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전설 후기 같은 것
게임 후기이자 번역 후기
우선 도박전설 한국어판 배포 링크입니다.
안녕하세요, 번역한 사람입니다.
이하는 그동안 중국의 아카카이 팬게임 “도박전설”을 플레이하고 번역하면서 느꼈던 것을 마구 써 놓은 일종의 후기… 같은 얼레벌레한 이야기입니다.
도박전설의 스포일러가 미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게임 초반의 설정, 게임 기믹, 인게임 스크린샷 등)
도박전설…
*어쩐지 홍콩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느낌이 좋다.
짧게 소개를 하자면 2023년 9월 26일에 맞춰 중국에서 배포된 아카카이cp 기반 쯔꾸르 팬 게임이다. (그나저나 중국 사람들은 무언가를 네 글자로 맞추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싫다는 소리가 아니라 그냥 “도박전설”이라는 이 심플함이 주는 중국풍의 느낌이 있다고 생각함 ㅋㅋ)
사실 이 게임을 굉장히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입덕 초기부터 모요님이 엄청나게 영업했던 게임이었기 때문ㅋㅋㅋ
*앞으로도 그/그녀는 이 후기에서 자주 등장하게 된다.
막 갓겜이고 스토리도 엄청 좋고 애정이 느껴지고 대단하고 원래 웨이보 쪽에서 배포된 게임인데 원작자 허락까지 받아서 포스타입에 배포글도 따로 본인이 올려두었고 실행 방법까지 다 써두었다고…
(그렇다, 도박전설은 중국어로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실행이 안 된다. 로케일 문제 때문에… 로케일이란? 해당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환경-주로 언어 문제-를 말하는데… 저도 전공자가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설명을 못하는데요, 옛날에 동프라든지 일본쪽 미번역 쯔꾸르 게임이나 동인 미연시 같은 거 해 본 사람은 대충 알 거임. 그 뷁어 같은 거…)
그래서 흥미는 이때부터 있었다. 할 생각이었다고! 팬게임이라니 대단하잖냐! 아무리 팬게임이래도 게임은 만드는데 엄청 귀찮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니까…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한 것은 올해 8월 중순쯤이었다(ㅋㅋ)
심지어 중간에 여름 휴가를 1주일 정도 다녀오는 바람에 엔딩 자체는 9월 1일인가? 아무튼 그때쯤 봤음ㅋㅋ
왜 이렇게 늦게 플레이했냐고? 아니 사실 그게… 모요님께 듣기로 (이미 어느 정도 엔딩 스포까지 다 들은 상태) 이게 꽤나 볼륨이 크다고 생각해서, 며칠씩 나눠서 조금씩 하는 것보다는 연휴라든가… 그런 걸 이용해서 하루종일 푹 게임에 적셔져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적당한 타이밍을 보고 싶었어…!
그리고 두 번째로는 미번역된 쯔꾸르 게임을 하는 게 사실 굉장히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쯔꾸르 게임을 굉장히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그 시절 다들 한 번쯤은 들어 본 어지간한 쯔꾸르 게임은 전부 다 해 봤음. 가장 좋아하는 쯔꾸르 게임은 ib. 스팀판도 구매함…) MORT 번역기 설정이 귀찮은 점도 잘 알고 있었고 (그래도 옛날보다는 구글 번역의 질이 올라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만 해도 MORT 구글 번역은 진짜 개쓰레기였음) (그리고 MORT도 편의성 패치가 많이 되었더라… 예전엔 더 쓰기 불편했었음. 몇 년 전에 미번역 게임 하겠다고 몇 번 뚝딱거리다가 걍 관뒀던 기억이…) 그래서 이래저래… 아니 결국은 귀찮은 게 더 컸었나?!
