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클로버
일찍 잠자리에 든 온유를 깨운 건 갈증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긴장하거나 마음이 편치 않을 때면 목이 타는 증상을 겪었기에, 온유는 익숙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을 집이 아닌 타인으로 가득한 낯선 장소에 머물렀으니 놀랄 일은 아니었다. 가람네의 호의가 감사하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온유는 혼자가 편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늘 그랬던 건 아니었다. 물 주전자
삼은고개는 작은 산 세 개가 가까이 붙어있다고 하여 이름이 지어진 마을이었다. 귀한 약초가 많이 자라는 산으로도 유명해서 종종 약초마을이라 대신 불리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삼은고개 근방 마을에는 약초꾼으로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약방도 여느 마을보다 자주 볼 수 있었다. 가람네 가족이 운영하는 약방도 그중 하나였다. 도가약방이라는 간
붉은 산자락에 세워진 영웅비는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을 만큼 거대했다. 새카만 돌에 빼곡하게 새겨진 하얀 글씨는 영웅 비연의 일생과 업적을 치하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랬을 터다. 자양화는 왕실에서 파견한 문인들이 밤새워가며 고민한 내용을 한 글자도 읽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영웅비 앞 제단에 눕혀진 시신에 못 박혀있었다. 하얀 천 위에 눈 감고 있는 스
소세하가 남긴 집과 물건을 전부 정리하는 덴 이틀이 걸렸다.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던 네 제자는 만장일치로 가람이 사는 삼은고개까지 마차를 하나 빌려서 가기로 동의했다. 제대로 된 이름도 없이 무명마을이라 불리는 이 외진 곳까지 마차가 오려나 우려하던 가람에게 소명은 이미 마차를 구해놓았다고 귀띔했다. 정오가 되기 전에는 도착할 거라며 소명이 자랑스럽게
그 무덤에 수국을 꺾어 헌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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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된 꿈의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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