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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짓큐사니+야겐] 떨어져 있어야 보이는 것

[오마카세 타입] 김제스님이 신청하신 글커미션

written by. @saniwa_jeyeon CM

 

 

 

 

 

 

 

 

 

떨어져 있어야 보이는 것

 

 

 

 

 

 

 

 

 

 

 

 

프롤로그

 

 

 

 

 

석 달 전, 카호와 짓큐가 어떤 블랙 혼마루를 정화할 때의 일이다.

 

오염도가 높지 않았던 단도 하나가, 흔쾌히 카호와 짓큐를 도와주었다. 그래서 다른 혼마루에 비해 수월하게 정화 임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정화가 끝난 후에 카호가 자신들을 도와준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 나는 당신의 믿음을 얻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내가 먼저 당신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는 씩 웃으며 카호의 손에 제 본체를 올려놓았다.

 

- 나는 당신의 검이 되고 싶어.

 

그런 그의 바람을, 카호는 들어주었다.

물론, 카호가 괜찮다고 해서 그가 바로 그녀의 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센터에 머무르며 회복 과정을 거치고, '다시' 사니와의 검이 되기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여러 절차를 통과하여, 겨우 승인되었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이 석 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그렇게 '야겐 토시로'는 정말로 미스미 카호의 남사가 되었다.

 

…까지는 좋았으나, 부대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챙겨야할 것도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가령, 머무를 거처같은 것. 휘하의 남사가 짓큐 하나일때는 카호의 집에서 어떻게든 함께 살 수 있었지만, 세사람이 같이 살기에 1ldk의 집은 아무래도 좁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다 안다는 듯 노리무네가 카호를 불러 말했다.

 

"3인용 관사가 하나 비었으니까 원한다면 자네 부대원들 모두 그곳에서 생활해도 괜찮네."

그 권유에 그러마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와 짓큐와 야겐에게 전달할 때에야, 카호는 집이 두 개이기에 그에 따른 인원분배를 다시 해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인원분배라고 해도 짓큐의 거취만 정하면 되었다. 사실 굳이 정할 필요까지도 없었다.

 

카호는 카호대로 집에 살고, 짓큐와 야겐이 함께 관사에서 머물면 된다. 현세에서 지내본 적이 없는 야겐의 현세 적응과 쾌적한 생활을 위해서는 현세에 익숙한 누군가가 필요하고, 1년 이상 현세에 지내면서 익숙해진 짓큐가 있는데 굳이 주인인 카호가 관사에서 함께 살 이유는 없었다.

 

조심스럽게 야겐과 함께 관사에서 지낼 것을 권유하자,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짓큐는 흔쾌히 대답했다.

 

관사에 당장 쓸 수 있는 소모품은 있다고 들었기에, 주말에 집에 있는 짓큐의 짐을 옮기고, 다같이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기로 했다. 오늘 집에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 간단한 소모품과 야겐과 짓큐가 당장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에 먹을 먹거리를 산 후에 헤어지자는 말도 했다. 모든 이야기가 막힘 없이 시원시원하게 진행되었다.

 

그날, 세 사람이 퇴근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1. 미스미 카호의 경우: 이사 1일 차

 

 

 

 

 

"짓큐씨, 우리는 이쪽이야."

 

자연스럽게 카호와 함께 집으로 향하던 짓큐의 걸음을 멈추게 한 건 야겐의 그 말이었다. 카호조차도 그 말을 듣고 서야 아 맞다, 오늘부터는 짓큐씨 관사에서 지내지. 야겐과 짓큐 몫의 장을 봐놓고도 어쩐지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카호가 그랬는데, 짓큐도 그랬을 것이다. 그게 너무나 익숙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카호가 짓큐를 쳐다보자, 어쩐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 멍한 표정을 하는 짓큐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카호씨를 집에 데려다주고 와야하지 않을까? 위험할지도 모르고."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하는 말이 그런 말이라, 여기서는 카호가 괜찮다고 말을 해야했다.

 

"정화부 배속 되기 전에서 혼자 출퇴근 잘만 했어요."

 

"그래도......"

 

"관사 처음 들어가니까 가서 할 거 많을 텐데, 어서 가요. 야겐도, 저녁이랑 내일 아침 꼭 챙겨 먹고, 내일 만나요."

 

"응, 대장. 대장도."

