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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타입 7

문호 스트레이 독스 - 나카하라 츄야

미아가 됐다.

사에는 난감한 표정으로 주위를 훑었다. 어딜 가도 낯선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제가 아는, 중절모를 쓴 오렌지 빛 머리카락의 사내가 보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츄야는 신장이 다른 사람보다 작은 편에 속했다. 체격은 조금 작아도, 존재감 만큼은 하늘을 찌르듯 높았다. 적어도 츄야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을 없을 테니까. 사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거랑 사에가 미아가 된 건 달랐다. 약 이렇게 되기 몇 시간 전, 사에는 단독 임무를 맡았다. 츄야는 영 내키지 않은 임무라면서, 쉬우니까 금방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사에는 난생처음 단독 임무를 맡았다는 생각에 흥분했다. 흥분이라고 할까, 자신도 어엿한 포트 마피아 일원이 됐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러다 보니 츄야가 말하는 주의 사항을 듣지 못했다.

바보 사에.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귀 기울여서 듣는 건데.

작게 투덜거리며 최대한 제가 왔었던 길을 되짚었다. 여기에 오기 전에 오른쪽… 아니, 왼쪽으로 꺾었나? 시작하자마자 불길해졌다. 결국 사에는 근처 길 가는 사람에게 묻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사에는 포트 마피아치고 일반인에 가까운 복장을 입고 다녔다. 카디건, 흰 셔츠,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청바지. 아무도 사에를 포트 마피아 소속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복장이다.

“역시 물어봐야겠지…. 아, 진짜 이럴 때 휴대폰이 고장 났다는 게 안타깝네.”

연락 수단은 하필 어젯밤 고장 나서 고치지도 못한 채 어영부영 나갔다. 그때만 해도 무엇이든 다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직감 하나로 밀어붙였는데. …재밌는 게 있다면, 임무는 성공했다는 점이다. 성공하고 나서 그 뒤가 문제였다.

본래 사에는 길을 쉽게 잃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지간해서 길은 잘 외우는 편이었고, 그렇게 포트 마피아 내 비밀 통로를 여럿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지금은 도통 돌아가는 길을 떠올리려고 해도 잘되지 않았다.

“…츄야 보고 싶다.”

저도 모르게 본심을 토해냈다. 츄야는 이럴 때마다 듬직하게 사에를 구하러 와주었다.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 그 왕자님은, 아마 지금쯤은 사에랑 다른 임무를 하느라 바쁘겠지. 사에는 자력으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츄야의 도움을 받았다간 영원히… 헤어나 오지 못할 수도 있다. 사에는 그런 게 싫었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은 스스로 하는 게 옳은 법이다.

사에는 각오를 다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지나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 너무 한적했다. 사에는 고개를 들었다. 햇빛은 강렬하게 내리쬐었지만, 전혀 눈부시지도, 따갑지 않았다. 사에는 본능적으로 이게 이능력자의 장난임을 직감했다. 조금 전에 홀로 처리하지 못했던 일원이 남아 있었다.

이능력자의 장난이라면 쉬웠다. 사에는 제 능력을 생각해 보았다. 과연 이능력자가 숨어있을 만한 곳은 어디일까. 두 눈을 감고 호흡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주변이 조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금씩이나마 숨을 토해내는 소리에, 사에는 고개를 퍼뜩 들었다.

범위를 정했다. 곧장 사에는 손을 뻗었다. 20m짜리 정사각형이 어느 한 지점에 생겼다. 딱 5초, 5초를 멈출 수 있다면. 사에는 저도 모르게 기침했다. 안 그래도 사에의 능력 패널티는 막중한 편에 속했다. 타인을 멈출 수 있다는 건, 꽤 많은 부담이 갔다. 그렇지만 사에의 주변에 두르고 있었던 거짓 세상이 깨졌다.

“쿨럭….”

저도 모르게 피를 토해냈다. 사에는 소매가 붉게 물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괜찮아, 이 정도는. 난 츄야의 부하니까 이 정도는 해낼 수 있어. 사에는 후덜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억지로 버티려고 했었을 무렵, 제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는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잘했어.”

“츄… 야.”

“이제 쉬어도 돼. 눈 감고, 편히 쉬어.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까.”

사에는 그 말을 시작으로 눈을 감았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휘청거렸다. 츄야는 사에가 맨바닥에 고꾸라지지 않도록 잡아주었다. 이 작은 몸으로 혼자서 이능력자의 농간임을 깨달았다니. 마냥 어린 새 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츄야는 살짝 웃으며 사에의 입 주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얼핏, 츄야의 표정이 슬퍼 보였다.

“그럼 너네 각오는 했지?”

손가락에서 우드득, 소리가 들렸다. 사에를 힘들게 한 죄는 저 녀석에게 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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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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