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클로버
꿈 기반 창작단편들
“네가 최초로 기억하는 꿈은 무엇이지?” 태양 신전의 성도가 되기 위한 마지막 면접시험. 시험관의 질문에 나는 눈을 감았다. 막막하게 느껴져서는 아니었다. 되려 성도 시험을 통틀어 받은 제일 쉬운 질문이었다. 정답이리라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어떤 충동이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내 입술에서 말을 이끌었다. “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어둠 속에 있어요
상공 10미터. 그곳에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 * 전구가 전부 꺼진 드넓은 야외 공연장에 드는 빛은 달의 광채가 전부였다. 그 희미한 빛 아래 거대한 철봉으로 세워진 구조물의 윤곽이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거미줄처럼 얽힌 와이어가 한 아이의 시선을 붙들었다. 리드가 침을 삼켰다. 곧이어 근처에 지켜보는 사람이 없나 확인하듯 고개가 휙휙
D-365 “넌 사랑을 믿어?” 케리스가 묻는다. 그 질문 앞에서 눈을 느리게 깜빡이자, 훅 불면 꺼질 케이크 위 촛불처럼 시야가 위태롭게 흐려진다. 장시간 답이 없자 케리스가 재촉하듯 이름을 부른다. 윌로우. 그러자 세상이 잠시나마 생생해진다. 굳어가는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럼, 믿지.” 어찌 부정하겠나. 그 증거가 코앞에서 환히 웃고 있는데.
“여행을 계속하시겠습니까?” 차분하게 들려온 목소리는 구원 같았으나, 짧은 문장에 담긴 내용에 소스라치게 머리를 흔드는 여행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차원 여행 관리국에서 파견된 수습반의 팀장은 놀란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들고 있던 명단을 옆 팀원에게 넘겼다. 종이 명단에 빼곡하게 적힌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팀원이 질색했다. “팀장님, 이게 무슨 원시
새하얀 한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봄날, 렘브란 애터는 어느 외딴 마을의 입구에서 눈을 뜬다. * “렘브란 씨! 안에 계세요?” 나무로 만들어진 문을 통통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가 읽던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고 책을 식탁에 내려놓는다. 흘러내린 적갈색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일어서는 와중에도 나무를 가볍게 울리는 소음은 이어진다. 저러다 손을 다
오빠가 사라졌다. 아무런 연락도, 쪽지 하나 남기지 않고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재산도 처분하지 않고 떠나 오빠가 살던 저택은 덩그러니 남겨졌다. 오빠가 고용한 요리사며, 청소부, 정원사, 심지어 오빠를 보필하던 집사님도 오빠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다. 내게 연락을 준 건 집사님이었다. 믿기지 않는 소식에 저택으로 한달음에 달려간 나를 집사님은 십 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