 

카호가 먼저 등을 돌려 걸음을 옮기자, 여전히 등에 꽂히는 시선이 느껴졌다. 야겐이 이제 가자고 말하자, 그제야 둘의 기척이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둘 다 괜찮을까. 첫날인데 오히려 내가 가서 좀 봐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다리는 착실히 움직여서, 카호는 금방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닫고, 현관 등이 켜지고, 신발을 벗고,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벽을 더듬어 익숙하게 스위치를 찾다가, 누르지 않고 멈춰있자 현관등이 꺼진다. 집이 너무 넓고 조용하다.

 

집에 혼자 들어오는 게 이렇게까지 싫은 일이었나. 여름이라 해가 길어서, 어둡지도 않은데.

거실불을 켜고 옷을 갈아입은 후, 저도 모르게 두 사람 몫의 저녁을 준비했다가, 아 맞다.하고 일 인분을 랩으로 씌워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내일 아침으로 먹으면 되겠지, 잘 됐다.

 

거실에 이불을 펴고 누워있다가, 새삼 깨닫는다. 무드등을 켜는 것도, 눕기 전에 거실 불을 끄는 것도 이제는 내 몫이다. 어제까진 짓큐씨가 해줬는데.

 

내가 곁에 없으면 짓큐씨가 외로워하길 바라서 벌을 받나 보다. 벌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정작 짓큐씨가 없으면 사무치게 외로워지는 건 나인데.

 

함께 있는 게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 그렇게 생각했었나 보다.

 

혼자 살기에는 충분하고, 둘이 살기엔 조금 좁았고.

둘이 살기에 알맞았고, 혼자 살기에는 조금 넓은 것 같은, 우리집.

 

고요하다. 평온하다기보다는, 적막하고 외롭다.

눈물이 나올 것처럼, 외로워졌다.

참,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눈물이 나올 것 같다니.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한참을 뜬 눈으로 누워만 있다가, 겨우 눈을 감았다.

 

이런 나를, 절대 짓큐씨 한테 들키지 말아야지.

 

감상에 빠지는 건 이쯤 하자고 생각했다.

 

처음 짓큐씨가 있는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던 것처럼, 짓큐씨가 없는 생활에도 조금씩 익숙해질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봐주는 짓큐씨가 없는 생활에도 무뎌질 것이다.

 

어차피 내일 또 만날 수 있는걸.

 

그래도, 아주 잠깐이라도 내가 모르는 짓큐씨가 늘어나는 건 좀, 서운한 것 같다.

 

짓큐씨가 보고 싶다.

 

출근은 싫지만,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2. 짓큐 미츠타다의 경우: 이사 2일 차

 

 

 

 

 

퇴근길에 카호와 헤어져 관사로 퇴근한 지 이틀째. 짓큐 미츠타다는 심각한 분리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첫날은 비교적 괜찮았던 것 같다. 관사에 들어가서 야겐과 상의해 서로 사용할 방을 정하고, 관사에 있는 전자기기나 가구들을 파악해 필요한 것의 목록을 작성했다. 그러고 나니 시간이 훌쩍 흘러서,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 날은 멍하게 눈만 멀뚱멀뚱 뜨고 침대에 앉아있다. 그렇게 카호의 생각만 한다.

 

카호씨랑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 건 처음이다. 현현한 이래로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는데. 관사에서 지내도 괜찮겠냐는 말을 흔쾌히 승낙한 것과는 반대로, 매일 짐을 조금씩 챙겨 오겠다는 카호씨에게 번거롭게 만들기 싫으니 주말에 내가 챙겨가겠다고 하면서 말린 건, 내심 이사하고 싶지 않아서 일 것이다. 막역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괜찮지가 않다.

 

카호씨를 잠깐이라도 혼자 두고 싶지 않아. 사실은 내가 카호씨 곁에서 잠시라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연인이 되고 나서, 카호씨는 우리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확실히 변해가고 있었다. 일단 카호씨가 좀 더, 편안하고 느긋해졌다. 생기가 있다는 건 그런 느낌이겠지. 카호씨에게서 그 생기가 느껴질 때마다, 그게 나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가 카호씨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연인이니까. 좀 더 연인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렇게 함께 있지 않은 사이에, 카호씨가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지. 천천히 생각해보면, 그다지 마음에 차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카호씨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사실, 카호씨는 사람이니까 사람과 어울려 사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 다른 사람이, 카호씨에게는 더 좋은 사람일지도 몰라. 나는 내가 카호씨에게 최선의 선택지라고, 자신할 수 없어. 카호씨는 스스로를 조금 부족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지만, 카호씨는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이다. 오히려 부족한 것은, 나.

 

그래도 카호씨는 나를 선택해줬다.

 

그것이 솔직하게 기쁘면서도, 도리어 불안해지곤 한다.

