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아이에게
Berthe Louisette
안녕, 이건 네가 먼 훗날 펼쳐봤으면 하는 편지야. 그리고 이러한 글들이 흔히 그렇듯 나의 마지막을 대비하고 있어.
유언장을 쓰면서 가족이 아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여자아이 앞으로 편지를 부친다는 건 꽤 모순된 일일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상관없어, 다른 이들이 우리의 관계를 뭐라고 말하든 간에, 나에게 너는 가족이었으니까.
먼 훗날 펼쳐보라고 말은 했지만, 사별이라는 건 몇 년이 지나더라도 상상하기 싫은 결말이려나. 지금의 너라면 더더욱 말이야. 너는 어리고 아직 우리가 있어야 하니까. 나에게는 나의 죽음이 너무나도 친숙한데, 너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네. 하지만 마지막을 목전에 두고 초췌한 몰골로 인사를 건네기보다는 네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나로서 있고 싶었어. 아, 걱정은 하지 마. 갑작스러울 가능성은 작고, 아직은 정말 먼 이야기니까.
나를 잊어달라는 말은 하지 않아. 망각은 남겨진 이들에게 너무나도 가혹하니까. 어쩌면 기억하는 것보다 더욱 가혹할지도 모르지. 세상에는 잊힐 거라는 사실조차 납득할 수 없는 감정이 분명히 있더라고. 나는 너에게 감히 부탁하고 싶어. 이렇게 이기적인 언니를 기억해달라고 말이야.
내가 죽으면 반드시 나를 잊을 사람이 있어. 반드시 나를 잊어야 하는 사람도 있어. 그 두 사람은, 피가 섞였다는 의미에서 나에게 '가족'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그 둘에게 기대하는 바는 많지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배신감은 참 무겁잖아.
물론 세상은 참 넓어서, 내가 죽으면 반드시 울어줄 사람도 있어. 그 사람에게 갖는 감정은 특별해. 말하지 않아도 그는 내가 느끼는 바를 알고 있을 거야. 유언장도 필요하지 않을 거야. 내가 바라는 대로 나를 기억할 거야. 나를 따라오건 그렇지 않건 나는 그를 사랑할 거야.
단지 나의 마지막을 그가 연인으로서 기억해 준다면, 나를 가족으로서 기억해 주는 사람도 있었으면 했어.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은 참 크니까 말이야.
멜리, 내 세상에는 온통 안개가 끼어 있어. 너도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해. 그 사이 어딘가에 너도 함께였어. 그건 나를 애태우고 끓게 하는 감정은 아니지만 결코 등한시할 수 없는 마음이야. 이것도 어떤 종류의 사랑이라고 믿고 있어. 내게 사랑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한껏 숨을 쉬는 지금, 이 순간 너에게도 나의 마지막을 전해.
나는 너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다만 계속 꿈을 꿔줘. 내가 사랑했던 너의 마술을 연습해 줘. 그래서 네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되풀이해 줘. 내가 들려주었던 나의 이야기를 기억해 줘. 그래서 오래전에 그런 여자가 있었노라고 누군가에게는 전해줘. 달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밤을 기억해 줘.
네가 길을 잃지 않도록 믿음직한 길잡이별을 보낼게. 부디 한낮의 뜨거움에 목이 마르지 않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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