 바라는 것보단 순수하게 의견이 듣고 싶은 듯했는데, 게토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그냥 대답 없이 눈썹 뼈만 긁적였다. 뭐야, 싱겁네. 김샌다는 목소리를 뒤로 넘긴 그가 두 눈을 슬그머니 내리깔았다.

단지, 언젠가 계단에서 봤던 학생회 간부의 침울한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새벽에 눈을 뜨는 일은 큰집에 얹혀살면서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아직은 아침의 여유도 어색하다. 나는 교복 조끼를 꿰어 입고 베개 아래에 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상단 바를 내리고 밤새 쌓인 알림을 확인했다.

어플 팝업 알림. 야마자키의 라인. 스즈무라의 부재중 전화. 통신사 광고 문자. 그리고⋯⋯ 고죠 사토루.

나는 앞서 말한 연락은 오른쪽으로 밀어두고 고죠의 알림만 남겨두었다.

> 잘 잤어?

> 내 꿈은 꿨고?

다소 허무맹랑한 내용이 포함된 아침 인사였다. 앞말은 그럭저럭 받아줄 만도 했지만, 뒷말이 순간 다음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나는 당최 의미를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면서도 엄지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라인이 도착한 시간에 비해 조금 늦은 감이 있는 답장을 썼다.

< 잘 잤어

< 네 꿈은 안 꿔

빈말은 하지 않겠다. 답장은 사실대로 보냈다. 얼마 안 가 읽었다는 표시와 함께 답장이 날아왔다.

> 유감이네 ! !

> 노력 좀 해 봐

답장을 보자마자 헛웃음이 나왔다. 노력한다고 다 나오면 우리 아빠는 매일 밤 내 꿈에 나타났게? 나는 황당한 논리에 적당한 대답을 찾을 수가 없었으므로. 대충 무난한 이모티콘 하나를 찾아서 전송한 뒤에 손을 뗐다.

이것저것 부지런히 움직이고 정리하다 보니까 금세 나갈 시간이었다. 나는 서둘러 옷장을 열었다. 몇 안 되는 옷가지들을 둘러보다가 가을에 입을 만한 외투를 꺼냈다. 그래봤자 하나라 고민할 것도 없었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포인트를 준 트랙탑. 그러나, 나는 왼쪽 팔목을 옷걸이 삼아서 외투를 걸치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에 우두커니 섰다.

‘도와줄까?’

⋯⋯그러고 보니 그날도 이 외투를 입고 있었지.

 

 

***

 

 

그날은 여름인데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유난히 추웠다. 외투를 입고 손바닥으로 팔뚝을 연신 문질러도 자꾸만 몸 안쪽이 시렸다. 그 사실이 못내 서러워서 내딛는 걸음마다 눈물 바람이었다. 내가 걷는 길마다 비가 오기라도 하는지 길바닥 색이 짙어졌었다.

원래도 그리 대단치 않은 자존심이었지만, 그마저도 박박 긁어 바닥냈더니 남은 게 하나도 없었다. 텅 빈 내면에 무언가를 채워 넣고 싶어도 원체 가난한 마음인지라 빈속에 물이 쪼르르 굴러가는 소리만 들었다. 공허와 허무는 마치 친구인 척하는 저주 같았고, 나는 그것들이 신발 밑창에 들러붙어 따라오는 걸 방관하며 되뇌었다. 아무도 없다. 또 아무것도 없다. 그러다가 또다시 고죠 사토루를 생각했다.

살면서 그렇게 부끄러운 적도 없었지만 동시에 간절했던 적도 없었다. 도와 달라고 말해 보라는 그 말에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아서 그나마 가장 만만해 보이는 소맷자락을 쥐었을 때. 내 행동을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환하게 미소 짓던 고죠 사토루의 얼굴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잘했어, 선배.’

그 웃음기 섞인 목소리까지도 전부.

‘그래, 그래. 울지 말고.’

‘⋯⋯.’

‘나만 믿어.’

다 들킨 마당에 도와달라고 말하라길래 도와달라고 말했다. 흔쾌히 알겠다는 대답도 들었다. 저만 믿으라고도 했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해서 불안에 떨었다. 도와주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어떡하지.

불안정한 심리는 곧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멀쩡한 손톱을 죄다 물어뜯었다. 나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리 사는 세계가 다르다곤 해도 결국 학생인 건 똑같은 거 아닌가. 난 도대체 뭘 기대했던 거야. 어떡해. 어떡하지.

그러나 밤을 지새운 고민은 무색했다. 걘 바로 다음 날에 찾아왔다. 그것도 도보 5분 거리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 신축 오피스텔을 가지고서.

‘너 뭐야?’

‘응? 고죠 사토루.’

