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기> - <텐> 후기

읽은 지는 좀 되었지만 아직 생생할 때 기록 삼아 써 두기

이것저것 by 공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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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아카기>와 <텐>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0. 계기

때는 2023년 12월 22일…

공맹도는 매우 심심했다. 원래 게임을 좋아했었는데 요즘 진득하게 할 게임이 없기도 했고, (주변에서 발더게를 겁나게 먹였는데 발더게… 잡으면 인생이 순삭될 것 같아 두려워서 잡지 않음. 근데 지금은 다른 의미-긴모리로 인생 삭제되고 있는 중인 것 같으니까 오타쿠의 인생이란 원래 순삭되게 되어 있는 걸까 싶기도 함. <은과 금> 보세요… 긴모리 하세요…) 지인들 디코 서버에 앉아서 지인들이 틀어주는 게임 화면공유나 멍하게 보고 있었음.

그때 본계 탐라-디코에서는 작혼이 한참 흥하던 중이었는데 (지금도 다들 나와 작혼해주고 있음 기쁨) 그날도 트친이 열심히 작혼하고 있었음. 마작… 주워들은 건 좀 있어서 아예 모르진 않았기 때문에 멍하니 보다가…

마작 재밌어요?

이 말 한 마디가 날 나락으로 끌어들일 줄은…

암튼 마작이나 한 번 쳐볼까 해서 바로 작혼 가입하고 튜토리얼 갈긴 다음에 겁도 없이 등급전으로 뛰어들었고… 3일이 지난 후 나는 "작사"가 되어 있었다…

대강 일주일 정도 작혼+유튜브 마작 튜토리얼(고구마깡인가 고기먹는양의 구경하면서 배우는 마작 강의? 이거 영상 좋더라고요) 덕분에 마작의 기본적인 룰과 역을 숙지할 수 있게 되었다. (대충 이 시점에서 치퐁깡 멘탕핑 리치 쯔모 론 쏘이다 개념까지는 익힘) 게다가 마작 무지 재밌어…! 이런 전략? 카드? 게임?을 꽤 좋아했어서 + 소위 쪼는 맛이 강한 도박류 게임들 진짜 개좋아해서(섯다, 고스톱…) 진심 일주일 동안은 마작 생각만 하면서 마작만 쳤음.

그러던 중에 리X북스에서 마크 다운으로 <아카기> 전권 세트가 무지막지한 할인 중이었고 (반값이었나?) 뭔가… 재밌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어서 (본계 트친 중에서 아카기를 본 사람은 없었지만 다들 카이지 정도는 본 상태. 아카기도 재밌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음. 근데 이들이 존나 악독한 점: "오타쿠라면 카이지 정도는 봐야지!"라고 하면서 내가 막상 후쿠모토 만화들 읽고 오니까 같이 동인질 해 주지는 않음ㅡㅡ) + <아카기>는 마작 만화니까 보면 마작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으려나? 하고 지름. <이게 지옥의 시작이었음

1. 도입

<아카기>의 첫 에피소드, 아카기가 처음 등장하는 시퀀스가 너무도 완벽하게 내 마음에 박히고 말았다.

"내가 바란 건… 그건 변화였다…"라는 강렬한 문구와 함께 폭풍우가 부는 바닷가 마을, 인적 없는 길거리를 따라 1958년 미도리 마장으로 이어지고. 작탁 하나뿐인 좁은 마작장에서 마작을 치는 한 남성. 그가 느끼고 있는 압박감이 마치 텁텁하게 고인 공기처럼 독자까지 짓누르는 이 느낌… 악마라도 좋으니 변화를 가져와 달라고 말하는데 절묘하게 들어오는 무심한 표정의 소년. 그냥 이 시퀀스가 너무도 '아카기 시게루'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독자에게 각인하는 것 같아서 너무너무 좋았음…

개인적으로 출판 만화(흑백 쪽만화) 연출의 백미는 컷 연출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서 <아카기>의 만화적 연출은 조금 신선했습니다. 왜냐면 후쿠모토 씨… 컷연출은 엄청 진부한 데가 있고 비슷한 상황에서는 비슷한 컷연출을 계속 우려먹어서 컷을 잘 쓴다! 고 말하긴 좀 애매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아카기>의 저 첫 도입은 말로 설명해서는 와닿지 않는, 만화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렬함이 도드라져서 오랜만에 진짜 좋은 만화를 보는구나…! 하고 감격하고 말았습니다.

