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인이 나타났다(1)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의 작명센스가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초대륙 사이타마의 이름은 따서 지은 오빠는 괜찮다. 애초에 그런식으로 작명하는 경우는 많다. 그런데 그녀의 이름은 많은 문제가 있었다.

오빠와 같이 그녀도 지명에서 따온 이름인데, 그녀가 평생을 살아온 Z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렇다. 그녀의 이름은 ‘지’였다. 차라리 제트였다면 나았을 것이다. ‘지’가 무엇인가. ‘지’가.

오빠가 제 이름이 성의 없다며 불평할 때 그녀는 오빠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지금 자기 옆에 ‘지’가 있는데 뭐라고 하는 건지.

만약에 사후세계와 현세가 대화할 수 있게 된다면 그녀는 부모님께 도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사람 이름을 ‘지’로 지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지는 머릿속에 울리는 ‘지지지지 베이베 베이베 베이베’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지는 웬만해서 타격을 잘 입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이상하게 이름과 관련되면 이성을 잃곤 했다.

아, 왜 이렇게 화가 안 식지?

지는 즐거운 생각을 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 집에 가고 있고 내일은 방학이다. 오빠는 이력서를 넣은 다섯 개의 회사 중 하나에 합격해서 면접을 보러 갔다. 알바도 못하는 나이에 돈 가지고 걱정할 일은 이제 줄어들 것이다.

좋아, 이제 좀 행복해졌다.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손가락을 따라 가방도 허공에서 빙빙 돌았다. 하늘에는 솜을 뜯어 흩뿌려 둔 것 같은 구름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그래, 오빠가 면접을 통과하면 전골을 먹자.’

배추를 잔뜩 넣을 것이다.

체감상 수십 번의 실패 끝에 겨우 이력서를 합격했다. 신도 양심이 있으면 합격시켜 주겠지. 그럴거야....

지는 한숨을 푹 쉬었다.

지는 오빠가 취업전선에서 뒤처지고 있는 게 학창시절에 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오빠가 그냥 논 것도 아니었지만, 공부를 안 한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는 공부를 열심히 한다. 취업도 못하고 알바만 전전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도 공부가 싫었다. 공부를 하고는 있는데 관심 있는 분야가 없다.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 일할지 모르겠단 말이다. 달리고 있는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공부를 한 만큼 미래에 도움이 되겠지.

지는 기지개를 쭉 피고 허공에 띄운 가방을 낚아챘다.

시야 가장자리에 특이한 게 보였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사람이었다. 1층에 꽃집이 있는 건물 옥상에 검은 코트를 입은 사람이 난간을 잡고 거리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특이했지만 지의 시선이 닿은 이유는 사람 머리 대신 눈알 달린 날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앙에 흰자 없는 빨간 눈이 있고 하얀 깃털 날개가 눈알을 감싸듯이 했다. 날개의 크기가 굉장히 컸는데 원래 등에 달려있어야 할게 머리에 달려있는 것 같았다.

거리에 사람이 많은데 왜 아직 저것이 발견 안 됐는지는 모를 일이다. 뭐. 다른 사람들이 금방 발견하겠지. 지는 문자로 경찰에 괴인 신고를 하며 무신경하게 생각했다. 신고는 했으니 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끝났다. 이제 지가 할일은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피해가 없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지는 걸음을 빨리했다. 모습은 걷는 것 같았지만 등에 힘이 실리며 경보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걸었다. 지는 건물에서 화난 표정으로 나오는 여자아이를 지나치고 그 건물 옆의 공사 중인 건물을 지나가려 했다.

근데 그 순간 날개 괴인이 날개를 폈다. 팔을 핀 것보다 조금 긴 날개가 펼쳐졌다. 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디로 가려는 거지? 지는 재빠르게 괴인이 날아가는 방향을 보았다. 그녀의 뒤였다. 그곳에는 아까 본 화난 표정의 여자아이가 땅을 강하게 디디며 가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아니 진짜 잠깐만! 이거 실화야? 애를 노려?

현실을 잠깐 부정해 봐도 괴인이 날아오는 방향을 바뀌지 않았다. 괴인은 날카로운 손톱을 드러낸 채로 여자아이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괴인이 손을 휘두르자 난간과 보도블록이 파였고, 여자아이는 지의 품에서 자신이 있었던 곳을 당혹스럽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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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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