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 3 게롤트 드림
리비아의 게롤트 X 에이비르의 글라르테
- (퇴고 X / 백업용)
- 1인칭 독백형, 드림캐X드림주 첫만남 상황
이제 정신이 좀 드나보네.
기억 나요? 그 쪽, 알굴(Alghoul)을 해치우고 나서 그대로 기절했는데. 리비아의 게롤트 맞죠? 모를 수가 없지. 늑대 교단 메달, 잿빛 머리, 눈에 큰 흉터. 이 세계에서 위쳐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그 쪽을 알고 있을 걸요. 아, 이제 진짜 기억이 나는 모양이네. 맞아요, 내가 그 쪽을 구했고, 기절한 당신을 말에 실어서 여기로 데려왔어요. 진짜 무겁더만, 뭘 먹고 다니는 건지. 아... 내 후드? 습, 내 눈 보면 놀랄 거 같아서 잠시 썼는데. 하여간 위쳐 아니랄까봐, 눈치 한 뻔 빠르네.
이 김에 내 소개나 할까요. Greetings, Geralt. I'm Glarte of Aivir. I'm a Witcher. 처음 보죠? 여자 위쳐는.
아무래도 이 세계엔 여자 위쳐가 없고 남자 위쳐만 있으니 이상한 건 아니지. 워, 천천히 설명해줄테니 진정해요. 일단 어중간한 사기꾼이나 도플러나 그런 것도 아니고 진짜 위쳐 맞으니까. 그리고 당신 꽤 심하게 다친 건 알죠? 지금 일어나기도 힘들 건데. 일단 흠, 내 눈*이랑, 여기, 늑대 교단의 메달 보이죠? 이 쪽엔 내 검 두 자루도 있고. 쇠로 된 거 하나랑, 은으로 된 거 하나. 이런 증거가 아니더라도, 괴물들로 가득한 숲 속에서 기절한 남정네를 무사히 데려올 수 있는 게 위쳐 말고 또 누가 있겠냐고요. 아, 이것까지 보여주면 믿으려나. Igni.
이제야 좀 믿는 눈치네. 어디 출신이냐고요? 나도... 케어 모헨 같은 곳에서 자랐죠. 당신이 나온 그 케어 모헨도 아니고, 이 세상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다른 세계에서 왔어요. 이 세상과 비슷하지만 다른 게 많은, 평행우주 같은 거려나. 우리 세계에는 남성 위쳐가 없고. 여자들만 있죠. 이유는 별 게 없고, 남자들은 변이 시술이 불가해서 그렇다나 뭐라나. 여기도 그런 걸로 아는데, 여성 위쳐가 없는 이유. 뭐, 그건 일단 넘기고, ... 못 믿겠다고요? 믿는 게 좋을 걸요. 아니면 내가 눈 앞에 있는 이유가 설명이 안 되니까. 세상에는 가끔 상식을 깨는 일들도 생기곤 하잖아요? 우리의 존재도 어떤 의미에선 상식 밖의 일이고. 그나저나, 자꾸 일어나려고 하지 좀 말죠? 그 몸뚱이에서 피 닦고 붕대 감기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내가 가서 침대에 묶어버리기 전에 얌전히 좀 있죠.
좋아요, 어디까지 말했더라...
어쩌다 여기에 온 건지는.. 나도 잘 몰라요. 왜 하필 내가 여기로 오게 된 건지도 잘 모르겠고. 난 그냥 서점에서 책을 찾고 있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 보니 여기었어서. 처음 왔을 때 나도 지금 당신이랑 상황이 비슷했다고나 할까요. 내 경우엔 썩은마귀였지만. 마지막 놈이 터지는 걸 제대로 못 피해서 다친 채로 도망혔는데, 운 좋게도 이 마을에 도착해서 쓰러진 날 마을 주민이 구해줬죠.
아, 당신이 들어갔던 저 숲, 저긴 좀 특이한 공간이에요. 갖가지 괴물이 득시글거리지만 달이 없는 날 하루를 제외하곤 이 마을로 넘어오지 않죠.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숲에 괴물이 다 사라지고. 그 날이 유일하게 마을과 외부가 이어질 수 있는 날이죠. 숲 속에 멋모르고 들어왔다가 죽은 사람이 많아서 이 마을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죠. 딴 이야기로 샜네. 여튼 여기서 치료받고, 그 후론 마을 사람들을 괴물에게서 지켜주고, 그러면서 지냈어요, 난.
얼마 전이 보름이었으니까... 아무리 그 쪽이 유명한 위쳐라도 마을에서 나가려면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할 걸요? 그 몸으론 어딜 가도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낫는 거에나 집중하고 입 다물고 지내요. 누구 덕분에 이 마을 사람들은 위쳐에게 호의적이니까, 괜히 나쁜 인상 심어주지 말고. 아, 말도 잘 데려왔으니 염려 마요. 주인이 기절했어서 그런가 좀 놀라긴 했는데, 멀쩡해요. 다친 곳 하나 없고. 활이요? 뭐, 위쳐의 전통 같은 거 굳이 지킬 필요가 있나? 당장 눈 앞에 괴물이 달려드는데, 칼이고 활이고 석궁이고 가릴 게 있겠어요? 아무렴, 아직 신입 아니랄까봐 꽉 막혔네. 언젠가 쓰게 되는 날이 올 겁니다. 아하, 나도 십 년도 안 지난 신입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위쳐가 된 지 삼사십 년은 족히 지났으니까 신경 끄죠?
다른 건 다음에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차근차근 들어요. 직접 보면서 설명 듣는 편이 나을 거니까. 흐음, 더 들을 수나 있나? 역시, 슬슬 눈이 감기네. 걱정 마요. 뭘 한 게 아니라, 지혈제랑 진통 약초들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상처가 워낙 깊었어야지. 자고 나면 마을 사람이 스프라도 가져다 줄 거니까, 더 자요. 꿈 없이 푹.
* 위쳐의 눈은 긴 고양이 동공 형태의 금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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