근데 <아카기>는 진짜 잘 그린 만화인 것 같아… 아카기 시게루라는 캐릭터 조형을 잘한 것과 별개로, 이 캐릭터를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데에는 또 기술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특히 아카기 같이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어떻게 보면 먼치킨 캐릭터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캐릭터를) 이렇게 매력적으로 소개할 수 있다니 후쿠모토 당신은 악마인가 신인가…! <아카기>에서는 주인공의 이미지를 폭풍우 치는 밤으로 강렬하게 때려넣은 다음, 치킨런과 '죽으면 살 수 있는데.'라는 기묘한 대사로 표현하면서 독자들이 마치 아카기를 앞에 둔 난고의 심정이 되어 두려운 마음으로 그를 한꺼풀 한꺼풀 들여다 보게 되잖아요. 난고 외에도 아카기의 시간에 따라 등장하며 스쳐지나가는 조연들이 등장하며 오로지 그들이 관찰하는 시점에서만 아카기를 볼 수 있게 하고 아카기 자신의 심리 상태는 투명하게 보여주지 않은 이 거리감이 정말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마작도! 마작을 잘 몰라도 즐길 수 있다…까지는 아녀도 마작 각 판 구성 자체를 되게 잘 만들었달까… 사실 마작이 어떻게 보면 클라이막스까지 가지 오래 걸리기도 하고? 생각보다 심심한 게임인데 '절일문' '인파이트' '땅을 기는 국사무쌍과 자유롭게 날아가는 청일색' 등 엄청 비유를 잘 해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마작 얘기에도 좀 집중해서 마작 흐름도 같이 따라가려고 했는데 제가 그정도로 마작을 잘 아는 건 아니라서 (지금도 여전히 작사 별 1개에서 빌빌대고 있음) 나중엔 좀 지쳐서 마작은 느낌만 따라갔습니다. (다면대기라든지 샨텐<이라든지 몇 가지 용어를 좀 배울 수 있어서 좋았음ㅋㅋ 쵼보도 아카기 본 다음에 배우게 되었네요.) 암튼 그래도 <아카기>를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이 정말정말 좋아… 그래도 <아카기> 보려면 마작을 몇 번 해 본 다음에 보는 게 확실히 낫긴 하겠더라고요. 마작 전혀 모르고 보면 그 쪼는 맛을 느끼기 어려우니까ㅋㅋ 꼭 마작이 아녀도 고스톱도 그렇고 섯다도 그렇고 이런 게임들은… 소위 '쪼는 맛'이 핵심이라서, 이런 갬블의 쪼는 맛, 긴장감, 이런 걸 잘 전달해주는 게 정말 후쿠모토 대단하구나 싶었어요.

2. 전개

그리고 대망의 와시즈 마작…! 이미 와시즈 마작을 20년 넘게 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와시즈 마작으로 완결인 것도 알아서) 권수 보고 처음엔 잠시 현타를… 느꼈습니다. 원래 취향이 좀 콤팩트한 걸 좋아해서 (이야기를 마구 늘어놓는 것보다 늘어놓은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함) 앞으로 30권에 가까운 분량동안 와시즈 마작만 봐야하는 거면 좀 슬픈데… 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런데 생각보다? 생각보다 재밌어… 무쟈게 늘어지긴 하지만… 그리고 중간에 이상한 내용 나온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는데? 아니 진짜 이상한 내용이네… 하고 그 부분은 좀 슥슥 넘겼습니다ㅋ ㅋ ㅋ ㅋㅋㅋ 와시즈 지옥편 좀 웃기다고 생각했음ㅋㅋㅋㅋ (뭔가 후쿠모토도 오래 연재하다보니 와시즈에 대한 캐해석이 바뀌었는지, 아님 애정이 늘어났는지 지옥편 넘어가면서부터 와시즈에 대한 후쿠모토의 평가가 엄청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재밌었어요)

