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 / 극중극

영원의 초상

아이돌리쉬 세븐 유키 드림 | 혜지님 포티님 커미션

어느 마을에 팔리지 않는 화가와 마을 제일의 귀족 밑에서 일하는 정원사 청년이 함께 살고 있었다. 생활비는 주로 정원사가 벌고 있었지만, 정원사는 화가의 그림이 좋았기에 불만은 없었고 가난하지만 두 사람은 즐겁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하늘에 거대한 배가 나타나 공연을 알리는 전단지가 온 거리에 쏟아졌다. 유명한 하늘을 나는 기예단 Twilight Troupe가 찾아온 것이다. Twilight Troupe는 관람료가 무료인 대신 마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보물을 훔쳐 간다는 소문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무료로 쇼를 볼 수 있다며 기뻐하고 귀족들은 자신의 컬렉션이 도둑맞는 것은 아닌가 하며 겁먹었다.

광대의 신호와 함께 Twilight Troupe의 쇼가 막을 열었다. 음악가가 공연장을 북돋고 인형사에 아이들이 흥미진진해하고 칼 던지기 곡예사의 일거수일투족에 공연장은 긴장으로 휩싸였다.

화가는 스케치북을 한 손에 든 채 공연장에 있었다.

처음에는 두근두근해하며 쇼를 보고 있었지만 관객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그림은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지 못한다고, 쇼가 고조되는 데 반해 풀이 죽어 스케치북은 백지인 그대로 폐막을 기다리지 않고 귀가했다.

집으로 돌아오자, 팔에 붕대를 두른 정원사가 있었다. 정원사는 일을 하던 중 다쳐서 당분간 일을 할 수 없다고 미안하다는 듯이 고했다. 화가는 잠시 침묵한 뒤 슬슬 다른 일을 찾으려던 참이었다, 지금까지 일해 준 만큼 다음은 자신이 돈을 벌 테니 안심하라고 전한다.

창밖을 보자 쇼는 아직 계속되고 있어 눈부신 빛과 즐거운 소리로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하자― 화가는 오늘 본 쇼를 떠올리며 캔버스로 향했다.

며칠 뒤…… 공연 마지막 날.

화가는 그림을 끝마쳤다. 완성된 그림을 보고 정원사는 더 그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문득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림자가 있었다. 온몸에 망토를 두르고 있었지만 Twilight Trope의 광대였다. 크라운은 화가의 그림을 훔치러 온 것이었다.

정원사는 그림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저항했지만 화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그림에서 가치를 발견준 것이 기뻐서 찾아내주어 고맙다고, 그림은 다시 그리면 된다며 막 그린 그림을 크라운에게 맡겼다.

화려한 쇼는 막을 내리고 비행선은 다음 마을로 날아갔다.

― 후일 화가의 그림이 Twilight Troupe에게 도둑맞았다고 온 마을에 소문이 퍼졌다. 마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그림을 그렸다고 화제가 되어, 화가는 오늘도 그림을 계속해서 그리며 정원사와 즐겁게 지내고 있다.

공연을 알리는 전단지와 함께 찾아온 하늘을 나는 기술예단 Twilight Troupe, 관람료가 무료인 대신 마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보물을 훔쳐간다는 소문과 함께 막을 올린 쇼가 성황리에 끝나고… 비행정이 떠난 후, 어떤 그림이 Twilight Troupe에 도난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며 마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그림을 그린 화가는 주목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화가의 앞에 흑백의 남자들이 나타났다. 어딘가 속세를 초월한 듯한 이들에게도 관심이 갔지만, 화가의 영감을 자극한 건 하얀 남자가 들려주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정원을 거니는 듯한 우아한 말투로 기억을 되짚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간 그 끝에, 화가의 붓은 빛바래지 않고 웃는 여자와 조우했다.

그렇게 완성한 초상화를 보여주자 하얀 남자는 옷에서 떼어낸 보석을 건넸지만, 화가는 그림값으로는 과분하다며 거절했다. 잠시 고민하던 남자가 화가의 곁에 피어있던 꽃을 꺾자 붉은 장미가 순식간에 흰 장미로 변했다. 진귀한 구경에 만족한 화가는 장미를 집으로 가져와 정원사와 함께 심었다. 훗날 화가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장미를 보며 신비했던 그들을 그림으로 남긴다.