암튼 한참을 미루고 있었는데…
하루는 퇴근하고 집에 누워 있으니까 심심해져서 갑자기 도박전설 게임을 다운받고 플레이를 위한 세팅을 착착 마치고 말았다. (주말에 느긋하게 하겠다는 당초 계획은 어디가고…) (그리고 내가 갑자기 도박전설 하겠다고 하니까 바람처럼 달려와서 모요님께서 세팅을 도와주셨다. 그/그녀의 은혜… 하해와 같음.)
그래서 그날 2시간쯤 플레이하는데
갓겜…
아니 이거 진짜 갓겜이잖아?!
일단 도박전설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아카기에게 무턱대고 돈을 빌려서 빠칭코를 즐기다가 빚쟁이가 된 카이지의 빚 갚기 프로젝트이다.
*(웃음)
그리고 역시 카이지답게… 도박 빚을 도박으로 갚는다는 아주 천재적인 발상을 한다.
*저금통을 깨서 나온 200골드… 이걸 초기 자금으로 도박을 시작한다.
하기사 이 게임 내에서 카이지의 빚 총액인 192만 골드를 일해서 벌 수는 없다. 아카기가 준 빚 변제 기한은 한 달 후인 10월 1일. 앞으로 남은 시간은 30일…! 하루 일당 50골드인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갚을 수 있을 리 없잖냐——! (그렇다 이 게임에는 아르바이트 컨텐츠가 존재한다. 갓겜임)
그래서 제애에서 운영하는 카지노에 발을 들이게 되는데… (어제까지 거기서 빠칭코 돌리고 있었음)
대충 이러한 프롤로그가 끝나고, 처음 돈들 벌겠다고 카지노에 들어갔을 때 도박 게임들 종류가 많아서 솔직히 놀랐다!
*빠칭코, 슬롯머신, 블랙잭, 주사위/카드 맞추기 등등… 기타 npc와 하는 내기라든가, 특수 이벤트로 E카드, 친치로까지 존재한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방법도 있고, 이런 빚 갚기 게임 류에 흔히 있는 초기 자금이 떨어졌을 때를 대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점이 꽤 게임을 만들 때 열심히 설계했구나 싶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게임은 단순히 카이지가 돈을 갚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시게루(13), 아카기(19), 신역(44)와의 미(소청중년)연(애?)시(뮬레이션)를 즐기는 cp 게임…! 세 명의 아카기와의 호감도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며 특정 호감도마다 스토리 진행/랜덤 이벤트/선물 기능/날짜 이벤트까지 전부 존재한다? 심지어 각 이벤트마다 CG까지 빵빵하게 갖춰져 있다? 거기에 스탠딩 일러스트도 진짜진짜 다양해서 아카기들 표정도 섬세하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카기 외에 다른 캐릭터도 만날 수 있고, 그들에게서 퀘스트를 받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근데 또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원에서는 낚시 미니게임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팬게임이라고? 이런 퀄리티 들어본 적도 없어…!
(도박전설의 최소 플레이 타임이 4~5시간은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만원 초반~만원 이하 스팀겜들도 플탐이 이정도로 나오는 인디 게임? 은근 찾기 어렵다. 그렇다 1인 개발/소수 개발로 플레이타임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탄탄한 스토리가 있고 컨텐츠가 갖춰진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무튼 이삼일 정도 조금 건드려보고 여름 휴가를 갔는데… 솔직히 여름 휴가 가서 즐겁게 놀다가도 도박전설…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귀국해서 다시 도박전설을 플레이할 수 있었을 때는 조금 기뻤을 정도.
그렇게 공교롭게도 9월 1일, 모든 엔딩을 볼 수 있었다. (도박전설의 작중 시간은 9월)
진짜…
진짜 이런 게 세상에 존재하다니…
이런 애정의 결정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다니…
진짜 감동했고 진짜 이건 모두가 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역시… 중국어잖아 미번역이잖아…
역시… 다들 어렵겠지. 나도 미루고 있었으니까…
안 되겠지…
…
(벌떡)
그럼 내가 번역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미친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9월 3일의 일.