게다가 마지막 완결도 너무 좋았어… 폭풍우가 치던 밤에 홀연히 나타나서 방황하던 아카기 앞에 놓인 일생일대의, 최고의 하룻밤이… 그날에도 비가 엄청 왔잖아. 그러다가 아카기가 저택을 나올 때 아주 오랫동안 뜨지 않았던 태양이 뜨고 신새벽이 밝고… 차창에 기대 있는 아카기에게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그게 너무 좋았음. 후쿠모토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축복과 사랑을 아카기라는 캐릭터에게 내려준 것 같아서.

근데 이때도 저는 아카기가 <텐>에서 죽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서, 와시즈는 아카기 덕에 구원받고 삶의 의미를 되찾았지만 아카기는 '와시즈처럼 죽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아직 그에게 남은 여정을 걸어가잖아요? 하 이 시점에서… 아카기의 미래인 <텐>이 너무너무 보고 싶어짐. (아카기는 <텐>에서 처음 등장한 거니까 미래이자 과거인 걸까?) 하루종일 탐라에 혼자 비계친들에게 아카기 아카기 염불만 외우며 뜨거운 눈물만 흘리던 시절…

어쩔 수 없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어쩔 수 없다고… 한 3일 동안 뇌가 아카기 80% / 마작 10% / 나머지 10%의 뇌용량으로 일상생활을 하던 중… 그래 이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음.

<텐>을…

봐야겠다.

<텐>은 후쿠모토의 초기 작품이라던데, 확실히 그림체도 많이 다르고 (여기선 꽤나 정상적인 그림체라서 조금 놀랐음) 서사 풀어나가는 것도 아직은 <아카기>만큼의 날카로움은 없구나 싶은 지점도 있었습니다. 마작 그려내는 것도 솔직히 말해서? <아카기> 마작이 더 재밌긴 했음 죄송합니다 후쿠모토 씨… 근데 <아카기>가 너무 재밌는 걸 어떡해요. (그래도? <텐> 1권의 분위기는 좀 신기하다고나 할까 히로가 초반에 '그렇게 인디언식으로 살거면 자본가들에게 착취 당하고 말걸?!' 하는 장면 진짜 보면서 너무 웃겼음. 후쿠모토 아저씨한테서 익숙한 좌파의 향기가…)

그나저나 <텐> 2권인가에서 바로 아카기가 나와서 의외로? 빨리 나오네? 하다가 아ㅋㅋㅋ 신역 아카기 너무 웃겨서 그냥 웃어버리고 말았음… 등장해서 하는 짓이 새벽 3시에 복어회 달라고 하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 뭔지 알아?" 하면서 론! 친다음에 "ㅎㅎ 이런 사람의 안일한 마음을 집어먹는 게 제일 맛있어~" 이러질 않나… 복어회 한 점 먹고 안 먹겠다고 징징대질 않나…

아카기… 너 이렇게 늙었구나… (40대 초반 주제에 겁나게 노안임)

그것도 이렇게 모에하게 늙었구나… 라고 생각하니까 진짜 너무 모에해서 미칠 것 같았어요.

그리고 <텐> 아카기는 아무래도… <아카기>를 그리기 전에 그려진 캐릭터라 조금 안 맞는 부분도 있는데? (핵심 줄기만 좀 비슷? 흐릿하게나마 비슷하긴 한데…) 근데 반대로 사람이 나이 먹고 하다보면 좀 변하는 지점도 있으니까 아카기가 나이 먹으면 이런 맛이 되는구나… 싶어서 그냥 겁나 맛있기만 했습니다.

3. 절정

드디어 대망의 <텐> 16~18권. 이 부분은 읽을 당시에는 '어라? 뭔가 스타일이 많이 다른데?'라고 느껴서 이 부분만 나중에 그렸나…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때 이미 <아카기> 연재 중이었고 그 중간에 <텐>을 그려서 완결낸 거더라구요.