바이너리 뱀파이어의 연장선으로 모모가 유키한테 이 사람은 누구냐고 물어보는 게 보고 싶었어. 모모가 가리킨 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캔버스. 그림을 그리던 화가도 궁금한지 귀를 쫑긋이자 유키가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거야. 그 목소리에 집중하며 화가는 마저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가 끝날 때즈음에는 어느새 완성되어 있는 초상화.

차분히 추억을 들려주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다 드문드문 끊겨도, 붓을 멈추지 않은 덕분이네. 당연히 유키의 기억 속에서 캔버스로 옮겨간 소녀는 치히로고, 옮겨준 화가는 메디움 속 리쿠예요. 시점은 트와일라잇 트로프가 다녀간 후. 모모와 함께 여행을 다니던 유키가 가장 가치 있는 그림을 그렸다는 화가의 소식을 듣고 마을로 찾아와 의뢰했을 것 같아.

리쿠가 보기에는 갑자기 나타난 까맣고 하얀 남자들이 놀라웠겠지. 관람료 대신 마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훔쳐간다는 기술예단, 트와일라잇 트로프가 그림을 가져간 후로 평민과 귀족을 불문하고 리쿠의 작품을 사기 위한 줄이 끊이지를 않았는데 입고 있던 옷의 보석 하나만으로 단번에 맨앞에 선 그들. 극단이 다녀간 뒤로는 신기한 일 투성이구나. 어딘가 사람 같지 않은 이들에게도 관심이 갔지만, 리쿠가 가장 주목한 건 역시 하얀 남자의 이야기 속 여자 아닐까… 말하는 남자는 조금 울 것 같은 얼굴을 했지만 이야기 속 여자는 빛바래지 않은 미소를 입가에 걸고―

그렇게 완성한 그림을 보여줬더니 하얀 남자는 제 옷에서 보석을 뚝 떼어서 건넸어. 그림값으로는 과해서 화가가 거절하자 잠시 고민하다 창백한 손으로 건네준 건 흰 장미. 유키가 그림을 그려준 소년 곁에 피어있던 붉은 장미를 꺾어다 생기를 빨아들이자 새빨갛던 장미가 순식간에 백장미로... 화가는 캔버스처럼 하얀 장미를 받아들곤 진귀한 걸 봤다며 그걸로 만족했지만, 그 진가는 나중에 알게 되겠지. 아마 그 장미는 영원토록 시들지 않을 테니. 여담으로 그날 리쿠가 받아온 장미는 집으로 돌아가 정원사 타마키와 함께 화분에 옮겨 심어 오래오래 키워줄 거라고 믿고 있어.

이제 그림이 완성되었으니 가져가는 일만 남았는데 모모가 "근데 유키, 이건 어떻게 들고 갈 생각이야?" 하고 묻자 침묵 끝에 돌아온 건 탄식. 역시 생각 안 해봤구나! 하지만 그런 유키의 행동에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모모라 그럴 줄 알았다며 "그럼 이건 내가 들고 갈게!" 하는 거야. 그렇게 캔버스는 모모가 받아들게 되는데, 인간이었을 적 도끼도 번쩍 들던 그에게조차 의외로 무겁게 느껴졌을 것 같아. 그건 분명 모모가 느끼는 감정의 무게네.

이미 유키와의 영원에 몸을 맡긴지 오래지만, 처음부터 불사의 몸을 각오했던 건 아니었기에... 모모는 자신과 달리 스스로의 의지로 유키의 곁에서 죽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려던 치히로에게서 무언가를 느꼈으리라 생각해요. 흡혈귀가 되지 못한 소녀로부터 피보다 진하게 이어져 내려오는 마음. 이제는 자신의 몸 속을 도는 것처럼 뜨겁게 느껴지는 바람을 남김없이 빨아들이고 모모는 앞으로도 유키와 단둘이 살아가는 여행을 끝까지 달려나가겠죠.

언젠가 시간이 흘러도 시들지 않는 흰 장미를 보며, 리쿠가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도 그림으로 하여금 영원토록 남겨주길...

+) 원래 바이뱀파 스토리에서는 유키가 모모를 불사의 흡혈귀 만든 걸 저주인지 구원인지 아는 자는 없다고 말했지만, 노래 가사에서는 분명하게 구원이라고 못 박아주는데 만화 속 모모의 마지막 대사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어. 사실 죽은 사람을 기억한다는 게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아서 마찬가지로 유키치히를 하나의 스토리로 만든다면 "유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겠다는 치히로"가 저주인지 구원인지 알 수 없다고 서술될 것 같은데, 모모의 대사가 있어 비로소 구원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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