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클로버
태천상단의 장녀가 손아래 여동생에게 급보로 보냈던 서신의 내용은 강렬하리만치 느긋했다. 소명 보아라. 소항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은 잘 받아보았다. 삼은고개를 떠나기 전에 네가 이 편지를 받을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다만, 언니 된 도리로 알려야 할 용건이 있어서 붓을 든다. 이연상단이 새 거래를 트려고 홍악마을에 사람을 보낸다고 한다. 사절단원의 신원은
세상 잘났던 주술사 자양화가 인생에서 가장 후회한 일은 그날 비연이 오염지대로 떠나겠다는 걸 말리지 못한 거였다. “도대체 그 저주받은 땅에 왜 자진해서 가겠다는 건데?” “몰라서 물으시는 거 아니잖아요.” 자양화는 제 앞에 반듯하게 무릎 꿇고 앉은 비연을 노려보았고, 비연은 웃는 낯을 유지한 채 사나운 보라색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자양화를 처음 찾아왔을
“끝까지 거절당했는데도 용케 제자로 들어갔네요.” 가람의 회상을 듣던 온유가 중얼거렸다. 가람이 피식 웃고 주먹 쥔 손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동생 많은 장녀로 살아남으려면 무엇에도 밀리지 않는 기개가 필요한 법이거든. 스승님도 결국 두 손 들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오라고 하셨고,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지.” “아마 오래가지 않아 싫증 나서 스스로 돌아가리라
가람이 산에서 곰을 만난 건 열두 살 아이였을 때였다. 삼은고개를 이루는 산은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맹수를 마주칠 일이 없었으나, 멧돼지나 곰이 산 아래턱까지 출몰하는 경우는 드물게 있었다. 보통 약초꾼들이 그 흔적을 먼저 발견해 마을 전체에 경고령을 내렸고, 사냥꾼들이 지대 전체를 수색하고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릴 때까지 마을 주민들은 산 출입을
그 무덤에 수국을 꺾어 헌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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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된 꿈의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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