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기 시게루 향수 시향 후기

primaniacs 텐 ~천화거리를 걷는 남자~ 콜라보 향수

이것저것 by 공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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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기 향수…

뭔가 엄청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은근 독하다느니, 꽃향기가 난다느니, 담배 향기가 난다느니, 완전 아저씨 향수 같다느니…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래도 공식이 캐릭터 향수까지 내 주는데… 어라 구매대행으로 8만원… 꽤 저렴할지도…

그래서 샀습니다.

우와 패키지 생각보다 더 좋아… 뒷면은 텐이구나… (텐 콜라보니까 당연하겠지만)

어라 패키지 무늬는 아카기 씨 옷 무늬구나ㅋㅋㅋ 이거 정말 좋은데…

와 그리고 삭수패의 봉황… 좋다 진짜 좋다…

향덕까진 아니어도 향수를 나름 이것저것 써 봤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번 시향 후기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저는 오 드 퍼퓸 정도의 밀도 있는 향도 자주 뿌리는 편입니다. 좀 독한 향수여도 괜찮다는 파.

사실 화이트 플로럴 향이 강한 향수 별로 안 좋아하는 데 어떠련지…

1. 기본 노트

일단 공식 사이트에서 설명하는 향의 이미지와 노트들을 보겠습니다. (이하는 번역기의 힘을 빌려 번역함)

신역에 군림하는 남자에게 바치다

자랑스러운 삶의 아로마틱 허벌 노트

쁘띠그렌의 떫은맛이 연상시키는 것은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리한 눈빛과 술에 취한 듯한 승부욕의 도박을 연상케 한다.
차분한 네롤리가 따뜻함을 동반해 흘러나오지만, 그것은 마치 야생의 야수 같은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에 모든 것을 걸고 평생 신념을 지켜온 고독한 천재들을 위한 향기.

탑 노트: 레몬, 오렌지

미들 노트: 페티그레인(쁘띠그렌), 네롤리, 로즈, 자스민

라스트(베이스) 노트: 머스크, 라즈베리, 앰버, 베티버

탑 노트는 레몬과 오렌지의 풍성한 시트러스함을 가져가고 있고, 미들 노트에서도 페티그레인과 네롤리를 쓰는 걸 보아 하니 상당히 시트러스함이 강한 향수네요!

페티그레인이란? 비터 오렌지 잎을 증류하여 추출하는 오일로, 감굴류와 풀 향기가 어우러진 시트러스한 향기입니다.

네롤리는 비터 오렌지 꽃에서 추출한 오일로 달달한 꽃꿀 향기와 화이트 플로럴한 꽃 향기, 스파이시함이 살짝 첨가된 향입니다.

거기에 로즈와 자스민… 특히 자스민은 화이트 플로럴 계열의 간판과도 같은 향기여서, 생각보다 진한 꽃 향기가 되겠구나, 라는 느낌이 팍 옵니다.

마지막으로 베이스 노트들이 좀 남자 향수의 전형 같으면서도 라즈베리가 첨가되어 살짝 달콤한 터치를 주었는데…

우선 머스크. 이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 법한? 스웨터의 섬유 냄새라든가, 짐승의 털 냄새 정도로 묘사되는 바로 그런 향이겠네요. 화이트 머스크 계열(좀 더 가볍고 날카로운 느낌)일지 묵직한 블랙 머스크 계열일지는 맡아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앰버는 용연향은 아니고 (당연함) … 보통 앰버라고 하면 바닐라에 식물 추출물인 벤조민이나 라다넘? 등이 들어가는 합성 향료입니다. 머스크와 비슷한 계열의… 무겁고 따뜻한 느낌? 이라고 봐야 할 것 같네요. 베이스가 상당히 묵직하다는 인상.

베티버는 인도가 원산지인 식물입니다! 보통 뿌리에서 오일을 추출한다는 느낌이고, 남자 향수 베이스 노트로 자주 들어가는 친구네요. 헤이즐넛 액센트가 있는 섬세한 스모키함, 흙, 뿌리, 풀 냄새 같은 느낌을 주는 친구입니다.

