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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타입 6

문호 스트레이 독스 - 나카하라 츄야

“피곤하다.”

사에를 두 팔을 위로 쭉 뻗었다. 가볍게 기지개 켰을 뿐인데 온몸에서 괴롭다는 아우성을 보내고 있다. 사에는 제 어깨를 주먹으로 톡톡 쳤다.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츄야였다. 츄야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사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어. 피곤해?”

“응, 아직 임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 …빨리 익숙해져서 츄야를 도와주고 싶은데, 잘 안 되네.”

그 말에 츄야가 흠칫했다. 사에는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 츄야는 중절모의 끄트머리를 매만졌다. 도대체 저렇게 낯간지러운 발언은 어디서 배운 건지 궁금해졌다. 다자이? 아니, 사에는 아직 다자이를 만나지 못했는데. 사에는 두 눈을 깜빡였다. 옅은 베이지 색 머리카락과 살짝 붉은 빛을 띄는 분홍색 눈이 잘 어울렸다. 어깨 부근에서 머리카락이 철렁인다.

“왜 그래?”

“아니, 그냥. 벌써부터 익숙해질 생각을 한다는 게 웃겨서.”

최대한 본심을 숨기고 사에를 대했다. 사에는 고개를 기울이면서 츄야를 바라보았다. 한 박자 늦게 그의 뒷말을 이해했다. 사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내저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왜. 빨리 익숙해지면 좋잖아. 물론 다들 위험한 일 맡기지만…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만 호들갑 떠는 거 같아서 싫어.”

단호하게 제 생각을 털어놓았다. 츄야는 그제야 제가 웃었던 사실이 사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하나. 해야 하겠지. 츄야는 손을 뻗어 사에에게 말하려고 했었다. 저 멀리서 불청객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츄야~. 여기에 있었… 다만 저 아리따운 아가씨는 누구지?”

“시끄러, 다자이. 저리 가.”

“어… 사에, 입니다.”

“사에 너도 이름 안 밝혀도 돼.”

사에는 그런 것이냐며 츄야를 보았다. 츄야는 모자를 벗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조금 전에 했던 말이 크게 상처가 되지 않은 듯했다. 아니, 그러길 바랐다. 제 부족한 배려심으로 타인을 상처입히는 일은 되도록 사양하고 싶었다. …저 다자이는 제외다.

다자이는 능글맞은 웃음으로 츄야를 보았다. 마치 약점 하나 잡았다는 듯이 웃는 게 비열해 보였다. 하지만 사에는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두 눈을 깜빡이며 츄야만을 보고 있다. 한꺼번에 두 사람의 시선이 제게 쏟아지자 속이 울렁거렸다. 츄야는 다자이를 잡은 채 말했다.

“다자이 오사무. 이름 기억할 필요 없고 이상한 놈이니까 접근하지 마.”

“아하.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은데….”

“기억하지 않아도 돼. 엮일 일은 없으니까.”

“츄야, 자네도 참 너무하네. 같은 파트너 사이였던 나를 그렇게 박하게 대해도 되겠어?”

“시끄러워.”

파트너 사이….

사에의 두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츄야는 어째서 저렇게 눈이 반짝이는 건지 알지 못했다. 다만, 다자이를 향해 반짝이는 게 영 꺼림칙했다.

“저, 다자이 씨…!”

“안 돼. 나에게 묻고 싶은 건 많겠지만, 지금 했다간 누군가가 화낼 수 있으니까.”

“됐어. 저리 가. 이쪽은 조금 전까지 일하느라 피곤해.”

“아쉽게 됐네.”

다자이의 표정은 전혀 아쉽지 못했다. 사에는 츄야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저 멀리 가버린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그래도 순순히 대답해줄 거 같지 않았지만.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이 츄야에게로 머물었다.

츄야는 아직 제 과거를 사에에게 말하지 않았다. 사에가 알아서 어떻게 반응할지 모를 뿐더러, 되도록이면 입에 담고 싶지 않았다. 이 포트 마피아에서, 사에의 존재란 그런 것이었다. 소중하고,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고. 츄야는 제가 이렇게 추악한 감정을 언제부터 가졌는지 생각해 보았다.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사에를 본 순간부터, 모든 걸 독점하고 싶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런 마음을 들켰다간 사에를 어떻게 반응할까. 꽤 놀라지 않을까. 사에는 착하니까 살짝 웃으면서 츄야의 모든 걸 받아줄 수 있겠다. 하지만 그건 츄야가 바라지 않았다. 츄야는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고 싶었다. 이전에 있었던 일은 어디까지나 오래전에 있었던 일일 뿐이다. 츄야에게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 혹은 미래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츄야는 그만큼 사에를 진심으로 생각했다. 사에는 슬쩍 손을 뻗어 츄야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제야 츄야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츄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젓고 다자이를 향해 말했다.

“이 휴게실은 우리 둘만 쓸 테니, 넌 다른 곳에 가.”

제 나름 대로의 독점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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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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