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록

[나기레오]자각

사랑은 한가하지 않아

캐붕모음 by 메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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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달라는 건 무슨 말이었어, 레오?"

"엉?"

펜을 쥐고 훈련 계획을 짜는 레오에게, 나기는 그렇게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갑자기?"

"날 아이템처럼 쓰겠다는 말이야?"

"갑자기!? 뭐야, 화났어?"

"아니. 그냥."

"그냥이라기엔..."

레오는 잡고 있던 펜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이템처럼 쓰겠단 거냐고? 그러니까 지금, 자신을 수단 취급할 것인지 묻는 건가? 그는 나기와 함께라면 자신의 목표, 즉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고, 그 판단 하에 나기를 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레오는 파트너를 수단으로 취급하지 않으므로, 그런 질문이라면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레오는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런 류의 물음이 아닐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나기가, 자신의 언행으로 스스로가 도구 취급당하고 있다고 느끼고서 꺼낸 말이라면, 레오가 부정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테다. 사람은 주관에 따라 상황을 받아들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나기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것은 레오의 잘못이 맞을 가능성이 높았다. 레오는 나기의 만성적인 '귀찮아 병'도 잊고 깊이 생각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레오에게 점점 피가 차게 식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내가 레오한테 쓸모없어지면 어떻게 돼?"

"뭐?"

"궁금해졌어. 레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나랑 축구하는 거잖아. 그럼 그 다음엔?"

"...몰라. 갑자기 그런 걸 물어도... 그게 왜 궁금해졌는데?"

"저번에, 방과후에 축구할 때..."

나기는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

나기 세이시로의 그 날은, 그저 그랬다. 여름이 다 지나갔으므로 해가 일찍 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아직은 날씨가 후덥지근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애매한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다른 부원들은 조금 전에 집으로 돌아가버려서, 매미 울음소리가 사라진 운동장에는 나기와 레오 둘만이 남아 있었다. 몇 바퀴만 더 달리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재미삼아 스피드 경쟁을 하자며 일부러 각자 반대편에서 스타트했기 때문에 달리기를 마치고 나자 운동장의 끝과 끝에서 서로를 마주보게 됐다.

한참동안 숨을 고르고 난 뒤에, 레오는 비슷하게 멈춰서서 물을 마시던 나기를 불렀다.

"나기!"

석양이 저물고 있었다. 레오가, 나기 세이시로의 파트너가 땀에 젖었지만 즐거워보이는 얼굴로 나기를 부르며 다가온다. 달리느라 발갛게 상기된 얼굴이 보인다.

그 때, 나기는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레오와의 오늘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심장이 세게 고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숨이 차서 그런 건지, 오래 뛰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기의 눈에, 그 시선 끝에, 미카게 레오가 있었을 뿐이다.

그래, 이런 건가. 이런 걸 즐겁다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 나기는 레오의 맞은편에 가만히 서 있었다.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오와 축구, 월드컵이라는 진부하고 거창한 꿈. 그런 엄청난 곳에서 이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 당연하다. 레오는 적어도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나기 역시 레오에게서 벗어날 생각이 없으므로, 그들은 아마 아주 오랫동안 함께일 것이다.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그렇다면, 레오의 목표가 이루어진 뒤에는 어떤가? 레오는 나기에게 꿈을 이루자고 말했다. 두 사람은 월드컵에서 우승하기로 약속했다. 월드컵이라는 꿈은 너무도 크고 멀었으므로, 그들은 아직 그 뒤를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나기는 깨달았다.

*

"...그런 일이 있었어."

"그..."

레오는 바닥에 떨어진 펜을 주울 생각도 못한 채 나기를 바라보았다. 

"레오? 얼굴이 빨개. 어디 아파?"

"그거... 고백이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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