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작업물

[커미션][마고사니] 역행의 종착지

[오마카세 타입] 김제스님이 신청하신 글커미션

written by. @saniwa_jeyeon CM

 

 

 

 

 

 

 

 

 

역행의 종착지

 

 

 

 

 

 

 

 

 

 

 

 

 

 

음식으로 가득 찬 찬합은 마치 보석함과도 같다. 정성스럽게 준비된 다양한 설음식이 그 안에 담겨 있어, 시각적 즐거움과 맛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몇 차례 상사를 따라 방문했던 식당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래도 연초라는 시기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카호가 세 개의 컵에 물을 따르며 오늘의 저녁 식사 책임자에게 말을 걸었다.

 

"마고로쿠씨는 설음식을 챙겨 드시는 편이신가요?"

 

"본가로는 안 가도 설은 쇠는 편이지."

 

"이번엔 가셨지만요?"

 

"이번엔 갔지만."

 

마고로쿠가 젓가락 통에서 꺼낸 젓가락을 한 모씩 짓큐와 카호에게 내민다. 짓큐는 단말기를 꺼내 상에 놓인 음식을 찍는다. 카호도 마고로쿠도 맛있는 음식을 보면 일단 젓가락을 댈 생각부터 하지 기록을 남긴다고 하는 발상과는 거리가 먼지라, 이 일은 짓큐가 전담하고 있다.

 

"다른 때에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노리무네 녀석이랑 술집 순례를 하는 느낌일까."

 

"이번에는 안 하시나요?"

 

"그 녀석이랑 둘이서 노는 것보다야 자네들이랑 같이 노는 게 즐겁지."

 

"그 말 들으면 부장 울어요."

 

"것 참 꼴불견이겠군."

 

입 밖으로는 소리 내어 말할 수 없지만, 카호는 마고로쿠의 말에 공감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자네들은 설은 안 챙기나?"

 

 

"저도 이번엔 둘이니까 모처럼 좀 챙겨보려고는 했어요. 하지만 역시 설음식을 만들고 하기는 좀 번거로워서."

 

"하하, 그 심정 나도 십분 이해해. 모처럼 이런 시대니까. 칼은 칼잡이에게, 음식은 요리사에게 맡기는 게 좋지."

 

나도 칼잡이라는 술집 사장님의 사족이 들려온다. 새 칼 들어왔으니까 이따가 사시미 주문을 꼭 하란다. 자네 장사 잘한다는 마고로쿠의 말이 뒤따라 붙는다.

 

"짓큐 자네는 설음식에 담긴 의미가 뭔지 아나?"

 

"설음식에...담긴 의미...?"

 

"아무래도 모르죠. 짓큐씨는 현현하고 처음 맞는 설이니까."

 

"자네는?"

 

"여기 있는 밤은 제가 다 먹어버리고 싶은 정도?"

 

“월급쟁이다운 발언이군.”

 

“월급쟁이니까요.”

 

둘 사이에 오고 간 말들을 이해하지 못한 짓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마고로쿠가 웃으며 설음식에 담긴 의미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시마(코부)는 기뻐하다(요로코부)란 말과 겹치니까 한 가정의 행복과 자손 번영을 기원하는 뜻이고, 연근은 구멍이 있으니까 그 구멍을 통해 미래를 꿰뚫어 보기를 기원하지."

 

"밤은 황금에 비유해서 금전운이 올라가고, 다테마키는 형태가 두루마리 같아서 지식이 늘어나기를 기원해요."

 

마고로쿠는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젓가락으로 찬합 안에 든 새우를 콕콕 건드렸다.

 

“새우의 허리가 구부러진 모양이라서, 허리가 굽을 때까지 장수하기를 기원하는 뜻이고.”

 

“새우의 긴 수염도 장수를 상징하거든요.”

 

"심오하구나."

 

"사실 전 맛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우연이군. 의견이 맞아서 좋은걸."

그 순간, 옆에서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하던 적당히 감탄하던 짓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 몫의 새우고 마고로쿠의 새우고 죄다 젓가락으로 열심히 집어 카호의 접시 위에 옮겨놓는 것이었다.

 

“짓큐씨…”

 

카호가 짓큐의 행동에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사용하지 않은 젓가락으로 다시 새우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하자, 짓큐가 만류했다.

 

“하지만 나나 마고로쿠씨한테 그다지 필요하지 않으니까, 카호씨가 다 먹는 편이 좋은데.”

 

“내 입은 입도 아니라는 거지. 그래. 미스미씨 다 먹게. 우리 오래오래 봐야지.”