 

하지만 그 불안조차도 카호씨로 인해 생긴 거라면, 기껍다. 이 불안도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것.

 

카호씨랑 함께 있을 때도 카호씨 생각만 했는데, 떨어져 있으니 카호씨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

 

있지, 욕심인 걸 알아.

 

그래도 그렇게 바라게 돼.

 

내가 카호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혹시 카호씨도 내 생각하고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3. 야겐 토시로의 경우: 이사 3일 차

 

 

 

 

 

오늘도 갈림길에서 카호과 헤어지고, 터덜터덜 소리를 내는 것만 같이 관사까지 걸어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멍하니 바닥에 앉아있는 짓큐 미츠타다를 보며 야겐은 생각한다.

 

예전에 알던 짓큐 미츠타다는 이런 도검이 아니었는데, 하고.

 

존재 자체를 헤집어놓는 경험을 하게 되면 사람이든 물상신이든 변하기 마련이겠지만, 짓큐 미츠타다는 어쩌면 이렇게까지 변했는지 모르겠다.

 

대장을 좋아하는 마음이라면 알겠어. 나도 대장이 마음에 들어서 대장의 검이 되기로 한 거니까.

 

사람의 손에 태어나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물건의 숙명이라면, 적어도 그 대상은 직접 고르고 싶었다.

처음 짓큐씨와 함께 혼마루에 온 대장을 보고 그런 예감이 들었지.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의 검이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불현듯 찾아온 희망이, 캄캄한 진창을 비추었다. 그것은 그 사람이 혼마루를 정화하는 것을 도와 함께하는 동안 서서히 확신이 되었다. 신뢰받고 싶어서, 먼저 그 사람을 믿었다. 사람의 몸을 얻고 처음으로 믿음에 보답받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결정을 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청했고, 그렇게 내민 손을, 대장이 잡아주었다.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대장은 모를 거야. 옆에서 보고 있던 짓큐씨는 조금, 이해했던 것 같지만.

하지만 나의 좋아함과 짓큐씨의 좋아함은 좀, 다른 것 같네.

 

대장도 말은 안 해도 짓큐씨랑 비슷한 마음인 것 같으니까, 여기서는 내가 등을 떠밀어 주도록 할까.

"짓큐씨."

그렇게 야겐 토시로는 짓큐 미츠타다를 관사에서 쫓아냈다. 챙길 짐 없이 몸뚱아리만 내쫓으면 되니까 더할 나위 없이 간단했다.

 

"빨리 대장 곁으로 돌아가."

 

난데없이 문밖으로 쫓겨나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는 짓큐를 향해 벌레를 쫓는 것 마냥 훠이훠이 손사래를 친 야겐이 말을 이었다.

 

"짓큐씨와 대장이 아기자기 귀엽게 연애를 하고 있다는 건 잘 알겠어. 그런데 옆에서 여파를 맞는 건 별로 유쾌하지 않아. 그러니까 퇴근 후의 생활은 좀 분리하는 편이 좋겠어."

 

야겐의 말에 짓큐는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야겐이 그렇게 말한다면, 하고 성큼성큼 뒤돌아서 가버렸다. 관사로 오는 무거웠던 발걸음과 다르게 날아갈 듯 가벼워 보여서, 야겐은 그 뒷모습을 보며 픽 하고 웃고는 문을 닫아버렸다.

 

 

 

 

 

 

 

 

 

 

 

 

 

 

 

4. 카호와 짓큐의 경우: 이사?

 

 

 

 

 

생각하지 않아도, 짓큐의 발은 저절로 익숙한 길을 찾아갔다. 현관문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알고 있음에도 카호가 놀랄까봐서, 짓큐는 굳이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라는 물음에 나야 카호씨, 하고 대답하자 띠리링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린다. 그렇게 나온 카호의 얼굴이 일순 웃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아마 짓큐의 착각일 것이다.

 

짓큐가 다시 본 카호는 의아한 표정을 하고 있었으므로.

 

"야겐한테, 쫓겨났어. 빨리 카호씨 곁으로 돌아가래."

 

상황설명을 요구하는 카호에게 배시시 웃으면서 짓큐가 한 말은 그랬다.

 

"갈 곳이 없는데, 카호씨가 데리고 살아주지 않을래?"

 

그 말을 들은 카호는, 상황과 맞지 않지만 어쩐지 마주 웃고 싶어져서, 웃고 말았다.

 

"어쩔 수 없네요, 들어와요."

 

고작 사흘이었음 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랜만에 짓큐가 집에 돌아온 것만 같았다.