표정 관리를 전혀 할 수 없었다. 고죠 사토루가 고죠 사토루라는 걸 몰라서 물은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오만한 대답은 가장 알맞은 대답이기도 했다. 분명 고등학생이 벌인 일이라기엔 말도 안 되는 규모였지만, ‘사토루’라는 이름 앞에 붙은 ‘고죠’라는 수식어가 이 어이없는 상황을 모조리 납득케 했다.

그렇다고 마냥 좋다며 웃을 일도 아니었다. 걘 태연하게 ‘서프라이즈!’라고 외쳤지만, 이런 건 깜짝 선물도 아니고 도움이라 말할 수도 없었다. 나는 보안 카드를 내미는 큼지막한 손을 그저 보기만 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섣불리 말도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내가 지레 겁을 먹고 경계하자 고죠가 드물게도 상냥히 웃었다. 그러더니 ‘여기서 살아. 선배한테 줄게. 가져.’라고 내 심정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그리 간단하게만 말했다.

‘말했잖아? 도와준다고.’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어.’

‘음⋯. 확실히 기대 이상이라는 거지?’

‘그게 아니라⋯⋯. 나더러 어떻게 감당하라고 이래.’

‘하하. 선배가 뭘 감당해? 일일이 갚으라고 할 생각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게 말처럼-’

‘있잖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거기서 얼른 떨어져 나올래?’

‘⋯⋯.’

‘시작은 독립이야. 당연하잖아.’

하루라도 빨리 첫걸음 떼라고 도와주는 건데. 친절하고 확실하게. 모르겠어? 그렇게 덧붙이는 앳된 얼굴이 웬만한 어른들보다 많은 걸 품고 있는 듯해서. 나는 고죠가 축 늘어지는 내 손에 꾸역꾸역 보안 카드를 쥐여주는 내내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큰집 식구들에겐 당분간 친구가 집에 혼자 있게 되었으니 그곳에서 지내겠다고 거짓말했다. 거창한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들의 반응은 예상보다도 더 시큰둥했다. 내게 원체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라 전부 나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표정을 보니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여기는 것도 같았다.

입주는 고죠의 말마따나 지체하지 않았다. 그날 밤 바로 필요한 짐만 챙겨서 집을 나왔다. 완벽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어쨌거나 그토록 바라던 독립이었다. 다만, 지긋지긋한 그곳을 벗어나는 두 발은 상상했던 것만큼 가볍지 않았다.

오피스텔로 이동해서 짐을 풀고 정리할 때까지도 우리는 함께였다. 투룸에 원래 기본 옵션이 좋은 건지, 아니면 이것 또한 고죠가 미리 손을 쓴 건지. 필요한 건 전부 갖추어져 있었다. 얼마 없는 단출한 짐을 대충 정리하고 벽면에 등을 기대어 앉자 애써 모른 척하던 피로가 뒤늦게 몰려왔다. 나는 무릎을 가슴께로 당겨 모으고 혼자 살기엔 널찍한 방안을 찬찬히 훑었다.

‘기분이 어때?’

‘⋯이상해.’

‘이상해?’

‘네가 이상해.’

‘그럴 리가 없지. 난 항상 완벽한데.’

아니. 이상해. 너는 진짜 이상해.

나는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또 시선을 맞춰오는 고죠 사토루 앞에서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눈앞이 조금 몽롱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듯한 전개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제, 그리고 오늘.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전부 꿈처럼 느껴졌다.

이유가 뭘까.

고죠 사토루가 내게 이런 걸 해주고도 아무런 조건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꼭 안 맞는 반지를 억지로 끼워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싫다고 했으면서 도움을 자처하는 의도가 뭐니. 이제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니. 나는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걘 한결같이 말했다. 이미 썩어 넘치는 돈 따윈 필요 없다. 제 심부름꾼이 될 필요도 없다. 눈물이 다 나올 정도로 무리한 요구를 제시하지도 않겠다. 그저⋯⋯.

‘전화하면 받고.’

‘⋯⋯.’

‘라인 보내면 읽고.’

‘⋯⋯.’

‘뭐. 먼저 연락하면 더 좋고?’

바라는 건 그게 전부라고 했다. 어이없게도.

 

 

***

 

 

고죠 사토루의 힘을 빌린 수준도 아니고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걔가 다 만들어준 독립의 효과는 컸다. 집에 1분이라도 덜 붙어 있으려고 새벽같이 등교하는 일이나 자정이 다 되어서 귀가하는 일이 없어지니 당장 몸부터 편해졌다. 신체와 정신에 가해지던 폭력. 그것의 일시적인 소멸. 늘 해소되지 못하고 가득 차 있는 거 같던 스트레스가 현저히 줄어든 게 느껴졌다.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영역이라 그대로였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룬 건 사실이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당연히 고죠와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저마다 기준만 다를 뿐 인간관계에 갑과 을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원래도 그리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는 아니었던 듯하나 이번 일을 기점으로 완벽한 갑을 관계를 형성했다. 물론 특별한 조건 없이 이것저것 퍼주는 고죠 사토루가 갑이고, 그것들을 불안해하면서도 일단 받아먹고 마는 내가 을이었다.