 

카호가 입을 일자로 다물며 고집을 부리려는 낌새가 보이자, 짓큐가 잽싸게 제 접시 위에 다른 음식을 덜어놓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마고로쿠씨, 마고로쿠씨의 본가라고 하면 어디야? 전승이 있는 곳일까, 아니면 만들어진 곳일까?”

 

“참 좋은 질문이로군. 이번에도 미스미씨가 말하지 않았을 듯하니 이야기를 좀 늘어놔도 되겠나?”

 

눈에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지만, 나쁜 의미가 아니라, 상사도 동거인도 모두 저를 생각해서 한 행동임을 알았기에 결국 카호는 이번에는 그들에게 져주기로 했다.

 

“듣는 동안 먹고 있어도 된다면요.”

 

“그럼 괜찮은 것으로 알고, 시작해보지.”

 

 

 

 

 

 

 

 

 

 

 

 

 

 

 

 

 

 

 

*

 

 

 

마고로쿠는 주당이자 미식가이다. 둘 중 어느 것이 그의 정체성에 더 가깝냐고 물으면, 그는 고민하다가 주당을 고를 것이다.

 

도검남사인 만큼 어지간한 인간보단 주량이 강한 데다 튼튼한 간의 소유자인 그였지만, 천하무적은 아닌 법.

 

연말이라고 쇄도하는 송년회 덕분에 숙취에 시달리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그런데 이 숙취라는 것이, 일반적인 숙취와는 조금 다른 구석이 있었다.

 

꽝꽝,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명색에 신님인데, 이 정도는 기합으로 이겨내야겠지.하고 버텨보던 나날이 이어졌다.

 

그런데 어라, 술을 안 마신 날에도 머릿속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울린다.

 

무시했더니 더 울리고, 검진을 받아봐도 이상 무.

 

그를 검진한 의사, 야겐 토시로는 아무리 연말연시라지만 술을 작작 마시라는 말이나 하여, 도움이 되지 않았다.

 

 

 

 

 

 

 

 

 

 

 

 

 

 

 

 

 

 

 

 

*

 

 

 

결국 마고로쿠가 이런 일을 맞닥뜨렸을 때 기대는 것은, 한 번 그의 곤란함을 해결해주었던 부하, 미스미 카호다. 정화부에서 언제부턴가 괴이 전문으로 불리기 시작한 그녀는 마고로쿠를 한 번 스윽, 쳐다보더니 여느 때처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새해에는 본가에 다녀오세요.”

 

 

 

 

 

 

 

 

 

 

 

 

 

 

*

 

 

 

도검남사에게 본가란 무엇인가? 도검을 벼른 도공을 부모라 부를 수 있다면, 태어난 대장간이 있는 곳이 본가일 것이다.

 

카호의 말을 들은 마고로쿠는 급하게 신칸센 표를 구해 본가, 기후현의 세키시로 향했다.

 

하모노카이칸마에 역에서 기차에서 내린 후에, 5분 정도 걸으면, 그의 본가에 도착한다.

 

지갑에서 입장료를 꺼내 내고 들어가며, 마고로쿠 카네모토는 본가에 오랜만에 돌아온 본검에게 참으로 야박하다는 실없는 생각을 한다.

 

또한 동시에, 그래도 마침 시기를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은 새해의 두 번째 날로, 우치조메시키(打ち初め式: 세키 대장간에서 그 해 첫 일본도를 제작하는 의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의 부하는 본가에 다녀오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지만, 본가에 온 그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어쩐지 알 수 있다.

 

인간의 아이는 그 형태가 완성되지 않더라도 생긴 지 석 달이 지나면 그 존재를 생명으로 인정한다고 한다. 이름이 없어도, 세상에 나오지 못해도, 제 몸뚱아리 하나로 살아남을 수 없어도.

 

검의 명문 또한 완성된 이후에, 이름은 전승과 설화와 거쳐 지나간 주인에 따라서, 생기고 변한다.

 

그렇다면 이름을 받기 전이라도, 그 날붙이는 벼려진 순간부터 세상에 존재했을 것이다.

 

그는 과연 어느 시점부터 그 자신으로서 존재한 걸까.

 

마고로쿠 카네모토는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스스로가 무엇인지 규정해본다.

 

도검남사, 마고로쿠 카네모토. 시간정부 정화부서의, 경호과의 과장.

그도 어떠한 심신자의 손에 현현되었지만, 혼마루의 남사가 아니었기에, 그이와 특별한 인연은 없다.