여기에 공식 향기 설명을 보면 쁘띠그렌과 네롤리의 톡 쏘는 시트러스함을 가져가면서도 묵직한 느낌을 주려고 한… 정말 전형적인 중년 남자 향수다! 싶은 느낌이 있습니다. 거기에 꽃 향기도 상당히 강할 것 같아…

떠드는 건 여기까지 하고, 직접 시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시향하기

1) 뚜껑에서 느껴지는 향기

뚜껑을 열자마자 노즐에서 느껴지는 진한 꽃향기… 생각보다 화이트 플로럴한 느낌이 강하네요! 머스크의 느낌도 살짝 나면서 스파이시함이 느껴집니다. 꽤나 독한 향수라는 인상.

2) 공기 중에 뿌렸을 때

두, 세 펌프만 살짝 뿌려 보았습니다.

톡 쏘는 스파이시함이 먼저 느껴지고, 그 다음으로는 부드러운 머스크… 가벼운 머스크의 향기가 나네요. 묵직한 맛은 아님. 조금 달콤한 느낌도 있는 듯합니다. 생각보다 꽃 향기가 훅 느껴지는 편은 아닌가?

3) 섬유에 뿌렸을 때

촘촘한 모직 천에 뿌려 보았습니다.

와,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함이 톡 쏘고 들어와요. 그리고 엄청 달콤해! 오렌지 꽃의 꿀을 들이키는 느낌… 생각보다 상큼하네요. 이건 탑노트의 느낌이겠죠? 또 체온이 개입하지 않은 첫 느낌에 가까우니까 실제 착향했을 때는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4) 착향

본격적으로 살에 뿌려 보겠습니다. 손목 안쪽에 두 번 분사하고 문질러 주었어요.

음, 시트러스함이 확실히 잘 느껴지네요. 레몬도 레몬이지만 오렌지, 화이트 플로럴의 향기, 라즈베리의 달콤한 향이 조금 깔리는 것 같습니다. (은근 꿀이라는 느낌은 적다) 생각보다 가벼운 느낌이에요. 의외로 탑노트는 가볍다는 기분? 플로럴의 강렬한 맛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시트러스함 덕에 좀 덜 부담스러워요. 머스크도 그렇게 묵직하게 다가오는 느낌은 아니에요. 약간 스파이시하긴 한데…

점점 시트러스 향을 뚫고 머스크향이 올라오네요. 체온에 데워지면 머스크함이 조금 짙어집니다. 근데 머스크 특유의 짐승 냄새라고 해야 하나? 가죽 냄새? 아무튼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가는 그런 느낌이 보통 머스크에는 있는데 이 향수에서는 그런 날카로운 맛은 적습니다. 살짝 묵직한 달콤함이 남아 있어요. 시트러스의 향은 음, 오렌지 오일을 바른 느낌 정도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머스크, 앰버, 이런 계열의 베이스 노트를 가진 친구들이 온도가 올라가면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서, 미리 침대에 두, 세 번 정도 분사하고 20분 정도 기다려봤습니다.

5) 이불에 뿌려 보기

전기 장판도 틀어 놨어요. 후후… 20분 정도 기다린 후 쏙 들어가서 냄새를 맡아 보니? 일단 짙은 화이트 플로럴의 향기. 그리고 머스크. 오 생각보다 씁쓸한 느낌이 있어요. 약간 오렌지 나무의… 뿌리? 뿌리와 잎과 흙을 한 곳에 섞어 짓이긴 듯한 씁쓸한 맛이 올라오네요. 베티어의 느낌도 슬쩍 지나갑니다. 머스크가 이런 향기들을 잘 묶어주는 느낌. 생각보다 머스크가 약해서 맘에 듭니다. (머스크 강하면 싫어하는 사람. 머리 아파요) 스파이시함이 살짝 있는데 후추 같은 강렬한 스파이시함은 아니에요. 아마 머스크 향조가 살짝 스파이시한 터치를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씁쓸한 한방약… 그런데 달콤한 느낌도 있는 그런 느낌…

시트러스의 톡 소는 향기가 은근 계속 남네요? 좀 남자 스킨 향 같은 시트러스함이에요. 좋다~~ 차갑고 시원한 느낌.