근데 웃긴 점은…
사실 난 중국어를 할 줄 모른다. (?)
일본어도 못한다. (히라가나 가타카나 제대로 못 읽는다.)
이자식 이거 뭐 미친 놈인가 싶으시겠죠?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한자를 읽는 것이다. (한자를 잘 아냐고 하면 그건 아니고… 사전의 도움을 받으면) 대충 한자 문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네이버 사전과 파파고와 DeepL 번역기(이쪽은 심지어 유료 결제함)만 있으면? 대충 가능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DeepL 번역기는 중-한 번역은 쓰레기지만 중-영 번역이 상당히 쓸만하다. 파파고 중-한 번역은 꽤 괜찮은 수준. 구글 번역도 중-한보다는 중-영이 나은데 중-영 번역은 어차피 DeepL이 더 나아서… 번역할 때는 주로 파파고와 DeepL을 번갈아 가면서 썼다.)
그래도 사실은 진짜 번역을 할지 말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게임 번역은 귀찮은 일이니까…! 게다가 도박전설 팬게임 치고 분량 겁나 많다고!) “도박전설 번역 한 번 해볼까?”라는 나의 발언을 들은 모요쨩… 그/그녀가 원작자분께 달려가서 번역 허가 메일을 받아 온 것이다!
이러면 진짜 해야 하잖아! 하겠다고 메일을 보냈으니까! 라는 느낌으로… 눈물을 흘리며… 원작자분께 프로젝트 파일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진짜로) (프로젝트 파일이란? RPG MAKER, 통칭 쯔꾸르에서 게임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파일을 말한다. 즉 게임 원본 파일)
그런데 이것을 받은 공맹도는 비명을 지르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 프로젝트 파일의 버전이… RPG MAKER VX ace였기 때문이다.
(사실 당연히 MV일 줄 알았음… MV만 해도 2015년에 출시된 RPG MAKER이고, 2010년대 후반 이후로는 MV가 대세였어서… 설마 VX ace일 줄은… 근데 생각해보니까 도박전설 실행 파일 아이콘이 용머리였지… 오랜만에 봐서 잊고 있었네…)(RPG MAKER VX ace로 만들어진 쯔꾸르 게임들은 실행 파일이 용 모양임. 그래서 흔히 “용만툴”이라고도 부름.)
아무튼 모요님도 나도 VX ace는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모요님은 MZ 갖고 있었다고 한 것 같았음 측은…)(MZ도 좋긴 한데 솔직히 MV의 유저 플러그인들이 너무 강력해서 잘 추천하지 않는다는 느낌) 체험판을 다운받아서 게임을 번역하기로 했다.
*아래에서 엄청 엄살부렸지만 결국 체험판 30일 안에 번역을 완료했다.
그렇다…
설마하니 강제 타임 리미트!
VX ace 정가 주고 사면 7만원이 넘는다고!
30일 안에 번역을 끝내지 못하면… 7만원을 내야 한다고! (심지어 스팀에서 할인하면 90% 할인도 종종 때려주는 VX ace를! 자칫 잘못하면 정가를 주고 사야할 수도 있다니!)
게다가… 중국어 환경에서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 상태라서 (몇몇 변수들이… 중국어로 지정되어 있어서… 심지어 스크립트 변수가 중국어로 지정되어 있어서… 이걸 찾는 데 솔직히 고생을 좀 했다… 아니… 원작자분께 뭐라고 하고 싶은 게 아님. 솔직히 저도 비전공자고… 가끔 뭔가를 구현할 때 파일명 한국어로 지정한다든가 변수명 한국어로 써놓는다든가 이런 짓 자주 하니까… 이분도 이 게임을 해외에서 하게 될 거라고는/누가 번역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 대사를 번역하는 것 외에도 기타 문제로 머리 빠지게 고생해야 할 미래가 훤히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VX ace는 컨트롤 F가 불가능하고 기타 개발 편의성은 진짜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번역하면서 코드를 보는데 원작자 분은 VX ace로 대체 어떤 고생을 하신 걸까… 눈물이 나면서 그/그녀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올라왔음)
하지만 강제적 타임 리미트 30일…
이것은 다시 생각해 보면 좋은 기회였다.
