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케이카
[네스트] 인티즈 비테스 & 레파르시아 레데르타
앞면이 있으면 뒷면이 있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긴다는 세상의 당연한 이치처럼, 이제는 곧 자동차도 날아다닐 거라 떠들어대는 찬란히 발달된 문명시대라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무심코 버리고 간 쓰레기가 그득히 썩어가고 피우다 남은 담배꽁초가 백골처럼 쌓인 골목. 부서진 콘크리트에서는 채 마르지 못한 페인트
처음 입대할 때 했던 질문을 기억하나요? 어떤 군인이 되고 싶냐고 물었죠. 나는 대답했어요. 사람을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다고. 결국 되지 못했어요. 나는 사람을 지키는 군인이 아니라, 괴물을 죽이는 군인이 되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어요. 당신들이 내게 그것만을 가르쳤으니까. 한때는 착각했어요. 내가 정말 사람들을 지키고 있다고. 하지만
레파르시아의 능력은 공격계라 하기엔 단박에 큰 화력을 낼 수 없었으나 다양한 패턴의 공격수단이 있었고, 방어계라 하기엔 조잡하다 할 수 있으나 여러 위협에서 몸을 지킬만한 정도는 되었다. 어두운 공간에서 빛을 내거나, 허공에 발판을 만들어 몸을 띄우는 등의 보조역할도 수행하였으니 잡탕이라 하여도 할 말은 없다. 만능이라 하면 만능이라 할 수 있었고, 애매
끈적하게 흘러내릴 듯한 짙은 꿀색의 술은 그 달콤한 색과 달리 홧홧한 알코올향을 남기며 목구멍을 훌렁 넘어가버렸다. 폐점시간이 다가오는 늦은 새벽. 마지막 손님의 무모한 원샷 장면을 눈 앞에서 지켜보던 마스터가 호두턱을 만들며 얼굴을 구겼다. "그렇게 먹지 말라고 했잖아요. 몸도 안좋으면서. 전에 피를 토하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고요." "그건 지병이
"잠깐만요! 노이즈씨?" 병원을 나서려던 찰나 레파르시아의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간호사의 목소리였다. 익숙하다 생각했더니만, 이안의 병실을 관리하여 자주 마주치곤 했던 간호사였다. 간호사는 걸음이 왜그렇게 빠르냐며 숨을 몰아쉬곤 웃었다. 레파르시아는 갑작스레 불안해져 이안에게 그새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 물으려다가, 그 웃는 얼굴을 보곤 다른 용건임을
병실의 문을 열자 복도에서 풍기는 것보다 더욱 진한 소독약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로 익숙해질 일은 없을거라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선다. 문을 여는 소리에 누워있던 병실의 주인은 바스락거리는 이불을 걷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다리를 꼼꼼히 감싼 붕대에 잠시 시선이 가고, 눈을 든 레파르시아는 미소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잘 지냈어
레파르시아 레데르타에게 실패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어떤 일을 똑같이 해도 어긋나는 날이 오기 마련인데 실패를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게 될 터였다. 그러므로 지금 느끼는 것은 단지, 남은 괴물들의 새끼를 전부 불태우지 못하고 남기고 온 분노. 쏟아내지 못한 감정이 타오르는 숯덩이를 삼킨 것마냥
“새하얀 번개가,” 뜸을 들이며 입을 다무는 사이 으득, 이를 가는 소리가 섬뜩하니 울렸다. [ 내리치고 ] [ 내리치고 ] [ 내리치고 ] [ 내리치고 ] 도막도막 느리게 끊겨 나오는 어절은 희번득 빛나는 창이 되어 쉼없이 내리꽂혔다. 구역질이 날 만큼 눌러담아 벼려낸 감정이 목에서 울려 혀를 타고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내비칠 것조차 남지 않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