진짜 남자 향수구나 싶어요. 근데 저는 담배 향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담배 냄새 난다는 말이 많아서, 추측하기를 앰버 향이 강한가 싶었거든요? 앰버는 바닐라 계열의 향조인 건데, 바닐라 향이 강해지면 매캐한 느낌이 좀 있어요. 근데 그정도로 매캐한 맛이 있는지는 모르겠음. (톰포드 토바코 바닐 수준은 아니라는 말) 좀 더 온도가 올라가야 바닐라 느낌이 강해지려나…

여기까지는 대충 미들 노트의 느낌인 것 같고. 잠깐 코를 쉬어주러 방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습니다. 우와… 다시 들어오니까 향기 엄청 진해. 화이트 플로럴+머스크 향기가 훅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가봤는데…

우와… 진짜 좋다…

따끈따끈한 침대 온도에 데워진 화이트 플로럴의 향기가 푹 올라오고 머스크가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 그렇지만 시트러스의 상쾌함이 분명히 남아 있다. 부드러운 바닐라-머스크의 향기가 정말 좋아요. 미들 노트 수준에서는 earthy함? 흙 냄새? 씁쓸한 느낌이 조금 있었던 것도 같은데 이쯤 되어서는 전혀 안 느껴진달까… 근데 베티버 베이스를 갖는 남자 향수들 특유의 느낌이 있어요. 약간 체온에 덥혀진 스킨 향기 같은 거. 또 허브 향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도 주된 향기는 플로럴+머스크(앰버).

3. 정리

아~ 이거 의외네요. 지금까지 생각했던 아카기 시게루라는 남자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 느낌. 저는 아카기의 향수라면 좀 더 씁쓰름한 느낌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조향사분은 "화려함"에 초점을 맞추신 듯합니다.

그러니까 이미지로 생각해 보면…

딱 이런 느낌 (ㅋㅋㅋ)

이게 중년 남자의 향기란 말인가… 뭔가 화려하지만 부드러운 느낌도 있고, 커다란 꽃 속에 파묻혀 있는데 숨 막히는 화려함은 아닙니다. 다들 진짜 "화려한 남자"라는 점에 주목하는구나 싶어요. (이게 신역 향수가 아니라 아카기 향수였다면 좀 다르게 해석했을 것도 같아서 궁금하네요 19세~21세의 아카기 시게루의 향도…)

지속력은 나쁘진 않은데, 발향력은 좀 별로네요. 정확한 향수 농도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EDP에서 EDT 사이? 확실히 코롱 수준은 아닙니다. 근데 발향력이 구려서 지속력도 덩달아서 좀 별로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음ㅋㅋㅋ

그래도 기본적으로 화이트 플로럴 향이 좀 강해서 사람에 따라서는 머리 아프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시트러스함도 있고, 바닐라-머스크가 부드럽게 받쳐주는 느낌이 있어서 화이트 플로럴인데 여자 향수같다는 느낌은 덜 드는.

총평: 짙은 화려함으로 자기 주장이 강한 향. 하지만 시트러스함이 상쾌한 맛을 남긴다. 게다가 체온에서는 부드러운 머스크, 앰버의 느낌도 나서 침대에 뿌리면 아카기 품에 안겨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저 드림 유사 안 먹어요 진짜임) 어쩐지 여기에 씁쓸한 담뱃재 향, 피트한 우드, earthy함을 첨가하고 싶어짐. 그럼 진짜 아카기라는 느낌이 들 것 같음…

시향 후기 끝! 감사합니다.

+ 뿌린 지 대충 두 시간이 지나니까 향이 거의 날아갔어요 ^_ㅠ 지속력도 좀 애매하네요. 섬유 등에 뿌리면 잘 남는 듯하니까, 지속력을 좀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ㅋㅋㅋ 지속력 나쁜 EDT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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