 

"번호 알면서 그냥 들어오지. 혹시 제가 자고 있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럼 카호씨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지.“

 

"짓큐씨는 그렇게 안 생겨서 가끔 아방한 짓을 한다니까......"

 

떨떠름한 표정으로 되는대로 말을 내뱉는 카호를 보며, 짓큐는 망설이지 않고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카호씨. 보고 싶었어.“

 

"우리 헤어진지 두 시간도 안 됐어요..."

 

"그래도 정말, 정말 보고 싶었어."

 

"우리가 영영 헤어진 것도 아니고, 출근하면 보고 내내 붙어있는데 왜요......"

 

"나 말이야, 카호씨랑 떨어져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나 봐."

 

어제도 오늘도 왜 그렇게 멍하게 있냐고, 야겐한테 혼났어.

 

"카호씨가 한순간이라도 없으면, 카호씨가 그리워져. 혼자 있으면 외로워져. 나는 그랬는데, 카호씨는 어땠어?"

 

이 사람은 어떻게 늘 이렇게까지 솔직할까. 진심에는, 진심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카호도 짓큐가 부재했던 동안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입에 올렸다.

 

"......저도 짓큐씨가 보고 싶었어요."

 

이상했다. 어차피 출근하면 하루 종일 붙어있는데, 떨어져 있는 건 퇴근하고 집에 있는 몇 시간뿐인데. 그 시간 동안 혼자 있는 게 외로워져서.

 

"몰랐는데, 나 혼자 있는 거 싫어했나 봐요. 아니, 사실 다른 사람이랑 있는 건 생각만 해도 좀 피곤하긴 한데...... 짓큐씨랑 있는 건 괜찮아요. 함께 있는 게 좋아요."

 

이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어가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떨어져 있으면 서로를 그리워하는, 그런 연인.

 

함께 있는 행복이란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있잖아요, 짓큐씨. 좋아해요."

 

너무 좋아해서, 도저히 떨어져 있고 싶지가 않아서.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요."

 

잠시 떨어져 있었기에, 깨달을 수 있었던 감정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서로 떨어져 있어 외로웠던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의 함께 있는 행복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더 행복할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에필로그

 

 

 

 

 

결국, 이사는 없었던 일이 되었다. 부장에게 사정을 적당히 이야기하니 당분간 증원 예정도 없으니 그냥 야겐 혼자 3인용 관사를 써도 된다고 해서, 상황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생각해보면 야겐이 카호와 짓큐를 배려해준 것에 가까웠다. 그래서 카호가 혼자 지내도 괜찮겠냐는 걱정 어린 질문을 하자, 야겐은 넓은 집 혼자 차지하고 좋은데? 하고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말 한마디로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던지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카호와 짓큐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차 방문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그래서 카호와 짓큐는 지금까지처럼 같이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야겐에게 줄 반찬을 들고 관사에 방문한다. 반찬은 보통 파는 것을 사서 소분한다. 카호씨와 짓큐는 요리에 능한 편이지만, 일주일 내내 바쁜 직장인이 천금 같은 주말을 요리하는데 보내게 하는 것도 너무한 일이다. 그래도 한두 가지 정도는 품을 들여 직접 만들어서 들고간다.

 

"명란젓이랑, 매실 장아씨랑-“

 

"배추 나물은 카호씨가 직접 했어. 맛있을 거야.“

 

"대장. 고마워, 고마운데- 이걸 바리바리 나한테 다 가져다주면 대장이랑 짓큐씨는 뭘 먹고 살려고?"

 

그러더니 하는 말이 이거다.

 

"밥해놨으니까 이거에다 저녁 같이 먹고 가. 나 혼자 다 못 먹으니까 좀 줄여줘."

 

그래서 세 사람은, 주말에도 꼭 한 끼는 함께 먹는다. 야겐은 카호와 짓큐가 현세 적응을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이거저거 혼자 찾아보고 뚝딱뚝딱 해내고 있어서, 두 사람을 감탄케 만들었다. 어쩌면 현세생활 선배인 짓큐보다 더 현세문물을 잘 다룰지도 모른다.

 

"야겐, 더 필요한 건 없나요?“

 

"임무용 말고 개인용 태블릿 pc가 있으면 유용할 것 같은데..."

 

"으음. 다음 달 월급 나오면 고려해볼게요...."

"하하, 기대할게."

 

"짓큐씨도 있으면 좋을까요?"

 

"알잖아, 카호씨. 나 단말기도 제대로 활용 못 하는 걸......"

 

녹음의 계절, 카호와 그녀의 남사들을 평온하게 서로에게 꼭 맞게 엮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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