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젤리팩
총 17개의 포스트
청명하고 날카로운 알람 소리가 몽롱한 정신을 일깨웠다. 잠기운은 아쉬움을 잔뜩 피력하며 온몸에 진득이 눌어붙어 왔지만 라이젤 클로비스는 그것을 애써 뿌리치며 무거운 눈꺼풀을 힘주어 들어 올렸다. 창을 굳게 가린 두꺼운 커튼 사이로 살그머니 새어 들어오는 아침 햇살. 코 끝에 닿는 공기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차가웠다. 라이젤은 꼭꼭 덮고 있던 이불을 헤치고
눈부신 은빛눈물 호수의 정경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제 육체에 새겨지지 않은 5년의 시간 후에, 처음으로 눈에 담은 그 모습을 어렵지 않게 그려낼 수 있었다. 정신없던 와중에도 그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던가. 그 이후에 목도하게 된 현실은 결코 달갑지 않았지만 은빛눈물 호수의 모습만큼은 빛바래지 않고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편속성 크리스탈이 지면을 뚫고
리리 에리카가 독이 풀린 수조 안에 들어갔을 때. 13분은 넘게 숨을 참을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아이가 괴롭게 몸부림을 치는 것을 눈에 담았을 때. 라브는 마치 제가 물속에 들어간 양 숨을 멈추었다. 온 몸이 차갑게 식어 내리고 주위의 소리마저도 천천히 멀어져갔다. 피부 위에 차갑고 두터운 막이 덮여, 모든 감각이 제게서 멀어져가는 기분. 그러나
윤이 이 마술 공연을 준비하는 데에는 약 2년이 걸렸다. 책장 하나를 꽉 채우다 못해 실시간으로 흘러넘치고 있는 아이디어 노트 사이에서 마술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몇 개 뽑아내는 데에 반 년, 그 중에서 제 취향에도 맞고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골라내는 데에 또 반 년. 그리고 그렇게 골라낸 것들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연구하고 준비하는 데에 일 년. 그
윤을 비추던 스포트라이트가 점점 흩어져 극장의 어둠과 적막 속에 녹아들었다. 잠시간의 암전. 이쪽도, 저쪽도 아직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시간 동안 윤은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마치 살을 에는 차가움 속에 들어가던 그 날처럼. 하지만 그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 들어갈 곳은 따뜻하고 화려한 빛 아래였다. 공포가 아닌 설렘으로 손끝이 저릿했다. 두려움과는 격을
⚠️ 수중, 유혈, 익사에 관한 내용 및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으니 열람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호흡을 멈추자마자 추위와 먹먹함이 닥쳐왔다. 주위를 가득 채우던 소란은 대부분 물에 먹혀 가라앉고, 수조 밖에 있던 모든 것은 일렁이는 물결에 덧씌워 가려졌다. 검은 손은 윤을 수조의 밑바닥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