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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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드림워킹 by 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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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야단났다. 

‘니케, 늘 말하지만 시공간인술은 조심히 써야 해.’

 혼자라면 더더욱 말이지. 미나토가 한 말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니케는 자신이 궤도 계산을 잘못한 걸 깨닫자마자 무조건 반사로 낙법을 취하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컴컴하네, 낮이었는데 말이지, 그런데, 아니, 잠깐만, 참나, 난 그냥 비뢰신을 연습한 건데! 나, 혼자서 비뢰신을 못하는 멍청이 아닌데! -자기 기준이다- 탁 소리가 나도록 이마를 치다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니 자신이 지내던 나뭇잎과는 모양새가 좀 다른 곳이다. 현대화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나뭇잎 특유의 분위기가 있을 법한데 여긴 뭐, 그냥 나뭇잎 이외의 닌자 마을이 아닌 민간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과 비슷하다. 그런데 묘하게 공기가 더 무거운 느낌이라니깐, 여기 뭐하는 곳이길래 이렇게 기운이 진득하지?

 원인을 알아보려 휙휙 고개를 돌리다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 있어 봤더니, 엥, 저 양반 패션이 좀……. 안대로 눈을 가린 거나, 그로 인해 머리가 삐쭉 솟아 올린 작태나, 아무래도 니케에게 있어 누군가의 아이덴티티와 상당히 비슷한 감이 있는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턱에 엄지와 검지를 펼친 채 대보았다. 흠, 아무리 봐도 많이 겹친단 말이지, 그리고 그릇이 좀 많이 크네? 관찰이 끝나려던 때 상대의 입이 열렸다.

“이야, 정말 오늘 오길 잘했네!”

“…와, 허공에서 나타나지 않았어?!”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망가진 현장은 뭐 훈련하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나저나, 니케의 눈에 거슬리는 것이 또 한 가지 있었는데 저 상의를 벗은 남자애 -제게 삿대질을 하던- 몸의 기운이 뒤죽박죽 섞인 무언가처럼 보여 영, 깔깔한 것이 니케의 입술을 삐죽거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기폭찰 옆에 기폭찰인 느낌, 안 그래도 평소에 마을에서도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는 것에 질려하던 참이었는데 여기에도 그런 것들이 있구나 했지만 제가 살던 곳과 스케일이 다른 것에 혀를 쯧! 하고 찼다. 하기야 어디에나 한이 없는 곳이 어디있겠나. 

 그러다 제게 안대를 쓴 이가 뚜벅뚜벅 다가와 얼굴을 들이미는 행태에 니케는 와락 얼굴을 찌푸렸다. 무례한 사람이 참 많아, 처음 만난 사이인데, 거리감이 좀 그렇네. 한참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또다시 가벼운 어투로 말을 뱉었다.

“흠, 좀 위험할지도?”

 이건 또 뭔 소리야? 앞뒤 설명도 없이 무턱대고 말하는 작태에 턱으로 호두를 만든 니케는 한숨 뱉고 상황 파악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아빠의 걱정을 떠올리며 -뭐, 우리 공주는 누굴 닮았는지 저지르고 보니 아빠가 늘 걱정이다- 질문부터,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야지. 나뭇잎 마을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동네다. 시공간인술로 넘어온 것을 생각하자면 차원을 넘은 것일 수도 있다. 아니, 내가 카무이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면 오비토 아저씨가 깔깔거리면서 비웃을 것이다. 아, 생각하니까 기분 더럽네. 돌아가면 린씨한테 붙어있어야지. 그러다 제 앞에서 깐죽거리는 모습까지 상상하니 눈이 저절로 질끈 감긴다! 진정하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야지.

“지금 여기가 어딘지부터 말해줄래?”

“어…, 여긴 스기사와 제 3 고등학교인데.”

 웃통을 까 젖힌 남자애가 말한다. 분홍색 머리색을 지닌 것에 자연스럽게 사쿠라를 떠올리던 니케는 처음 듣는 지명에 미간이 와락 찌푸려졌다. 거기가 어딘데…, 그게 뭔데….

“스기사와?”

“앗, 이렇게 말하면 모르겠구나. 미야기현 센다이시야!”

“미야기현…? 센다이시…?”

 미안한데, 나한텐 불 나라 나뭇잎 마을이나 바람 나라 모래 마을 이런 거밖에 모르는 닌자 인생이라고? 사실 내가 비뢰술을 기가 막히게 써서 차원까지 넘나들 수 있는 천재였나? 그럴 리가, 마킹을 내가 차원 너머로 했을 리가? 내가 사륜안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니케는 순식간에 평소처럼 자신에게 불만이 생기면 무표정과 짜증이 섞인 눈으로 내려다보는 사스케를 떠올리다 내면에서 소리를 질렀다. 끔찍하다니깐?!- 내가? 아니, 내가 천재라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워낙 뛰어나야지? 아냐, 다시 생각해 보자, 그럴 수가 없잖아! 니케의 눈동자가 수없이 흔들린다. 그런데 왜 이 사태를 해결할 수리검조차 보이지 않는 걸까. 나 정말 사고 제대로 쳤구나. 일단, 침착하자. 침착하자.

“하핫, 자세한 건 돌아가서 이야기하는 걸로 해볼까?”

“하?”

“일단, 이것부터 해결하고….”

 안대를 쓴 남자는 몸을 천천히 풀더니 분홍 머리 남자애에게 다짜고짜 10초 후에 돌아오라는 둥 자기는 최강이라는 둥 별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해대다 문신이 생기고 -뭐야, 선인모드 비슷하다고 하기엔 기운이 영, 껄끄럽다- 둘이 치고받고 싸우더니 10초가 되자마자 남자애의 등 위에 앉아 상황을 끝마쳤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분홍머리 변태를 기절시키고 검은 머리 남자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주술의 규정이고 뭐고 처형을 시켜야 하지만 반대한다는 말에 안 되는 저한테 맡기라는 둥, 뭐, 저 분홍 머리 남자애가 문제인 것 같은데 와중에 자신은 묘하게 배제된 대화에 니케는 이 세계의 기본적인 지식 같은 것을 모르니 상황 판단이 돌아가긴 하지만 무언가 잘 맞물리지 않아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다 둘의 이야기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자신에게로 시선이 몰리자 니케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어쩔 건데, 나 두고 그냥 너네끼리 가면 안 되는 거니? 하, 수리검 찾아야 하는데…,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거기서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겠지, 아마, 내가 아직도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에 대해 엄마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걸 아빠에게 말했으면…, 음, 아마 일단 닌견을 풀지 않았을까? 아니지, 어쩌면 언니나 오빠들에게 부탁할지도? 아냐, 가이 아저씨? 휠체어로 사지 멀쩡한 사람들보다 더 잘다니시니 가능할지도 하, 옆에 있던 오비토 아저씨가 자기가 찾겠다고 웃기지도 않게 분위기를 잡을지도 몰라, 고달프다.

“그나저나, 우리 자기 소개부터 다시 해볼까?”

“니케(ニケ), 나뭇잎 마을에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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