 

 

거기서 과거를 되짚어보면, 그것은 도검남사의 기억이 아니다. 검의 기억이다.

 

마고로쿠 카네모토라는 것은, 여러 이야기들이 한 곳에 뒤섞인 마고로쿠들의 집합체.

 

여러 곳에 가지가 뻗어있고, 도처에 뿌리가 존재한다.

어떤 뿌리 하나를 들여다본다. 그 뿌리가 이야기하기를, 무적의 검이라 불리던 검사가 쥐고 휘둘러 베었다고도 한다. 오른손에 쥐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하지만, 그 남자는 왼손에 쥐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가지 하나를 잡아본다. 그 가지가 이야기하기를, 그 남자가 한 번에 찌르는 기술을 지닌, 보기에 드문 자였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조금 더 시간의 흔적을 따라가 보면, 거기에 있는 것은 검의 기억이 아니다.

 

아직 검이 되지 못한, 이름 없는 철의 기억이다.

 

제각기 다른 검의 기억을 가졌을지라도, 닮아있을 수밖에 없는, 이름 없는 쇠의 기억이다.

 

명문이 새겨지기 전의, 무명의 검이 단단해지고, 완벽한 형태를 갖추기 전의 과거를 더듬어 올라간다.

연마사가 숫돌에 얼추 형태를 갖추어진 쇳덩어리를 다듬어갈 때마다 그는 점점 더 날카로워진다. 숫돌이 그의 표면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의 존재는 더욱 명확해져 간다.

 

아니, 아직이다. 조금 더, 흐릿한 기억 속에 잠겨있는 과거가 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전신으로 모든 것을 회상한다.

 

뜨거운 열기와, 갈라지는 고통과, 드문드문 물에 잠겨 조금씩 단단해지면서 완성되어가던 순간 전부를.

 

마고로쿠 카네모토는 다시금 현재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마침내 최초의 감각과, 마주한다.

 

석탄과 장작으로 뒤덮인 작업장에서, 흰옷 차림의 도공들이 망치로 시뻘겋게 달궈진 쇳덩어리를 평평하게 두드린다. 땅땅-땅, 땅땅 땅-.금속을 가열하여, 얇게 두드리고, 접고, 또 망치로 두들기는 것을 수없이 반복한다.

 

그의 머릿속에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귓가를 파고드는 망치 소리가 그 순간에 겹쳐졌다.

 

아, 이런 소리였다.

 

그가 태어나는 순간, 이 소리가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어째서 지금까지 잊고 있었는지. 왜, 처음부터 깨닫지 못했던 것인지 기이할 정도로.

 

하얀색일까, 노란색일까, 주황색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붉은 불꽃이 맹렬하게 만개한다.

 

그 과정은 잡념 하나 없는 정신과 마음을 모으는 행위이기에, 새삼스럽게 검이란, 도검남사란 탄생부터 사람의 마음에서 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찰나의 망설임과 흔들림이 있다면, 결코 제대로 된 검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저 후배는 어떤 하몬을 가지게 될까. 분명 언젠가 만든 사람의 혼과 마음을 비추는, 존재가 되겠지. 검이 필요치 않은 시대에 태어나서, 무기로서의 가치를 가지지 못하고, '명검'이라고 불리게 될 일도 없겠지만, 물건의 가치는 그것을 소유한 자가 정하는 것이므로.

 

얼마간 그 광경을 보고, 소리를 듣고 있으니, 정말 놀랍게도 두통이 순식간에 씻은 듯이 사라졌다.

 

 

 

가끔 내력을 되돌아보아야 할 때가 있는 법이로군, 하고 철에서 검이 되고, 검에서 도검남사가 된 마고로쿠 카네모토는 감탄하고 말았다.

 

 

 

 

 

 

 

 

 

 

 

 

 

 

 

 

 

 

 

 

 

 

 

 

*

 

 

 

그를 괴롭히던 문제가 해결된 후, 남은 시간에 회관에 들리자 자연스럽게 이번에도 그를 도와준 부하가 생각났다. 미스미씨에게 보답으로 잘 드는 식칼과 가위를 사다 줄까. 마고로쿠 카네모토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오래전부터 세키의 날붙이라면 알아주는 명품인 것이다.

 

“그래서 자네에게 주는 선물이야.”

 

본가에 돌아오라고 닦달당하는 츠쿠모카미라니, 퍽 유쾌한 이야기이지 않냐며 마고로쿠는 웃었다.

 

마고로쿠에게 식칼과 가위를 선물 받은 카호는 지갑을 꺼낸다. 100엔이면 되려나? 하고 마고로쿠씨, 여기요. 하고 동전을 내미는 것이다.