게임 번역을 붙잡고 미룬다든지 느릿느릿하게 한다든지 해서 몇 달을 날리느니… 깔끔하게 한 달! 한 달 안에 끝낸다! 라는 느낌.
게다가… 이번 달에는 아카기 시게루의 기일이 있지 않던가. 2023년 9월 26일에 배포된 게임의 번역본을 2024년 9월 26일에 배포하기… 이거 꽤 좋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
그러면서 동시에 과연 내가 9월 26일까지 끝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도 있었다…
*모요님이 그려주신 짤… 번역을 하고 있는 우리들
아무튼 그렇게 번역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중간에 꽤 길게 추석 연휴가 있는데 추석 연휴 때 아무 계획이 없었어서 집 안에 틀어박혀서 번역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9월 셋째주 주말에는… 고지가 얼마 남지 않은 게 보여서 토요일 새벽 2시부터 일요일 새벽 3시까지 번역을 갈긴다는 (물론 중간중간 충분히 쉬고 밥도 먹고 했습니다 순수 작업 시간 자체는 10시간? 정도인 듯) 미친 짓을 하며…
*이 노래가 대강 나와 5시간 정도를 함께 해 주었음. 아카카이… 너흴 생각만해도 난 강해져
겨우 초벌번역을 끝낼 수 있었다!
다음은 번역 검수 (오탈자 및 번역 과정에서 생겼을지도 모르는 문제 찾기) 및 타이틀 번역이었다. 특히 난 타이틀 번역은 정말로 자신 없었기 때문에(왜냐면 이미지로 제작해야 하는 데다가 폰트 감각이 부족해서) 이 부분은… 모요님께 맡기고 싶었는데. 일단은 내가 야매로 한국어 타이틀을 만들었다.
*내가 만든 타이틀
이걸 보자마자 모요님이 지금의 타이틀로 제작해 주셨음. (내가 타이틀 부탁하기도 전에 제발 저 타이틀의 폰트만 좀 바꾸면 안 되냐고 사정하셔서 크크크… 미소 지으며 클튜 파일을 드림)
*최종적으로 적용하게 된 모요님의 타이틀
진짜 선녀같다…
게다가 모요님 오탈자도 겁나 잘 잡아! 내가 대충 뜻만 통하면 되겠지~ 하고 뭉개고 넘어간 부분도 순식간에 찾아내시고, 이 부분은 원작 대사 오마주인 것 같으니까 원작 대사로 넣자고 같이 원작도 찾아 주셔서… 진짜 감사했음. (마지막에 우다다다 작업한 구간에 오탈자가 겁나 많았다. 아키기, 카아지, 신약 ㅇㅈㄹ) (심지어 모요님께 검수 부탁드렸을 때는 이미 한 번 내가 플레이하면서 오탈자 검수를 대강 끝내놓은 상태였는데도 모요님의 2차 검수 때도 오탈자가 겁나 나와서… 진짜 그/그녀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배포는 나보다는 역시 모요님이 나을 것 같아서 (원작자분과 자주 소통하는 쪽도 모요님이고… 원래 중국어 원본 게임도 모요님이 배포하고 계셨고…) 배포도 모요님 쪽에 부탁을 드렸다. 흔쾌히 이 모든 과정을 도맡아 처리해주시고 저와 함께해준 그/그녀에게 무한한 감사를…
아무튼… 게임 한 번 번역한 거 가지고 무지하게 떠들 수 있는 저도 참 웃기다고 생각하며 (ㅋㅋ) 도박전설… 정말 재밌으니까요. 최대한 많은 분들이 플레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번역했으니까… 다들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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