우리는 여러 차례 대화다운 대화도 나누어 보았다. 그럼에도 고죠 사토루는 내게 여전히 어렵고 성가신 상대였지만, 나도 예전만큼 걔를 피하는 일은 삼갔다. 내 나름대로 고죠 사토루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 중인 거다. 그건 걔가 한없이 가볍게 보여도 그 속내는 불투명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고, 또 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어쨌든 나한테 해준 게 있는 데다가 나는 그걸 미심쩍게 여기면서도 잘만 이용하는 중이었으니 마냥 모른 척할 수도 없어서였다.

“어때?”

예전에는 그 종잡을 수 없는 언행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라며 상대하는 일 없이 내버려 두기만 했다면 지금은 이해 못 하면 이해 못 하는 대로 적당히 받아주는 지경까지 왔다. 나도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춰보는 거다.

“맛있어.”

지금 이 겸상도 그 장단 중 하나고.

“그래?”

“⋯너도 먹지 그러니.”

나만 보지 말고.

맞은 편에서 죄 없는 슈크림만 포크로 푹푹 터뜨리는 고죠를 힐끗 바라본 뒤 양념 묻은 젓가락을 도로 입에 물었다. 고죠는 내 앞에다가는 어디서 공수해 왔는지도 모를 진수성찬을 잔뜩 깔아놓곤 정작 제 앞엔 디저트 접시 하나만 달랑 두었다. 그마저도 밥 먹는 나를 감시하는 건지, 뭔지. 쳐다보느라 제대로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솔직히 학생회실에서 자습할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고죠와 저녁을 같이 먹은 지도 한 달이 넘었다. 더는 집에 늦게 들어갈 필요가 없어진 내가 방과 후 공부할 장소를 학생회실에서 집으로 바꾸면서부터였다. 자연스럽게 내 동선을 따라온 걔는 며칠 동안 저녁으로 시리얼이나 레토르트 식품만 -실은 이마저도 내가 굶어 죽으면 곤란하다며 입주하는 날에 고죠가 채워 넣었다- 먹는 나를 보더니, 나중엔 사람을 불러서 오늘처럼 내 식사를 책임졌다. 물론 처음에는 보통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던 터라 먹고 다 게워냈던 기억이다.

“왜?”

지난날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회상하느라 잠시 젓가락질이 느려진 참이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고죠가 물었다. 왜. 별로야? 나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걔가 한쪽 팔로 턱을 괸 채 고개를 까딱했다.

“특별히 잘 먹는 거 있어?”

“다 잘 먹어.”

“그럼 특별히 좋아하는 건?”

“⋯달걀.”

“싫어하는 건.”

“⋯⋯.”

“응? 싫어하는 거.”

달걀 음식이라면 뭐든 좋아했다. 프라이나 스크램블같이 간단한 거. 늘 바쁘고 요리엔 그다지 재능이 없던 아빠가 가장 자주 만들어줬던 거. 하지만 좋아하는 음식이야 얼마든지 말할 수 있어도 싫어하는 음식을 말하기는 망설여진다. 그도 그럴 게 상대는 고죠 사토루였다. 내가 말하는 순간, 이 밥상 위에 싫어하는 음식만 잔뜩 놓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선배.”

사색은 짧았다. 고죠가 손을 뻗어 내 오른쪽 뺨을 톡 건드렸다. 걔는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에 놀란 내가 목을 뒤로 빼고 어깨를 움츠리자 킬킬 웃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입꼬리가 꽤 기분 좋아 보였다.

“그거 알아? 당신은 무슨 생각하는지가 훤히 다 보이는 편이야. 내 감이 좋은 것도 맞는데. 그냥 어설퍼, 선배가.”

“⋯⋯.”

“슬슬 신용할 때도 되지 않았어? 내가 생각해도 최근의 나는 엄청 기특한 거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고마운 건 맞지만, 기특한 것까진 잘 모르겠다. 게다가 고죠 사토루가 신용이란 단어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던가. 한때 대놓고 날 싫어한다고 말하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다가 대답을 종용하는 눈빛 앞에서 마지못해 입술을 우물거렸다.

“⋯⋯가지.”

“가지?”

“싫어하는 것까진 아니고 그냥⋯⋯.”

“그냥.”

“⋯잘 안 먹어.”

“응. 참고할게.”

원하는 답을 얻어낸 고죠 사토루는 이윽고 내 밥그릇에 친히 크림 새우를 얹어주며 싱글벙글 웃었다. 내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말이었지만 솔직히 썩 기쁘진 않았다. 나는 놓아준 반찬을 피해 젓가락으로 밥알을 깨작댔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참고하겠다는 걸까. 묻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알려 줄 생각이 없어 보여서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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