아카기의 생전장 에피소드… 아예 나무위키에서 읽었기 때문에 내용은 대강 알고 있었는데 직접 읽는 건 역시 달랐습니다. 이 부분이 너무너무 좋아서 <텐> 마지막 세 권만큼은 진짜 꼭 읽으라고 쫓아다니면서 영업하고 싶을 정도… 여기서 나오는 아카기는 확실히 <아카기>의 아카기와 연결성이 높아서 (아무래도 그렇겠지) 아카기가 죽기 전에 자신의 본심을 모두 털어놓고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아주 줄줄 납니다…

흔히 아카기를 보다 보면 그가 사는 것보다 죽는 걸 더 원하는? 그런 광기에 찬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텐> 마지막 3권에서의 아카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카기는 그저 자신답게 살기 위해 항상 발버둥치고 치열하게 살아왔을 뿐… 아카기는 '살기 위해선 죽고 싶은 마음이 조금쯤 필요하다'라고 말했는데, 아카기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당장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만큼, 그런 죽음의 각오를 다지며 치열하게 살아야 할 만큼 어렵게 살아온 거잖아. 아카기는…! 아카기는 죽고 싶어 한 게 아니야…!! 아카기는 살고 싶었던 거야…!!! <이렇게 생각하니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13살의 아카기가 거짓된 세상에 지친다고 분노하잖아요. 아카기는 이 세상을 이해할 수도 없고 이 세상이 아카기를 이해해 주지도 않아… 인생에서 만났던 최고의 적, 최고의 승부는 와시즈와의 그날 하루뿐이었고 그 이후로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어. 언젠가 자신도 그렇게 죽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결국 이른 나이에 알츠하이머가 찾아오고, 더는 자신으로서 살 수 없다는 것을 느낀 아카기…

그래도 아카기가 생전장 때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간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 바를 하나 둘 털어놓고 간다는 게 좋았어요. 그게 분명히 앞으로 살아갈 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들려준 것도 좋고. (물론 아카기는 성격 나쁘므로, '난 얘기해줬다?'라는 느낌인 것도 좋음ㅋㅋㅋ) 하 그나저나 히로가 아카기에게 "당신은 실패 따위 겪은 적 없고 무엇이든 할 수 없잖아!"라고 말할 때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라고 대답한 게 진짜 눈물남… 아냐 히로 아카기는 실패했어… 아카기는 그날 와시즈와의 승부에서 '목숨을 건 승부에서 졌는데도 죽는 데 실패하고' 살아남아 버렸어… 그게 진짜 아카기 인생에서 뼈아픈 실패였는데 아카기는 말하잖아요 "그래도 실패를 안고 살아가면 살 수 있다"고…

그리고 정말 마지막에는 텐이 아카기에게 "가족이 됩시다!"라고 말해준 게 너무 좋았음. 아카기도 거기에 아주 잠깐이나마 흔들린 게 진짜 진짜임… 아카기가 거기에 감동했다거나, 가족이 없음에 외로움을 느꼈다기보다는 아마도 처음으로 아카기와 동등한 위치에서 아카기가 살았으면 하는 사람이 텐이었던 것 같음. 신역의 경지에 다다른 아카기에 대해 '야생동물 같은 아름다움'이니 천재니 동경이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많았잖아. 아카기가 그런 최후를 정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면서 한 발자국 물러나서 "아카기답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았잖아. 그런데 평범하게 아카기가 죽지 않았으면 하는 우정을 보인 사람은 오로지 텐뿐이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아카기도 마지막에 좋은 벗이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하고 편안히 버튼…을 누를 수 있었던 거라고… (아 감정 과잉 미치겠다)

