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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카이] FKMT 전력 60분

FKMT 전력 60분 키워드 : 올백

군만두 가게 by 이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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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지는 이마를 넘어간 머리카락을 어색하게 매만졌다. 단정히 묶어 드리워진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앞머리를 넘겨 깔끔하게 드러난 이마, 몸에 붙는 정장과 윤기가 흐르는 구두.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것처럼 카이지는 그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워 배길 수 없었다.

 

제애 그룹 말단이 된 지 일주일이 채 흐르지 않았다. 그가 지하 노동꾼에서 제애 그룹 소속이 될 수 있었던 데는 효도 카즈타카의 입김이 전부였다. 카이지를 생지옥이라 불리는 지하로 끌고 가는 대신 제애 그룹에 두고 보고 싶다는 회장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일동이 경악하였으나 흡사 미친 사람처럼 웃고만 있는 효도 카즈타카에게 반박할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물론 카이지도 그중 하나였고, 카이지는 효도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어도 무언가 필히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무언가 아주,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젠장, 작게 뇌까리며 그는 애꿎은 기둥을 힘없이 발로 찼다. 그런 행동의 인과관계와는 별개로, 갑자기 난데없이 그의 몸이 무게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무슨 짓거리야!”

 

카이지의 머리카락이 뒤에서 휘어 잡힌 건 알아차릴 틈도 없는 한순간이었다. 그 머리칼을 놓지 않을 것처럼 팽팽하게 잡아당기던 것도 잠시, 카이지가 거칠게 뒤돌아보자 그 방향대로 흩날리며 너저분하게 어깨에 내려앉았다.

 

“뭐야, 볼 일이 있으면 말로 하라고…!”

 

한 마디쯤 더 쏘아붙일 생각이었던 카이지였으나 제 뒤에 버젓이 서 있는 상대에 일순 긴장하여 절로 숨을 골랐다.

 

“이치죠…! 네가 왜….”

 

카이지는 적대감을 숨길 추호도 없이 잔뜩 날 선 눈빛으로 이치죠를 노려보았으나 이치죠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여유로우면서도 항상 어딘가 확신에 차 있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카이지를 마주했다. 원래대로라면 얌전히 카이지의 머리에 묶여 있어야 할 얇은 머리끈이 그의 손에서 놀았다. 이치죠는 대답하는 대신 그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 밀어 다시 뒤통수를 보이게 할 뿐이었다.

 

이번엔 뭐냐고 반박할 새도 없이 이리저리 흩어진 카이지의 머리카락이 다시 붙잡혔다. 이건 또 무슨 새로운 괴롭힘인가 싶어 카이지는 저항하려 했으나 이치죠는 난잡했던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정갈하게 다시 묶어줄 뿐이었다.

 

“뭐, 뭐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엉망이군. 넥타이는 말이야….”

 

우월감이 잔뜩 묻어난 이치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치죠는 거칠고도 배려 없이 카이지를 벽으로 밀쳐냈다. 윽, 하는 소리가 카이지에게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멋대로인 이치죠였으나 양손으로 재킷의 깃을 날 서게 접고 넥타이를 정돈하기까지의 일련의 동작은 벼린 칼처럼 절도 있고 날카로웠다. 카이지는 잠시간 할 말을 잃고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그런 이치죠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렇게 매야 단정하다고.”

 

네가 하는 짓엔 언제나 기품이 없어. 말을 마무리 짓고서 그는 힘을 실어 넥타이이의 매듭을 끌어 올렸다. 넥타이는 뱀의 혀처럼 섬뜩한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밀려왔고, 올가미처럼 카이지의 목을 콱 옥죄었다. 이치죠의 친절을 가장한 눈이 카이지를 향해 웃고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숨통을 끊을 수 있는 먹이를 눈앞에 둔 것처럼 형형하게 빛났다.

 

이 자식이 일부러. 카이지는 속으로 삼켰다. 고의성이 다분한 행동임에도 카이지의 눈은 기세를 잃지 않고 그와 맞섰다. 포식자를 앞에 두고도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당돌하게 주제를 모르고 덤비는 모습이 이치죠는 우스웠다. 그 아둔함이 우스우면서도 그를 살려두고 싶게 했다. 이치죠는 자기가 지옥으로 치닫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내달리는 날것을 한도 끝까지 몰아내어 죽이고 싶어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이치죠는 카이지를 내킬 만큼 노려봐주고는 뼈마디가 바짝 선 주먹을 풀었다.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이 복장 불량으로 잘리기라도 하면 가슴이 아프지 않겠어?”

 

경박한 일개 직원에게 베푸는 점장의 넓은 아량에 감사해, 이치죠는 손을 털었다.

 

“그럼 열심히 해보던가.”

 

일부러 비꼬는 말을 끝으로 이치죠는 미련 없이 돌아서 사무실로 경쾌하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카이지를 지나쳐갈 때 흐르는 찰나의 낮은 웃음소리가 그의 귓가에 꽂혔다. 젠장, 카이지는 숨을 조이는 넥타이를 그제야 세차게 풀어 헤쳤다. 카라를 아무리 다듬어도 와이셔츠는 이미 구겨졌고, 그가 홀로 성을 내봤자 이미 늦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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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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