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5회차, HBD
5월의 마지막 주제 <유령이 된 나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
일어났을 때 손이 없다면 누구를 가장 먼저 불러야 할까
나의 가장 큰 결핍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name]을/를 소리쳐 불렀어요
목이 끓으면 내장은 온통 여름이라 복강 안에서는 바람도 불지 않고 매미도 울지 않고
[$name] [$name] 자꾸 불러대도 집안엔 나 혼자뿐이고
사태를 정직하게 분석하는 데 성공한 내 장기는 시계추처럼 진동하고
어지러워서 벽을 짚어보는데 거기에 손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오면 그대로 고꾸라져버립니다
내 척추는 고무로 만들어진 걸까요
요람의 품에 안겨있는 아기는 넘어진 나를 보고 사랑스럽게 웃고
공을 물고 쫑쫑 걸어오던 개는 우는 나를 보고 짖으며 달려오고
그런데도 그 둘을 안아줄 수 있는 팔이 내게 없어서
병원에 가자고 일으켜 세운 사람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고
수납처에서 오도카니 마트료시카처럼 서 있는 내 모양은 발끝이 오그라들 만큼 창피하고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도망치고 싶다)
[$name] [$name] 중얼거려도 [$name]은/는 죽을 때까지 내게 오지 않아서
[$name]은/는 언제나 null이라는 걸 깨달았는데도 우는 걸 멈출 수가 없었어
여긴 너무 하얗고 너무 밝고 환하고 눈부시고 선명하고 또렷한데
잘 닦인 거울에는 내가 보이지 않고
축하합니다!
이제야 어른이 되셨군요
의사는 눈물에 절어버린 내 얼굴을 본 건지 박수를 친다
그것이 몹시 서글퍼 병원을 뛰쳐나오면 개도 아기도 없고
진단서를 가져가라고 쫓아오는 의사만 있다
도로의 신호등은 언제까지 노랗게 점멸하는 걸까
건널 수가 없다
[$name]에는 사실 가족 구성원 중 하나를 가장 먼저 넣어서 작성했었답니다.
이제 다 괜찮아진 줄 알아서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니었나 봐요.
뜬금없이 뭔 변수냐 하시겠지만 해당 칸을 도저히 채울 수가 없어서…….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 _)
이번 회차의 시도 감사한 마음으로 감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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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토닥이는 앵무새
비밀댓글이에요
즐거운 새우
HBD 님께서는 공란으로 두어 아쉬움을 표하셨지만, 저는 이 점이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여 더 좋았어요. 사람마다 넣고 싶은 상대가 다를 수 있고, 또 어쩌면 그건 가족 중 누군가가 아닐 수도 있을 테니까요. 오히려 화자와 제가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축하합니다!/이제야 어른이 되셨군요라는 대목은 기괴하게 들려 현실성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진단서를 가져가라고 쫓아오는 부분에서 괜히 어른이 된 실감이 뚝하고 드는 기분이에요. 언젠가는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졌으면 좋겠어요.
수집하는 나비
사견을 보기 전부터 공란에 들어가는 이름이 무엇일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말았답니다…… 누구에게나 해소되지 않는 깊은 아픔과 감정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울컥하고 이 시의 화자에게 두 손과 팔을 빌려주고 싶었네요 노랗게 점멸하는 것은 신호등이 아닌 화자의 시야처럼 느껴져요 의사는 어른이 되었다고 박수를 치지만 거리를 건널 수 없는 건 화자가 여전히 아이이던 순간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언젠가 그 손을 꼭 잡고 같이 건너가고 싶어지네요 묵직하게 다가오는 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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