매일매일 하는 이야기인데 아카기라는 캐릭터는… 다분히 니체적이에요. 아카기에게 있어서 이 세상은 거짓임. 사람들은 진짜 바라는 것, 진짜 욕망하는 것을 언제나 뒤로 감추고 허세와 거짓말을 늘어놓아요. 그들은 항상 오지 않은 미래나 이미 지나간 과거에 매달려 있어, 지금의 현재를 보지 못해. 아카기가 볼 때 사람들은 전부 허상에 매달려서 (돈이니 명예니 성공이니 하는 것들) 살아 있는 존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 현재를 살아감을 보지 못해. 그게 아카기는 너무 이해가 안 되었을 것 같아요.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세상의 얄팍한 선악 구분에 기대 있는 사람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지 않는 사람들, 그래서 도리어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 없는 사람들…

아카기는 도파민 부족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것에서 쾌감을 얻지 못함) 아카기에게 있어 사람들이 가장 자신의 투명한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은 서로를 파멸까지 밀어붙이는 승부, 도박에서일뿐. 그때에서야 인간은 가장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아카기에게 있어서 마작-승부는 그 사람의 밑바닥까지 서로 투명하게 내보일 수밖에 없는, 어쩌면 어떤 소통의 수단인 것임. 그러니까 아카기는 누군가가 정말로 파멸하는 것을 즐기는 게 아님. 파멸은 결과값이고, 우리가 승부에 건 것이 진실이 아니면 그건 서로를 기만한 것이니까 지켜야 하는 규율인 거고, 아카기가 특별히 악마이고 잔인해서 서로 파멸하기까지 달려가는 그런 짓을 즐기는 게 아니라고. 아카기에게는 그것만이 이 혼탁한 세상에서 진실인 것임. (이게 제 캐해석입니다)

그런 아카기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아카기가 절망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망은 했을 거라 생각함. 생전장이 워낙 기행이어서 다들 아카기답다고 하는 거지, 아카기가 원하는 죽음은 이런 게 아니었다고. 인생 최고의 승부를 이미 맛 봐 버렸고 이미 거기서 패배하고 말았는데 (아카기가 생각하기에는) 그것 자체가 아카기가 바라는 삶에서 가장 큰 실패이자 되돌릴 수 없었던 최종적인 실패였고… 즉 그 밤에 아카기는 와시즈를 구원해 주었지만 아카기는 구원받을 수 없었음. 구원은 수십년을 유예되어, 텐이 "우리 가족이 되어요!"라고 울 때, 평생동안 이해받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아카기가 어떠한 이해와 우정을 얻었을 때… 그것이 아카기의 마지막을 구원해 주었다고… 생각해 나는.

4. 결말

아카기 시게루 정말 잘 만든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좀 웃긴 게, 남성들이 좋아하는 그런 캐릭터여서 좀 웃겨요. 작살나게 마작 잘 치고 똑똑하고 천재인데 심지어 싸움도 잘해. 근데 엄청 자유로워.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아. 근데 불행해<이거 진짜 아저씨들이 원하는 메리수 아니냐고ㅋ ㅋ ㅋ ㅋㅋ 그런 아저씨의 이상에 가까운 아카기와 찌질하고 한심하고 답답해 보이는 카이지가 엮이는 건… 역시 자연스러운 이치겠지(이상한 발언 중)

아카기 정말 그린 듯한 제 취향캐라서 놀랐습니다. 정말 한동안 탐라에서 24시간 중 깨어있는 시간은 항상 '후쿠모토가 내 취향을 어떻게 알고 30년 전에 이런 캐릭터를 만들었느냐'며 허공에 호통치기… '후쿠모토 그는 악마인가 신인가 역시 악마겠지' 이딴 소리하기… (그러다가 이 사람은 <은과 금>을 보게 되는데…)

아카기… 정말 재밌다 텐도 솔직히 재미 없는 건 아닌데 (또 텐 타카시라는 캐릭터가 못 만든 캐릭터는 분명 아닌데) 아카기의 존재감이 너무 강해서 텐은 묘하게 눈에 안 띄는 것도 너무 웃기다고 생각함… (이런 점도 정말 텐 같음) 아무튼 다음엔 카이지를 보고 카이지 후기? 독후감?을 써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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