 

예로부터 칼은 그냥 받는 물건이 아니다. 선물일지라도 돈을 주고 사는 형식을 취해야하는 것이다.

 

반짝거리는 동전을 받아 지갑에 넣은 마고로쿠가 웃으며 미스미씨는 의외로 미신을 믿는군, 하고 말하면 카호는 츠쿠모가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다 나온다며 웃는 것이다.

 

“미신보다는, 마고로쿠씨와의 인연을 별로 끊고 싶지 않거든요.”

 

“이런, 내 생각이 짧았군. 바둑돌을 같이 줘야 했을까?”

 

“제가 100엔 드렸으니까 그것으로 되었지요.”

 

“나도 미스미씨와의 인연은 끊고 싶지 않으니까.”

 

“아무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귀엽지 않은 부하가 없으면 아쉬우시겠죠.”

 

“그뿐인가, 이렇게 술 대작도 해주는 귀여운 부하인데. 없으면 아쉬워서 견딜 수가 없어.”

 

제 부하가 그렇게 말해줄지도 모른다고, 내심 기대하며 혼자만의 내기를 했던 마고로쿠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바둑돌은 갈 곳을 잃고 말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두 사람의 곁에서, 어쩐지 짓큐가 멍한 표정인 것이 이상해서 카호가 짓큐씨? 하고 얼굴 앞에서 손을 이리저리 휘저어본다. 그제야 정신이 든 것처럼 어, 하고 고개를 살짝 든 짓큐가 더듬더듬 속마음을 밖으로 꺼내놓았다.

 

"눈앞에서 카호씨가, 다른 날붙이를 선물 받는 거 보니까 좀...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가위는 가위, 식칼은 식칼, 짓큐씨는 짓큐씨지."

 

"각기 용도가 다른 법이고, 그 마왕의 검으로 대파라도 잘랐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든 기겁을 하지 않겠나."

 

뭐, 호쵸(식칼) 토시로같은 경우도 있지만, 하고 마고로쿠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상사의 던진 농담을 받아주지 않은 채, 짓큐는 꿋꿋이 자신이 느끼는 바를 피력했다.

 

"난 카호씨가 원한다면 뭐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검은 결국 검이야. 다른 것은 될 수 없지."

 

"마고로쿠씨는 그렇게 생각해?"

 

"자네도 슬슬 깨닫는 게 좋아."

 

사람의 몸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가져도, 검이냐 사람이냐, 물으면 어쩔 수 없이 검이라고 대답밖에 할 수 없는 스스로를. 도검남사로서 현현한 기간이 더 긴 것은 마고로쿠이므로, 그것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짓큐 미츠타다는 고집스럽게 대답했다.

 

"그래도 나는 베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검이 되고 싶어."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에, 누군가를 베는 일은 이미 지겹도록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짓큐 미츠타다는 바람을 담고, 의지를 담아서, 지키는 자가 되고 싶었다. 그 말에 담긴 마음의 무게를 눈치채지 못할 카호가 아니라서, 그녀는 조금 전의 짓큐가 그랬듯이, 괜히 다른 말을 했다.

 

“애초에 짓큐씨 본체, 제대로 들지도 못해요. 길고 무거워서.”

뭐, 그런 애로사항이 있기도 하겠군.”

 

“나, 카호씨라면 내 본체로 당근이랑 양파 썰어도 되니까.”

 

짓큐의 진심 어린 말에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으려던 카호는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우리 내일은 카레 해 먹을까요?”

 

“그럴까?”

 

"그럼 집에 당근이랑 양파는 있으니까, 돌아가는 길에 가게에서 카레가루만 사면......"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자네들 먹는 걸 참 좋아하는군."

 

웃음 반, 한숨 반으로 귀여운 부하들의 만담을 듣고 있던 마고로쿠가 한마디를 툭 던졌지만, 곧바로 돌아온 대답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하고 말았다.

 

"하지만 맛있는 걸 먹으면 일단 행복해지잖아요."

 

“그것 맞는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앞에 있는 맛있는 음식들을 음미하도록 해. 다른 음식 이야기를 하면 이 녀석들이 서운해하겠지.”

 

“아, 그것도 그렇겠구나. 미안.”

 

“짓큐씨, 마고로쿠씨 지금 농담하는 거예요……”

 

세 사람은 다시금 젓가락을 쥐고 제각기 먹고 싶은 음식을 자기 접시에 덜어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런 순간이 서로에게 쌓여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인연이 되는 거겠지.

 

누군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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