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제연
written by. @saniwa_jeyeon CM 역행의 종착지 음식으로 가득 찬 찬합은 마치 보석함과도 같다. 정성스럽게 준비된 다양한 설음식이 그 안에 담겨 있어, 시각적 즐거움과 맛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몇 차례 상사를 따라 방문했던 식당은 평소와는 사뭇
written by. @saniwa_jeyeon CM Summer Fever 장마가 지나가고 난 다음의 공기는 무겁고 눅눅했다. 그뿐이었다면 다행이었을 것을, 장마 기간 내내 비구름에 가려져 있던 분을 풀 듯이 태양이 작열했다. 7월의 중순, 불시에 커다란 알림음과 함께 찾
written by. @saniwa_jeyeon CM 어떤 사랑의 말 맛있는 냄새가 난다. 어떤 냄새인지 알고 있다. 부드럽고 따뜻한, 된장국 냄새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이겨내고, 껌뻑껌뻑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느릿하게 이부자리에서 일어난 카호가 부엌 쪽을 바라보
written by. @saniwa_jeyeon CM 휘두를수록 옅어지는 것 여는 이야기 다리 밑, 구석진 곳에 위치한 그 노포는 생긴 지 25년 쯤 되는 곳으로, 이른바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이다. 평일 저녁인지라, 그렇게까지 붐비지 않는 식당 안에서 비교적 여유
written by. @saniwa_jeyeon CM 떨어져 있어야 보이는 것 프롤로그 석 달 전, 카호와 짓큐가 어떤 블랙 혼마루를 정화할 때의 일이다. 오염도가 높지 않았던 단도 하나가, 흔쾌히 카호와 짓큐를 도와주었다. 그래서 다른 혼마루에 비해 수월하게
written by. @saniwa_jeyeon CM 여름 감기 0. 그래도, 카호로서는 무척 큰 결심을 하고 한 말이었다. - 그러니까, 짓큐씨가 괜찮다면. 우리, 같이 사랑을 하는 방법을 알아가도록 해요. - 좋아. 카호씨가 불안하다면, 내가 내 도생을
written by. @saniwa_jeyeon CM 나의 이해 불가 Onion Girl 0. 그는 아주 오래전에, 혹은 아주 먼 미래에 후회하는 선택을 한 적이 있다.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으나, 조금 다른 방법을 선택했으면 좋았으리라. 부러져 스러지는 순간
written by. @saniwa_jeyeon CM 영원의 이름 그날 이후로 소년은 한동안 꼼짝하지 못했다. 그에게 소환된 악마, 닛코 이치몬지는 이불을 덮고 얌전히 누워있는 제 계약자를 그저 무감정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악마 소환의 흔적은 닛코가 다 지워냈으므로, 대 악마
written by. @saniwa_jeyeon CM 나의 개 같은 Apricot Boy 0. 열리지 않길 바라던 상자가 열려, 마음을 자각한 것이 송하는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왜 알아 버린거지. 거짓말처럼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얼마나
written by. @saniwa_jeyeon CM 0. 아마도 잠결에 했을, 잠꼬대와 같은 말. -있잖아, 카호씨.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건 카호씨가 될 거라고 생각해. 그 말은 마치 어제처럼 아득하기도 했고,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기도 했다. -사랑을 하는 방법을, 함께 알아가지 않을래?
written by. @saniwa_jeyeon CM 1. 카호에게서 때아닌 가을의 향기가 났다. "짓큐씨, 왜 그래요?“ “카호씨한테서 꽃향기가 나서. 기억에 있는 향인데 무슨 꽃인지 모르겠네...” “아마 국화일 거예요. 부장님이랑 대국할 때 국화차를 마셨거든요. 아마도, 그 향이 배어서.” “응. 그렇구나.
written by. @saniwa_jeyeon CM 0. 사람이 사는 일이니, 언젠가 우리가 함께하지 못할 날이 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막연한 상상 속의 나는 쏟아지는 빗속에 혼자 서 있는 것처럼 외로웠고, 겨우 이 순간이 오게 되었구나, 하고 속이 시원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순간이
written by. @saniwa_jeyeon CM 0. 노리무네 이치몬지는 여자의 머리 위에서 흩날리는 꽃잎을 보았다. 시대를 막론하고 꽃잎이 떨어지기 전에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든가, 짝사랑이 이루어진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있어왔다. 오랫동안 존재하며 많은 것을 보아온 그도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written by. @saniwa_jeyeon CM 1. 의사가 마지막 생리가 언제였느냐고 한 질문에 노카가 폐경이 된 게 아니었느냐 반문했다. 의사는 고개를 젓더니 임신한 지 4주쯤 되었다고 말했다. 노카는 순간 의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여 얼빠진 목소리로 네? 하고 말하고 말았다. 그런 노카에게 의사가 차분히 설명했다. 워낙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