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방주 드림] 켈시 NCP 서사 빌딩
커미션 작업물
※가내 설정이 존재하는 신청자 분의 박사가 켈시와 어떤 관계일지 서사를 구체적으로 빌딩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론 트레일>, 켈시 라이브2D 스킨 대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둘 다 한국 서버 인게임에서 열람 가능합니다.)
이 유약한 나머지 대체로는 선하지만 때로는 비겁하고 그래서 악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 박사를 보며, 켈시는 로도스 아일랜드가 과연 어디까지 항해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계산하고 가늠했을 것 같습니다. 박사가 선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미야와 동시에 그에 준하는 위치를 맡고 있고, 테레시아를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한 과거를 어찌할 수 없어졌기 때문에 더더욱 앞으로의 항해에는 박사가 ‘테라를 위한 결정’을 변수 없이 내려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박사가 그럴 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켈시는 필요에 따라 박사를 ‘명목상의 지휘자’로만 세팅하고 중요한 사건들에서 박사를 완전히 배제하는, 박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로도스 아일랜드를 상정하기도 했을 듯합니다.
박사는 자신의 전략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켈시가 박사의 ‘성향’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미 혼자 각오했던 일을 박사가 직접 청원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 거지요.
그렇게 켈시는 박사의 청원 때문이 아닌, 로도스 아일랜드의 순항과 테라의 미래를 위해 박사의 의식을 부분적으로 꺼트리는 약물을 박사가 직접 흡입하게 하여 박사의 냉혹한 무의식(=박사가 ‘본래 박사’라고 생각한 부분)만 남게 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박사는 자신이 원한대로 생각도 기억도 나지 않고, 박사는 육신의 주도권을 ‘박사’에게 넘겨줄 수 있게 되었죠.
프리스턴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프리스턴과의 만남을 통해 박사는 자신이 ‘켈시의 보조 덕에 자신의 주도권을 본체 박사에게 넘겨줘온’게 아니라 ‘일종의 마취 상태’에 빠져왔을 뿐임을 알게 되어 버렸습니다. 자신은 ‘본래 박사’의 자리를 불우한 사고로 빼앗은 인물이 아니며, 그간의 모든 결정은 마지막 구인류 중 하나 뿐인 존재, 자기가 내려 왔다는 것도.
덕분에 박사는 쇼크로 인한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켈시에게 위와 같은 전략(청원, 제안, 무엇이든)을 내세웠던 이유가 테라에서 박사라는 지위에 있는 동안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했던 온갖 일들로부터 회피하고 싶었던 거라는 진실까지 마주해야 했으니까요. 심지어 그는 이 상태로 프리스턴이 내미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했습니다. 왜 테라를 위하느냐라던가, 테라에서 무엇을 바라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박사는 이런저런 답을 말했지만, 켈시는 그게 충격에 빠져 자의 없이 그저 내뱉는 말뿐임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프리스턴과 대면하는 박사를 지켜보며 그가 테라가 필요로 하는 박사가 될 수 없음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켈시가 그간 염려했던 대로 ‘박사가 있되 박사가 없는’ 미래를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론 트레일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이날의 일들은 모두 박사는 신뢰할 수 없으며 한심한, 그래서 좋아할 수도 없는 존재라는 걸 켈시가 재확인하는 사건이 된 셈입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 광석병이 치료된 뒤, 켈시는 박사를 향한 무한한 신뢰를 내보이며 박사의 온전한 안전을 위해 직접 폐허나 다름없는 테라에 뛰어들어 전사로서 활약하게 되었습니다. 오퍼레이터들은 그들이 산전수전을 함께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켈시가 저런 태도를 보여도 될 정도로 든든한 인물이 된 박사’를 그 어느 때보다 믿고 의지하지만, 박사가 해온 모든 업적은 박사를 내세웠을 뿐 실제로는 켈시가 판단하고 내린 것이며, 해당 미래 시점에서 로도스의 사령탑 또한 박사가 아닌 켈시입니다. 켈시가 전장에 뛰어들기로 한 이유 또한 ‘박사라는 자리의 공백’으로 인해 남들보다 두 배로 테라에서 활약해야 하기 때문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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