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레파르시아 레데르타에게 실패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어떤 일을 똑같이 해도 어긋나는 날이 오기 마련인데 실패를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게 될 터였다.
그러므로 지금 느끼는 것은 단지, 남은 괴물들의 새끼를 전부 불태우지 못하고 남기고 온 분노. 쏟아내지 못한 감정이 타오르는 숯덩이를 삼킨 것마냥 가슴을 지졌다.
“끄으….”
어디로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참자 어린아이가 울음을 참듯 신음이 흘렀다. 레파르시아는 늪의 흙덩어리와 자신이 흘린 피, 괴물이 흘린 피들을 모조리 씻어낸 후 바로 잠들지 않고 수영장으로 내려왔다. 처음 발걸음의 목적지는 훈련장이었으나 뻐근한 근육을 혹사시키는 것은 좋지 못한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수영장에 온 것은 잘한 일이냐? 라고 하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그러나 레파르시아는 누워봤자 잠을 잘 수 없을 것이었고, 차라리 남은 체력마저 소모하여 스스로를 기절시키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 판단했을 뿐이다.
레파르시아는 상처 위를 방수 패치로 꼼꼼하게 뒤덮은 후 래시가드로 갈아입어 팔을 가렸다. 뚜렷히 새겨져있던 잔인한 묘사의 문장이나 평소에 레파르시아의 입에서 듣지 못했던 욕설들이 가려졌다. 반바지를 입어 다리가 드러났지만 다리에 남겨진 흉터는 팔에 있는 것만큼 모진 말은 아니었다.
풍덩-.
준비 운동이야 이미 충분히 했으니. 레파르시아는 망설임 없이 물 속에 뛰어들었다. 바닥에 가라앉은 레파르시아는 팔다리 하나 움직이지 않은 채 잠시 그대로 눈을 감고 차가운 물에 머리를 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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